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반대한 목사·장로, 교단 의사결정에서 배제 당했다
명성교회 세습반대한 목사·장로, 교단 의사결정에서 배제 당했다
  • 지유석
  • 승인 2023.05.12 0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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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반대 앞장섰던 서울동남노회원들 털어놔, 세습 논란 다시 수면 위로
예장통합 교단에 속한 서울동남노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목사·장로를 총회 의사결정권을 갖는 총대의원에서 배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예장통합 교단에 속한 서울동남노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목사·장로를 총회 의사결정권을 갖는 총대의원에서 배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보수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 이순청 총회장)가 오는 9월 제108회기 교단 총회 장소를 명성교회로 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세습 논란이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이 와중에 서울동남노회가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목사·장로를 총회 의사결정권을 갖는 총대의원에서 배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 같은 폭로는 기자가 예장통합 교단 총회장소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접했다. 

복수의 서울동남노회 쪽 목사들은 10일 오후 기자와의 접촉해 “총회에 참석하려면 노회에서 총대의원으로 뽑혀야 하는데, 서울동남노회는 사실상 명성교회가 장악했다. 명성교회는 수적 우위를 무기로 세습에 반대해온 목사·장로를 총대의원에서 배제했다”고 털어 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A 목회자는 “2019년 총회가 수습안을 낸 이후 다음해부터 한 번도 총대의원으로 뽑히지 못했고 그래서 총회도 참석할 수 없었다. 다른 노회 사정도 마찬가지다. 영성이나 자질 보다 명성교회 세습에 우호적인지 여부가 총대의원 선출 기준이 됐다”며 개탄해 했다. 

이번 일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려면 교단 내부 사정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서울동남노회는 명성교회가 속한 노회로, 예장통합 교단에선 임명·징계 등 목사 지위에 대한 결정권은 전적으로 노회의 권한이다. 

그런데 예장통합 교단은 신도 규모가 클수록 노회 대의원수를 더 많이 배정하도록 규정했다. 이 같은 규정은 명성교회 같은 대형교회가 더 많은 대의원을 노회에 보내 총대의원 선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했다. 또 자연스럽게 노회·총회 의사결정에도 입김을 불어넣을 통로 구실도 하고 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지난 2017년 11월 김삼환 원로목사가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면서 불거졌다. 

당시 소속노회인 서울동남노회 부노회장이었던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가 차기 노회장 임명을 거부당했다. 김 목사의 노회장 임명 거부는 명성교회 측이 주도했다. 이후 김 목사는 교단법에 호소하며 세습 부당성을 알렸다. 

이에 대해 예장통합 교단은 2019년 9월 경북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104회기 총회에서 이른바 ‘명성교회 수습안’을 마련하고 명성교회 세습을 묵인하는 대신 김 목사가 노회장을 승계하도록 했다. 

이 교단은 헌법으로 세습금지를 못 박았지만, 수습안을 마련한 전권수습위는 ‘헌법을 잠재한다’는 해법으로 세습금지법을 비켜갔다. 

서울동남노회장을 지낸 태봉교회 김수원 목사는 세습반대에 목소리를 냈다가 수난을 당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서울동남노회장을 지낸 태봉교회 김수원 목사는 세습반대에 목소리를 냈다가 수난을 당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한편 교단 임원회가 제108회기 총회를 명성교회에서 열기로 한 걸 두고 교단 안팎에선 ‘친명성’ 노회만 모아놓고 세습금지를 규정한 헌법을 일부 손질하려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동남노회장을 지낸 김수원 목사는 이 같은 의혹과 결을 같이 했다. 

김 목사는 “만약 총회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만 채운다면, 세습을 금지한 교단헌법 규정은 놔두면서도 세부 시행규칙을 바꾸는 식의 의사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총대의원을 친명성 일색으로 채웠으니, 설혹 세습에 반대하는 총대의원이 장소에 문제를 제기해 참가를 거부해도 명성교회로선 손해 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단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총회의 슬로건이나 총회장소는 각 교회에 보내는 메시지”라면서 “교단 지도부가 명성교회를 돕는 게 교회 전체를 돕는 일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는 세습에 반대하는 이들의 고통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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