고목같은 포도나무와 새로난 가지가 상호의존적인 것처럼
고목같은 포도나무와 새로난 가지가 상호의존적인 것처럼
  • 김동문
  • 승인 2023.01.05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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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다시읽기 : 요한복음 15:1-17
ⓒ 김동문
헤브론 산지 포도원에 맺힌 포도 ⓒ김동문

익숙하기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경 이야기가 적지 않다. 그 가운데는 '포도나무와 가지'에 대한 예수의 비유도 있다.

 

1. 성경읽기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마르나니, 사람들이 그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 (신약성경 요한복음 15:5,6)

예수의 비유 중에 자신을 포도나무로 표현한 때도 있다. 이런 비유나 이야기를 마주할 때, 곧장 다어 풀이로 가는 성경 독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런 비유를 읽으려면, 포도원, 포도나무, 포도나무 가지, 포도를 한 번 떠올려보는 여유를 누리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다어나 대상을 떠올릴 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까? 무엇을 느낄까? 가지치기를 당한 포도 나뭇가지, 버려진 가지, 불에 던져져 살라지는 가지를 떠올리면서 심판을 연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까? 그냥 포도원 농사의 상식적인, 일반적인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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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헤브론 산지 포도원이 눈에 덮혀 있다 ⓒ김동문

다시 관련 성경 본문을 천천히 읽어본다. 다음과 같이 입체적으로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포도나무 가지가 풍성한 열매를 맺듯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사람이 내 안에 거하지 아니하면,
*가지처럼 밖에 버려져 마르나니,
사람들이 그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

2. 현장 둘러보기


늦은 여름, 이른 가을철에 맛보는 제철 헤브론 포도의 맛은 맛있다. 골란고원과 헬몬산 자락 등 산지에서 자라는 포도의 맛도 맛깔나기는 하다. 

포도나무와 가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의 포도나무 특히 가장 대표적인 포도 산지인 헤브론 지역의 포도나무는 필자의 눈에 보기에 특별하다. 포도나무는 고목처럼 짧은 키에 두텁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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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헤브론 산지 포도원의 포도나무와 가지 ⓒ김동문

그 가지는 너무 가늘고 길기만 하다. 포도는 그 해에 새로 자란 가지에서만 맺힌다. 2~3월이면 포도나무 가지치기를 한다. 고목같은 포도나무에서 새로운 가지가 자라난다. 포도나무에서 맺히는 튼실한 포도송이는 그 가지의 힘이 아니다. 그야말로 포도나무 자체의 힘이다.

이 포도나무 가지가 마르면 그것을 모아서 숯불을 피울 때 아주 적절한 땔감이다. 포도나무 가지는 로뎀나무(댑싸리나무) 가지와 같이 가장 양질의 숯불을 피울 수 있는 숯을 만들 수 있다. 필자가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던 목탄이 주로 포도나무 가지로 만들어졌던 것 같다.

돌마 또는 와라까 에이납, DECEMBER 21, 2019 BY ELAIS & GARY 

포도나무 잎은 앗있는 아랍식 전통 음식 와라까 에이납(포도나뭇 잎) 또는 '돌마'로 부르는 음식 재료로 사용한다.

 

3. 다시 생각하기

 

포도나무 가지는 언제는 새로운 가지가 열매를 맺는다. 엉뚱하지만 이런 상상을 해본다. 교회 경력의 길고 짧음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신자도 기존의 신자보다 더 알찬 삶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믿기 시작했다고, 그가 나중에 믿기 시작한 이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다. 새 포도는 새로운 가지에서 나는 것이다.

김동문
ⓒ김동문

포도나무와 가지는 포도를 맺는 것에 상호 의존 관계이다. 서로가 없이는 포도를 맺을 수 없다. 포도나무 가지 같은 예수 믿는 이, 예수 덕분에 위대한 구실을 하는 자들이 맞다. 또한 포도로 묘사하는 예수의 생명력은 이런 예수 따름이가 없이는 드러날 수도 없다. 포도나무 가지인 예수를 믿는 자들은 당당할 수 있다. 아니 당당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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