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사이비 종파 성폭력? 기성교단에서도 비슷한 일 벌어져”
“이단·사이비 종파 성폭력? 기성교단에서도 비슷한 일 벌어져”
  • 지유석
  • 승인 2023.04.14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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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은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간사 "성폭력 전담재판위 만들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개 이후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총재·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 이단 종파 교주의 성폭력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기성 '정통' 교단 목회자 성범죄도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이와 관련,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아래 교개연)는 지난 4일 오전 성범죄 목사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설에서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목사들의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간사,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한주은 교회개혁실천연대 팀장 ⓒ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가 4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설에서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목사들의 징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간사,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한주은 교회개혁실천연대 팀장 ⓒ 교회개혁실천연대 제공 

이 자리에서 한주은 교개연 팀장은 "성범죄 유죄판결이 확정된 목회자 82명이 속한 상회 61곳에 징계 촉구를 위한 질의 공문을 보냈는데, 8곳만이 이미 징계했거나 앞으로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답변했다"고 지적했다. 즉, 목사 등 목회자들의 성범죄 유죄가 드러난다해도, 교단 징계기구가 이들에 대한 징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교단 기구에선 성범죄 목회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 의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이은재 간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간사는 앞서 교개연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로 나와 그가 속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속사정을 이야기했다. 

"2017년 감리회 내에서 청소년 사역과 부흥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던 문대식 목사는, 청소년 강제추행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도 계속해서 주일 설교와 부흥집회 강사, 청소년 성교육 등의 사역을 해왔다는 사실로 한국교회를 더욱더 충격에 빠뜨렸습니다.(문 목사는 2017년 10월 면직됐으며, 이후 또 다른 사건 관련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18년 1월 법원에서 징역 6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 글쓴이)” 

이 간사가 일하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는 그동안 쉬쉬해왔던 교회 내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드러내고, 피해 당사자 상담과 사건 지원, 인식개선 교육과 교회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센터 측에 따르면 이 곳은 개소 이후 4년여 시간동안 300여건의 교회성폭력 사건을 상담하고 지원했다. 노회와 선교단체, 교회에 찾아가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진행, 교단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교단총회 성평등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위한 커리큘럼과 표준강의안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간사와의 인터뷰는 11일 오후 화상통화, 그리고 보충질의서를 통해 이뤄졌다. 아래는 이 간사와 나눈 질의응답 내용이다. 

"기사화 안 된 성폭력 사례, 더 많아... '동료'라서 처벌 꺼리는 게 큰 이유"

- 지난 성범죄 목사 징계촉구 기자회견에서 기감 교단 실태를 털어 놓았다. 혹시라도 기자회견에서 언급하지 않은 다른 사례가 있나. 

"기자회견 때는 언론에 공개된 수준에서 정리했을 뿐이다.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사례는 더 많다. 목사라면 교단 소속이어서 징계를 요구할 수 있지만, (목사가 되기 전인) 전도사의 성폭력도 심각하다. 그런데 이 경우 정식으로 교단 소속이 아니어서 처벌을 요구할 수조차 없다. 성폭력이 밝혀져 교회에서 사임하거나 과거에 형을 받은 사람도 다른 교회로 가서 다시 전도사 사역을 하는 게 가능하다. 목회자 성윤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나 성희롱 발언들도 문제가 있지만, 현실에선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 기감 교단 목회자들의 성인지 감수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일전에 윤보환 감독이 채플 시간에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 2017년 2월 이 교단 윤보환 당시 감독은 신학대 채플에서 "여기 여자 청년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 사람들 다 사모님 되든지 아니면 목사님 되든지 뭐든 되겠죠. 그래도 세상 나가서 몸 팔고 술 파는 사람은 안 될 것"이라는 등 발언을 했고,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스펙트럼이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윤보환 감독 수준의 목회자가 있는 반면, 높은 인권의식과 성인지감수성을 겸비한 목회자들도 상당수다. 

목회자들은 대다수가 '성폭력은 나쁘다'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자기 안에 내재한 다양한 고정관념들을 갖고 피해자를 탓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경우가 많다."

- 성폭력 목회자 처벌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단 내부에서) 성폭력이든 횡령 등 다른 범죄든 목회자를 처벌하는 일 자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재판을 하는 당사자들도 동료 목회자들이니까. 무엇보다 교회법 자체가 부실하다. 재판도 과정과 절차도 부실하다. 여기에 성폭력은 처벌·징계 의지가 없고 처벌과 징계를 가해야한다는 의식도 없다.

