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뚜기와 생선
꼴뚜기와 생선
  • 최태선 목사
  • 승인 2023.03.08 02: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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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에 일장기를 게양한 사람이 예장 합동 목사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에서는 어물전 망신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을 했다.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교회는 어물전에 비유될 수 없다. 어물전에는 생선이 골고루 있어야 하고 싱싱한 생선들이 많아야 작은 꼴뚜기가 망신이라도 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에는 생선이 아예 없다. 꼴뚜기라도 계시면 흠모해야 할 판이다.

뉴스에 여러 번 보도되었기 때문에 나는 일장기를 게양했던 사람이 한 일을 알고 있다. 그는 항의하는 사람들을 고발한다고 위협을 가하기도 했고, 그의 아내까지 나와 그 일을 거들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일본 사람이라는 거짓말도 했고, 결국 자신의 설교를 통해 그의 사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는 이 사람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런 사람이 목사이고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웠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나는 늘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을 목격해왔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그리스도인이거나 목사라는 사실을 밝히는 적이 거의 없다.

두 가지만을 생각해보기로 하자. 이 사람은 목사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망신을 당하실 하나님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물론 자신의 사고나 한 행위가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일장기를 게양하기 전에 사람들의 항의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리고 그런 일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사람의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 사람이 목사라는 사실은 얼마나 황당한가.

후레자식이라는 욕이 있다. 이 욕이 다른 욕에 비해 더 수치스러운 것은 후레자식으로 인해 그의 아버지까지 도매금으로 욕을 먹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모란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그래서 후레자식이라는 욕이 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도 이렇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경우는 어떤가. 자신이 믿는 하나님이 하나님이시라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게 되는 일은 당연히 피해야 할 일이 된다. 결국 하나님의 이름이 땅에 떨어져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사고가 이 목사의 사고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목사의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거의 대부분 이 목사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이름이 망령되이 일컬어져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오늘날 정치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위나 말의 본 뜻이 그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도록 생각하는 길 자체가 설정되어 있다. 그들이 강력하게 고수하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다.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것은 참지 못한다. 아무리 작은 이익이라도 그렇다.

그러므로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하게 되는지를 돌아보라. 이 기사를 보고 하나님의 이름이 망령되이 일컬어졌다는 생각을 했는가. 아니면 기사를 쓴 기자와 같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말로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가. 아니면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다 그렇다는 식의 자조만으로 이 사건을 넘어갔는가.

몇 해 전 일이다. 나는 딸과 함께 식당엘 갔다가 세워두었던 차를 타고 나오면서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내 차는 문이 닿아서 조금 찌그러들었지만 접촉한 차는 범퍼에 내 차의 페인트가 조금 묻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냥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못내 내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다시 그곳으로 가서 차 주인을 찾았다. 차주는 식당주인이었다. 그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그와 함께 나와서 차를 확인했다. 차를 확인한 주인은 손으로 범퍼를 문질러보더니 괜찮다고 가시라고 했다. 나는 미안하다는 사과를 거듭하고 인사를 한 후에 그래도 혹시 나중에라도 잘못된 것이 발견되면 연락하시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내가 그곳으로 돌아갔던 이유는 내가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이다. 내 잘못은 내 잘못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내 잘못으로 하나님이 욕을 잡수시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이름이 망령되이 일컬어지는 것이다. 이런 일만이 아니다. 특히 내가 목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더 주의를 한다. 위선이 아니다. 내가 목사라는 사실은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 일거수일투족은 하나님의 명성에 관련되어 있다. 잘한 경우는 그것을 감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하나님처럼 잘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못한 경우는 그러나 드러내야 한다. 왜냐하면 내 잘못으로 인해 하나님의 이름이 망령되이 일컬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이 하나님의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임을 드러냄으로써 내 잘못으로 인해 하나님의 위신이 떨어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내가 목사이기 때문에 그래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인이 때문에 그래야 하는 일이다.

다른 한 가지는 세계관의 문제이다. 이 목사가 주장하는 논리가 대변하는 것은 식민사관이다. 이 사람이 단순히 친일파라는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이 사람은 친일파가 아니라 이 사람의 사고가 제국주의 사고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은 자유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제국주의 사고는 복음과 정반대의 사고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이 목사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제국주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들이 신봉하는 것의 정체가 바로 PAX ROMANA이다. PAX ROMANA는 로마의 평화다. 로마의 평화는 무력으로 이루는 평화이다. 로마는 식민지를 정복하고 그것이 평화라고 주장한다. 물론 평화다. 감히 로마의 무력에 대항할 수 없어 대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평화는 로마에게는 평화이지만 정복을 당한 식민지 사람들에게는 평화가 아니라 완전한 평화의 부재인 지옥의 시작이다.

예수의 복음은 바로 그런 세상의 평화인 PAX ROMANA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하나님 나라의 평화인 샬롬은 힘의 단념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구약을 막론하고 성서의 일관된 메시지는 전쟁은 사람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은 힘을 포기해야 하고 힘이 필요한 경우 그것을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까지 말씀하신다.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면 폭력은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원수사랑은 곧 폭력의 끝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세계관을 가져야 하는가. 질문 자체가 우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하나님 나라의 세계관에 따라 폭력을 단념하고 하나님의 통치 속에서 이루어지는 샬롬을 향해야 한다. 그런 그리스도인들에게 식민사관이 발붙일 곳이 있는가. 그러므로 일장기를 게양한 목사는 스스로 자신의 그리스도인 됨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런 사람이 목사라는 사실에 애통해야 할 것이다.

그 목사를 통해 오늘날 세상의 하부구조가 된 그리스도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곳에서 돌아서야 한다. 그리스도교에는 식민사관이나 제국주의 사고를 지닌 사람이 자리할 곳이 없다.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이 목사가 될 수 있는 곳은 더 이상 그리스도교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신년주일에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온누리교회에 대한 지적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제국주의 사고를 지니고 PAX ROMANA를 평화로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온누리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신교는 물론 그리스도교 전체의 근본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삼일절에 일장기를 게양하는 목사는 단순히 그리스도인이 아닌 것이 아니라 변질된 그리스도교의 사고를 드러내준 반면교사였다. 그 목사는 단순히 어물전 꼴뚜기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샬롬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을 당신으로 알고 섬기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담긴 의미를 알지 못함은 물론, 북한을 더 강력한 핵무기로 때려 부셔야 한다고 주장하는(PAX ROMANA를 평화로 아는) 늠름한 생선인 오늘날 주류 그리스도교의 전형이라는 사실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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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n Kim 2023-03-09 03:01:59
A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