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
교회 개척
  • 최태선 목사
  • 승인 2023.05.18 0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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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의 아들이 아버지 교회 옆에 교회를 개척했다. 삼대가 교회를 개척한다고 자랑질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 교회를 목사가 개척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를 목사가 개척하는 것인가.

여기서 잘 생각해야 한다. 나는 목사가 개척을 했기 때문에 그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라 목사의 몸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교회를 개척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내가 교회를 개척했기 때문에 그런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시는 것이다.

“너는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 죽음의 문들이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베드로가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아니다. 베드로가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교회를 개척하는 이도 세우시는 이도 그리스도시다.

이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삼대가 교회를 개척해서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성공했다. 그리고 잘 살고 있다. 골프도 치고 자가용도 여러 대 가지고 출장뷔페를 불러 식사도 하고 호의호식하며 잘 살고 있다. 첫 번째 개척한 할아버지가 제대로 교회를 개척했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의 눈에는 베드로가 교회를 개척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개척하는 것이 아니다. 신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유학을 계획했다. 우리 가족은 그것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그래서 당시 ㄱ예고를 다니던 큰 아이는 학교 정기 연주에서 연주할 수 있는 경연에 불참했다. 정기 연주회에서 학교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맞추어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그것은 프로필에 기록될 정도로 권위 있는 행사였다. 그런데 학교 정기 연주회가 열릴 시점이면 우리 가족이 유학길에 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을 위해 경연에 참가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졸업식에서 실기 연주자 상을 받았다. 경연이 열릴 당시도 아이가 실기 성적 1위였다.

그런데 입학을 위해 먼저 캐나다에 갔던 내게 하나님은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내가 성공하기 위해 그곳에 왔음을 보여주시고,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 그곳에 오는 것임을 내 스스로 보게 하셨다. 신비한 일이지만 너무도 생생한 일이었다. 나는 순종하고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후 입학허가서를 받았지만 가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조금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이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가 공항 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때 나는 빨간 십자가가 그토록 많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예정이 달라졌지만 나는 교회 개척을 할 생각이 없었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당시 내 판단으로 좋은 교회들을 소개해주고 그 사람들과 함께 그 교회에 가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린 후에 식사를 한 후 함께 예배를 드렸던 분들과 우리 집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했다. 대화 중에 다른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지 말고 우리가 예배를 드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나는 정말 교회를 개척할 생각이 없었지만 교회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교회를 개척한 것이 아니라 주님이 교회를 시작하셨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더 오래 기도하면서 그것이 주님의 뜻인가를 분별해야 했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내가 의도한 대로가 아니라 주님의 이끌림을 받아 여기에 이르렀다. 오는 과정에서 나는 하나님 나라를 알게 되었고, 교회가 무엇인지를 배웠다. 그리고 오늘날 교회들이 우상이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교회가 휴면에 들어간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것은 실패처럼 보이지만 나는 그렇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를 배웠다.

“교회의 목적은 그 구성원들이 예수님의 더 나은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교회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하나님 나라를 충실히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5개월간 공동체에 관한 책을 번역하며 그곳에서 배운 내용이다. 위 내용을 잘 음미해보라. 그리고 자신의 교회들을 생각해보라. 짧지만 강렬하게 교회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교회의 목적은 교회 자체가 아니다. 교회의 구성원들이 예수님의 더 나은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구성원들이 예수님의 더 나은 제자들이 되어가면서 그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점점 더 많이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들이 개척한 교회는 교회 자체가 목적이 된다. 교회가 커지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지고 교회가 커지면 그 모든 영광과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대부분 목사가 취한다. 교회 자체가 목적이 되면 교회가 우상이 되고 우상이 된 교회에서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목사가 왕 노릇을 하게 된다.

잘 생각해보라. 제발 좀 잘 생각해보라. 그리고 우상이 된 교회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교회라는 우물에 갇혀 세상 밖을 알지 못하는 개구리가 된 자신을 발견하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교인들을 교회 안에 가두지 않는다. 오늘날 교회는 감옥보다 더 탈출이 불가능한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라면 오히려 떠나는 것이 정상이 된다. 그리스도의 몸의 약한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교회는 사람이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세우시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베드로처럼 제대로 된 믿음의 고백을 가진 사람을 반석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그에게 먼 미래의 일이었다. 베드로의 믿음은 자라야 했고, 새벽 닭울음소리가 그를 산산이 부서지게 할 때까지 그는 거들먹거리는 사람이었다. 나는 오늘날 거들먹거리는 베드로와 같은 목사들이 교회를 개척한다고 설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교회는 그런 사람들이 세우는 것이 아니다. 베드로처럼 산산이 부서져, 스스로 주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조차 없게 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믿음은 그처럼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이루어진다. 그 막다른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하나님이 되시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사람을 반석으로 주님은 당신의 교회를 세우신다.

오정현 목사의 아들 오기원 목사는 김하나 목사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그를 형님과 멘토로 모시겠다는 말을 했다. 정말 오묘한 복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들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그 예배에서 한 김장환 목사의 설교를 보며 그것이 만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세훈 시장의 격려사를 들으며 그곳이 정치판임을 알 수 있었다. 목사 아들의 교회 개척을 위해 헌신하는 사랑의교회 장로들을 보며 우상이 된 교회의 충성스런 일꾼들을 보았다. 한 마디로 그것은 왕자의 귀향이었다.

그렇게 개척된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예수의 더 나은 제자가 될 수 없다. 그런 교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없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 교회는 세습 여부를 떠나 아버지 목사의 막강한 힘과 권력을 통해 안전하게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대를 이어 더 막강해진 그 교회는 아버지(오정현)의 교회와 같이 우상인 교회가 될 것이다.

교회는 목사가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세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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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 2023-09-25 00:33:30
왤케 피해의식에 찌들어계신거같지..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