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지뢰
온라인 지뢰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3.09.12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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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도행전(36)

전 세계가 ‘얼굴 보지 않고 살기’에 목숨을 걸었던 코로나 시대 덕분에 온라인 세계가 활짝 열렸다. 그러나 3년 동안 경험해보니 여기에도 사방에 지뢰밭이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말로 모든 것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러므로 말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힘들여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이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돈 받고 듣는 일이 아니면 그렇지 않다.  더욱이 비대면에서는 말할 것이 없다. 

그래서 내가 발표하고자 하는 내용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조건 짧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어려운 소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2가지 조건을 지키는데 살아 생전에는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이 교수 출신들이다.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실패하느라고 수고들 한다. 글로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굳이 말로 설명해 주려는 성의를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쉬운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니터 앞에 앉아서  뻔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그것도 같은 사람에게서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은 고문이다. 요즘은 그나마도 안 통하는 시대이지만 같은 사람에게서 똑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일 뿐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여전히 뻔한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 똘아이들이 참고 넘친다.

보통의 경우에도 생각 없이 말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차례를 기다렸다 이야기 해야 되기 때문에 생각 없이 불쑥 말하기가 어렵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 보다 오히려 그 사람의 본 모습이 더 잘 들어날  수 있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말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연극을 하거나 철저히 위선을 하지 않는한 결국은 들어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 가지 장애가 있다. 신앙이나 교양으로 위장되면 좀처럼 본 모습을 찾기가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여기서 소름끼치는 일은 신앙은 자신이 위장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위선이 신앙으로 포장되어 있으면 MRI 촬영을 해도 발견하기 힘들다. 자기 신념을 지킬 줄은 알지만 성찰할 줄 모르는 사람은 테러범 보다 더 위험한 사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불안전한 인간이 항상 모든 것을 알고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것은 편견이 세련되어 마치 편견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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