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세습 불법성 호소했지만, ‘교단 내부 문제’ 선 그은 사법부
명성교회 세습 불법성 호소했지만, ‘교단 내부 문제’ 선 그은 사법부
  • 지유석
  • 승인 2023.06.2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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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명성교회 수습안 무효 소송 각하, 명성교회 ‘연전연승’
명성교회 세습의 불법·부당성을 법적으로 인정 받으려는 노력이 사법부에서 잇달아 막히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세습의 불법·부당성을 법적으로 인정 받으려는 노력이 사법부에서 잇달아 막히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세습의 불법·부당성을 법적으로 인정 받으려는 노력이 사법부에서 잇달아 막히고 있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제47민사부(이오영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아래 동남노회 비대위) 소속 안대환 목사가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아래 예장통합) 이순창 총회장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가 낸 소를 각하했다. 

즉, 원고는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세습을 허용해준 ‘명성교회 수습안’이 무효임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소송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리 없이 소송을 종료한 것이다. 

재판부 판단을 요약하면 “수습안 무효로 원고가 얻을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재판부는 원고의 자격을 지적했다. 안 목사는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소속 목사이자, 세습 반대를 위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원이기에 적격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인 안 목사가 “명성교회 성도가 아니며,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에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서울동남노회 소속이고, 비상대책위 활동을 한 사실이 명성교회 세습 논란으로 인해 원고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불안 위험이 생겼다고 볼 수 없고, 수습안 결의 무효 판결을 받는 것이 불안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눈에 띠는 대목은 재판부가 명성교회 수습안의 효력 범위를 정한 지점이다. 재판부는 “수습안은 수습안을 만든 수습전권위 제안에 따른 것으로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과정에서 불거진 분쟁해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성교회가 아닌 다른 노회·개별교회·교인들에 대해서까지 효력을 갖는다고 불 수 없다”고 적었다. 

풀이하면 명성교회 세습 공방이 거세지는 와중에서 소속 교단인 예장통합은 ‘헌법을 잠시 멈춰 세우고’ 수습안을 결의했는데 재판부는 이 같은 결의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는 한편, 이 문제에 대해 명성교회 교인이 아닌 다른 노회나 교회가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법원은 2년 전에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었다. 지난 2021년 10월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아래 행동연대)가 명성교회 세습의 근거가 된 ‘명성교회 수습안’을 결의한 총회결의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지만, 중앙지법 민사2부는 각하 처분을 내렸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는 명성교회와 상위 기관인 서울동남노회를 대상으로 해서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한 것”이라며 “소송 원고들의 권리의무 내지 법률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고 원고와 명성교회 사이에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적시했었다. 

또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정태윤 집사가 명성교회를 상대로 낸 대표자지위부존재확인 소송도 1심에선 승소했지만 지난해 10월 2심인 서울고법 제16민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원심을 뒤짚고 명성교회 손을 들어줬다. “명성교회 수습안은 이에 반하는 재판국 결정 등 없이 총회 의결로 그대로 채택됐기 때문에 그 효력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판결 취지였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세습금지법 여전히 유효, 따라서 세습은 ‘불법’

명성교회 Ⓒ 사진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를 두고 교단 내부에선 재판부가 명성교회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A 목사는 25일 오후 기자에게 “지난 번 정태윤 집사가 낸 소송에서 명성교회가 1심 패소하자 명성측 변호인들은 총회의 수습안 결의가 불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단 차원에서 내린 결정을 사법부가 간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며 “최근 일련의 판결들은 수습안을 결의한 총회결정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A 목사는 이 같은 판결이 세습이 적법하다고 해석하는 금물이라고 못 박았다. “사법부 판단의 기조는 ‘교단의 일은 교단이 알아서 하라’는 취지다. 그러니 예장통합 교단이나 명성교회가 세습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는 게 A 목사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교단법은 '헌법과 이 규정에 명시된 절차에 의한 조문의 신설 없이는 총회의 결의나 법원의 판결, 명령으로도 헌법이나 헌법시행규정의 시행유보, 효력정지 등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교단 헌법 중 세습금지 조항이 여전히 건재하고, 따라서 명성교회 세습은 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합법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고인 안대환 목사는 “‘수습안 결의 무효로 얻을 이익이 없다’는 식의 판결은 분명 문제 있다. 명성교회는 수습안 이행 과정에서 몇 가지 조항을 위반하는 등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렸다. 반드시 항소할 것”이란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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