성폭력은 CCTV 혹은 카메라 등을 통해 폭력 당시의 상황이 찍히거나 남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즉 구체적 증거가 남기 어렵다는 말이다. 더구나 명확한 증거가 있어도, 통상 목회자의 말을 신뢰하지 피해자의 목소리를 신뢰하지 않는다."

"여성 목회자 안수, 문제 해결 실마리일 것"

지난 4일 오전 열린 ‘성범죄 목사 징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은재 간사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제공
지난 4일 오전 열린 ‘성범죄 목사 징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은재 간사 ⓒ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제공

- 지난 기자회견에서 기탁금 제도를 언급했는데, 이 제도가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이어서 이 제도가 감리교단에만 있는지, 맹점은 없는지 이야기 해달라.

"대부분의 주요 교단에 기탁금 제도가 있다. 재판 비용을 부과해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생겨났다. 그런데 기감 교단이 가장 비싸다. 타교단은 100~200만 원 수준인데, 기감은 평균 7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이러니 성폭력 피해자가 교단 법에 고소를 하려고 해도, 기탁금 부담으로 인해 고소를 어렵게 느낀다. 성폭력 피해도 억울한데 고소를 하려면 돈을 내라고 하고, 혹시나 재판에서 패소하게 된다면 (비용은) 돌려받지도 못한다. 

기감 교단에서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이라면 (2020년 MBC <PD수첩> 보도로 공론화된) 로고스교회 전준구 목사 성폭력 문제일 것이다. 당시 피해자가 교회법에 따라 고소했는데 700만 원씩 총 2100만 원을 냈다. 하지만 이후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 기감 교단은 타 교단보다 여성들의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안다. 

"전체적인 구조는 남성 중심이다. 하지만 기감·기장·예장통합이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한데, 그중에서도 기감 교단이 선도적 역할을 한다고 자부한다. 

교단 총회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총대의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예장통합 2%·기장 8% 수준인데 비해 기감 교단은 10%에 이른다. 여성 목회자·장로가 연대해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는 중이기도 하다. 

여기서, 여성 목회자 안수가 목회자 성폭력 해결의 유효한 수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밝혀두고자 한다. 여성 성직자·장로가 있는 교단에선 변화의 바람이 이는 중이다. 특히 여성안수가 행해지는 교단과 그렇지 않은 교단과의 (성폭력 관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 올해 기감 교단에서 교회법을 개정하는 입법총회가 있다고 들었다. 성폭력 목회자 징계와 관련, 어떻게 법을 마련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말해 달라.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올해 입법총회에서 교단 여성들을 중심으로 성폭력 전담재판위원회를 신설하려고 시도한다. 재판하는 당사자들도 남성, 동료 목회자·장로들이기 때문에 가해자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재판위원들을 교회 성폭력에 대한 이해를 가진 이들, 전문가들로 구성해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

진보성향의 기장은 ▲ 성폭력 공소시효 연장 ▲ 피해자 재판비용 면제 ▲ 대리인제도 신설 등 성폭력 관련법을 다수 개정했고, 이후 실제 사건에서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허점이 발견되어 법을 또 바꿨다. 계속해서 보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성폭력을 처벌하겠다'는 명확한 의사표현이 (교회)법으로 나타나야한다. 또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비해 가야한다." 

- 끝으로 <나는 신이다>에서 정명석·이재록 등 목사 성범죄가 자세히 언급되는데, 이에 대한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나는 신이다'가 워낙 화제지만, 저는 말을 아끼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대목이 있다고 생각해서다. 워낙 사건이 심각하니 한편으론 (그 점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피해내용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 같아 불편한 느낌이다. 

센터에서 상담했던 교회성폭력 피해자가 <나는 신이다>를 보고 센터에 보내준 글에 비슷한 심경이 담겨있었다. 과한 포르노그래피 탓에 마음이 불편하지만 다큐멘터리 속 피해자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아 본인이 위로를 얻는다고 했다.

종교계 성폭력 문제가 전국적으로 공론화되어 얼떨떨하지만, 마치 이단·사이비 안에서만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처럼 여겨질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주요교단 안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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