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김종생 신임 교회협 총무, 선임 ‘막전막후’
[이슈분석] 김종생 신임 교회협 총무, 선임 ‘막전막후’
  • 지유석
  • 승인 2023.08.08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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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유착 의혹에도 김 총무 ‘무혈입성’, 배경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김종생 목사를 신임 총무로 선출했다. Ⓒ 사진 = NCCK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김종생 목사를 신임 총무로 선출했다. Ⓒ 사진 = NCCK 제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임시 총회를 열고 김종생 목사를 신임 총무로 선출했다. 이로서 김종생 목사는 신임 총무 임기를 공식 시작했다. 

이번 총무선임을 두고 진통이 없지 않았다. 특히 김종생 목사가 명성교회와 '부적절한' 유착을 맺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NCCK 안팎에선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NCCK와 협력해온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는 지난달 18일 성명을 내고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김종생 후보자(당시)가 명성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활동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추천된 후보자의 ‘명성교회와의 결별 선언’이 최소한의 총무 자격일 것"이라며 후보 사퇴를 압박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도 임시총회가 임박했던 1일자 낸 논평에서 김 총무가 "부자세습을 위한 김삼환 목사의 사전 준비 활동이었던 한국교회봉사단의 사무총장을 맡았었고, 명성교회가 부자세습에 대한 손가락질을 피하고자 2018년 50억 원을 출연하여 미자립교회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세운 ‘빛과소금의집’의 상임이사를 맡았다"며 재차 명성교회와의 유착 관계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사를 NCCK 차기 총무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곧 명성교회 배후에 있는 맘몬의 권세에 굴복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목소리는 임시총회장에서 제대로 관철되지 않았다. 이날 임시 총회엔 총회대의원 재적 271명 중 168명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97명의 총대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69표에 그쳤고 2표는 무효처리됐다. 

김 목사 총무 선임은 NCCK가 직면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NCCK는 진보성향의 개신교 연합체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사회적 논란이 첨예한 시기마다 목소리를 내며, 그리스도교의 사회적 사명을 감당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NCCK의 핵심 기반인 '교회일치'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는 징후가 역력하다. 무엇보다 큰 지분을 차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와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성소수자 의제를 두고 강경 보수로 치닫는 중이다. 

심지어 이들 교단 강경파들은 NCCK 탈퇴를 입에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전임 이홍정 총무가 중도하차한 이유도 교단 강경파들의 집요한 발목잡기였다. 

NCCK로선 교회일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들 교단을 끌어안아야 했다. 더구나 이들 교단이 NCCK 탈퇴를 실행에 옮길 경우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NCCK의 재정난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큰 지분을 차지하는 예장통합·기감 교단이 갈수록 보수화하고 NCCK 이탈 움직임마저 노골화되는 현 상황이라면, NCCK는 예장통합 추천 인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근본원인은 ‘해묵은 재정난’

NCCK는 한반도 종전 선언 등 굵직한 사회 현안에 대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김종생 목사 후보 선임을 계기로 이 같은 정체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NCCK는 한반도 종전 선언 등 굵직한 사회 현안에 대해 진보적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김종생 목사 후보 선임을 계기로 이 같은 정체성이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실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 소속으로 NCCK 활동을 해왔던 이훈삼 성남 주민교회 담임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생 후보를 거절할 경우) 예장통합 교단이 적극적으로 협력해도 원활하지 않았던 NCCK는 활동과 선교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당장 직원의 1/3을 구조 조정해야 하고, 급박한 회관 임대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고, 예장이 관여하는 NCCK의 모든 사업에서 상당한 정도의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적었다. 

저간의 상황을 따져 보면 김종생 목사의 NCCK 총무 선출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건 김종생 목사와 명성교회의 유착이 아니다. 그보다 명성교회와 김 총무간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인지했음에도, '재정난' 때문에 김 총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NCCK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라면, NCCK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잃고 그저 느슨한 교단 연합체에 머무를 것이다. 더구나 NCCK 교단 지형이 보수 우위로 쏠리고 있는 와중이기에 경우에 따라선 거대 보수 교단에 쉽사리 장악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종생 후보의 총무선출이 우려스러운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100년을 맞이하는 NCCK로선 치욕스런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윤석열 정부는 갈수록 무능과 전횡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정부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려 국면전환을 노리는 점은 실로 사악하다. 이런 와중에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NCCK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가 더욱 암담하다. 이 어려운 시절, 예언자적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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