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하는 자들이 가는 단테의 지옥
사치하는 자들이 가는 단테의 지옥
  • 김기대
  • 승인 2023.07.18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테의 신곡으로 읽는 시사 이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는 자들

단테의 지옥편에는 지옥의 여러 관리자들이 나온다. 지옥에 떨어진 자들을 아케론 강의 뱃사공(지옥편 3카론이 첫번째 지옥으로 죄인들을 실어 나르면, 음식을 달라고 게걸스럽게 부들거리는 세 머리 달린 케르베로스(지옥편 6) 만나는데 그는 폭식 지옥을 상징한다. 이번 여름 이탈리아는 섭씨 45도까지 오르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탈리아 기상청은 더위의 이름을 케르베로스라고 불렀다. 더위에 지친 개들이 혀를 내놓고 헐떡거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이름일 것이다. 황소 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지옥편 12) 스스로 이해하고 결정할 없는 인간의 광폭성을 상징한다. 플루토(지옥편 7) 이해할 없는 말을 지껄이는데 이는 특별한 이유없이 돈을 축적하거나 낭비하는 자들을 반영한다.

술과 음식 앞에 헐떡거리며 스스로의 결정이 가져올 파장을 전혀 예측 못하는 태도, 게다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하는 이도 듣는 이도 이해못하는 옹아리가 모여있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보면 지옥에 가는 자들이 어떤 자들인가가 드러난다.

단테(1265~1321)당시 피렌체의 정치 지형에서 하나의 진영을 택했다. 정치란 본래 이념을 달리하는 두 세력이 국민의 삶과 국가의 격을 놓고 정당하게 그러나 치열하게 싸우며 작동한다. 대한민국에서 언론은 두 세력을 야비하게 싸움 붙여놓고 그러는거 아니라고 훈수를 두는 방식으로 군림한다. 시민들은 언론의 이 공작에 말려들지 말아야 하는데  '보수언론'이라고 탓하면서 그들의 논리에 끌려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교황을 지지하는 궬피(Guelf)당과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를 지지하는 기벨리니(Ghibelline)당의 적대 관계에서 단테는 궬피당을 택했다. 궬피당이 승리했지만 궬피당은 다시 흑당과 백당으로 나뉜다. 단테가 교황파를 지지한 것은 신성로마제국의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 피렌체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교황권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 시기에 단테는 교황을 상징적인 지위에 두고 정치 개혁을 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궬피당이 승리하자 교황 보나파시오 8세의 야심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흑당이 되어 단테를 중심으로 하는 백당을 몰아 내었다. 단테의 지옥편에 교황이 많이 등장하는 데도 이러한 연유가 있다. 보나파시오 8세가 지키려고 했던 교황의 권위는 무너져서 그가 죽은 교황청은 프랑스의 아비뇽으로 옮겨가는 굴욕을 당한다. 결국 흑당의 여론 공작에 단테는 배신자가 되어 정치 개혁도 못하고 피렌체에서 추방당한다.  

단테 연구가인 에리이 아우어바흐는신곡세속을 재현한 인간드라마라고 정의내린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속을 노래한 시인 단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알수 없는 응얼거림, 탐식, 탐욕, 위기를 분노로 덮는 중세 피렌체의 행태들은 7세기가 지난 21세기에도 그대로 반복된다. 특히 자칭 도사인 어떤 이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노동자에 대한 혐오, 문화에 대한 몰이해, 역사관이라고는 1 들어있지 않은 정치적 훈수는 그대로 정치에 반영되는 신기한 곳이 대한민국이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정교회를 러시아의 스파이로 간주하고 탄압에 들어갔는데 대한민국의 어떤 사람은 정교회의 상징인 소피아 성당에서 젤렌스키와 함께 종교탄압이 없다는 인증샷을 찍어 주었다. 도무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13세기 14세기 피렌체에도 이런 자들이 있었던 모양인데 단테는 이런 자들도 지옥에 간다고 봤다.

세번 지옥은 3옥은 식탐하는 자의 지옥이고 4옥은 탐욕스럽고 낭비하는 , 사치하는 자의 지옥이다.

4옥에서 부류의 사람이 싸우고 있다. “ 그렇게 돈을 모으기만 하지?” “ 그렇게 돈을 쓰기만 하는 거야?” 단테는 여기서 7세기 뒤에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을 지를 예측 못하고 있다. 두 부류의 사람이 종류라는 것을 감히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구두쇠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모으기만 한다. 종류의 사람들은 가끔 선행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치하는 사람은 사치하기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은다. 주가를 조작하고, 예비 타당성 검사를 거친 고속도로의 종점을 변경한다. 거기서 모은 돈으로 사치하는 것은 그래도 보아줄만 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의 심성에는 가지 자아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모으는 자아와 쓰는 자아. 모아진 것은 그의 금고에 쌓이고 쓰는 것은 다른 이의 (국민의 세금) 수도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어 블러처리 했습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어 블러처리 했습니다

 

직위에 상관없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호화 사치품 소비국인 대한민국은 모두 사치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사치하고 낭비하는 사람들이 가는 네 번째 지옥에서 단테는 다른 어떤 지옥보다도 많은 죄인을 보았다. 여기 죄인들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계속 원을 돈다. 생활을 떠날 없다는 뜻일 것이다. 이들은 절제없이 그들의 부를 사용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개성이나 인격이 파괴되어 얼굴을 알아 없는 상태다. 성형수술이 없던 시절, 얼굴을 알아볼 없는 상태와 사치를 단테는 연결시켰다.

단테는 지옥에서 행해지는 징벌의 행태에 매우 놀랐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탄식한다.

! 하나님의 보복하는 정의여! 내가 여기서 만큼 낯설게 번민과 고통을 누가 쌓아 놓았습니까? 어떻게 우리의 범죄가 우리를 지경에 이르도록 합니까? (신곡 지옥편 9곡)

사치하고 부에 탐닉하 자들은 단테의 이런 경고에 귀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신곡에 지옥과 연옥과 천국이 등장해도 저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에 발딛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세속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