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모임의 취약점
온라인 모임의 취약점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3.07.11 2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사도행전(31)

비대면 모임은 말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누가 혼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는 구조가 아니고 토론하는 방법으로 운영되는 아둘람에서는 말이 전부이다. 그러므로 쓸데 없는 말, 상투적인 말, 하나마나한 말, 낭비되는 말 등은 그야말로 암 덩어리이다. 그러므로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많이 하고 이야기 하는 훈련이 되고 있다.

다수가 함께하는 모임에서는 항상 발언의 균형을 잡는 것이 최대의 난제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말을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고 어떤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었어도 많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오랜 임상실험을 통해서 어떻게 해서 그런 착시가 아닌 착청 현상이 일어나는가 하는 것을 연구한 결과 신박한 결과물을 얻어냈다.

그것은 전적으로 말하는 방법에 달렸다는 것이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정연한 논리로 이야기를 전개하면 길다는 느낌이 덜 드는데 주제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병열식으로 나열하면 짧아도 길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백화점의 진열대와 노점삼의 좌판의 차이인 것이다. 더욱이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는 소비자가 찾지 않는 물건을 불쑥 내미는 격인 것이다.

이런 대화법은 장사로 따지면 손해 보는 장사인 셈인데 흥미 있는 것은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처럼 손해 보는 장사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천성 구제불능으로 도저히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것을 “싫어”, 혹은 ‘좋아’로 판단하는 어린이 같은 어른이들이다. 사물과 사건을 판단할 때 객관적인 생각 보다 주관적인 판단이 강해서 자기가 느끼는 느낌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다. 남에 대한 배려 보다는 항상 자기 본위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고 자기 감정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말을 효과적으로 하는 원칙은 듣는 사람을 생각해서 말을 하다는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 할 줄 알아야 하지만 이것이 전혀 쉽지 않다. 더욱이 머리 속에 재고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가 깨달은 위대한 진리가 있다. 십계명은 대면 시대에 필요한 것이지만 비대면 시대에는 11계명이 필요할 터인데 바로 “길고 자세하게 말하지 말지어다”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 생겨나는 죄도 있고 사라지는 죄도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쳐다보았다고 시비가 붙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것은 없어지는 추세이고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면서 길고 자세한 설명이 짜증을 유발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일수록 ‘길고 자세한 죄’를 범할 가능성이 많다. 본인은 자료도 많고 성의를 가지고 이야기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정보가 제공되면 ‘길고 자세한 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돈 생기는 일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말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이야기 하는 태도로 말을 해야 한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고 자세한 설명”은 쥐약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