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후임 총무 인선 두고 ‘정체성 혼란’, 교회일치 앞날은?
NCCK 후임 총무 인선 두고 ‘정체성 혼란’, 교회일치 앞날은?
  • 지유석
  • 승인 2023.07.19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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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생 후보 명성교회 유착 논란, 보수교단 입김에 취약점 드러낸 NCCK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NCCK가 이홍정 전 총무 후임 인선을 두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한·독교회협의회 당시 Ⓒ 사진 = 지유석 기자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NCCK가 이홍정 전 총무 후임 인선을 두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한·독교회협의회 당시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홍정 총무 전격 사퇴에 따른 후임 총무 인선을 두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핵심인 ‘교회일치’ 정신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NCCK 총무인선위원회가 지난 14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가 추천한 김종생 목사를 총무 후보로 확정한 게 발단이다. 김 목사는 “9개 회원 교단과 기관이 함께 주체적으로 일하며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총무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잇다르고 있다. 이 같은 반론의 핵심은 김 목사와 ‘명성교회’와의 유착 의혹이다. 김 목사는 ‘글로벌 디아코니아’란 단체에서 상임이사로 활동 중인데, 공교롭게도 이 단체는 명성교회가 설립하고 이사장은 김삼환 원로목사다. 뿐만 아니라 명성교회가 설립한 ‘빛과 소금의집’ 대표도 지냈었다. 

이 같은 전력이 알려지면서 NCCK마저 명성교회 입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실제 예장통합 교단 내부에선 김종생 목사 총무후보 확정 이전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통합총회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김종생 목사를 겨냥, “담임목사직 세습을 지지해 온 의혹에 휩싸인 당사자이고, 따라서 지역교회협의회와 다양한 에큐메니컬 기관과 활동가들에게도 인정 받지 못하는 반쪽 총무가 돼 새로운 에큐메니컬 리더십 형성은 커녕 2024년 NCCK 100주년 기념행사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NCCK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기 시작해 NCCK 청년위는 17일 “김종생 목사가 NCCK 총무로 선출된다면, 교단과 지역교회협의회, 에큐메니칼 사회선교기관들과의 소통과 협력·일치를 근간으로 하는 NCCK에 내부적 혼란이 불가피하며, NCCK가 줄기차게 비판해온 교회의 사유화 문제에 관해서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종생 목사 NCCK 총무 단독 후보 선출에 반대하는 온라인 연서명도 시작했다. 

김종생 후보 이력 논란, 그 너머의 ‘진실’ 

NCCK 이홍정 총무(사진)가 돌연 사의를 표하고 후임 총무 후보의 이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NCCK 정체성에 혼선이 일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NCCK 이홍정 총무(사진)가 돌연 사의를 표하고 후임 총무 후보의 이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NCCK 정체성에 혼선이 일고 있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 같은 논란에 대해 NCCK 측 내부 관계자는 이력 논란과 무관하게 김종생 목사를 단일 후보로 확정한 속사정을 털어 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NCCK 내부 관계자 A 씨는 “전임 이홍정 총무가 중도하차한 선례가 없어 후임 총무 지위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회원교단 마다 견해차가 존재했다. 이 와중에 진보성향 교단은 정관을 두고 옥신각신하기보다 이번 총무가 전임 이홍정 총무 잔여임기 2년을 소화할 중간 성격으로 여겨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일전에 김삼환 원로목사가 NCCK 회장을 맡았었고 당시엔 김 목사가 부채를 탕감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김종생 목사를 총무 후보로 확정한 데에도 이 같은 기대감이 재차 작동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결국 문제는 교회일치 운동의 앞날이다. 현재 NCCK 회원교단 구성을 볼 때, 보수가 우위다. 가장 지분이 큰 예장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다 루터회·기하성 등 군소 보수 교단의 지분도 무시할 수 없다. 

A 씨도 “이전엔 예장통합과 기감이 연대해도 기장 성공회·구세군 등 군소교단이 연합해서 균형을 맞췄지만 현재는 지형이 달라졌다. 보수 쪽이 조금 더 강하다. 같은 군소교단이라 할 루터회나 기하성은 보수적 성향이라서 균형을 잡는데 쉽지 않다"고 속사정을 알렸다. 

그러면서 “앞으론 예장통합과 기감, 특히 기감이 NCCK에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기감은 감독회장 중심체제이고 NCCK 총무와 똑같이 임기도 4년이다. 기감은 교회 연합 단체에서 목소리를 높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NCCK가 그간 유지했던 기조와 궤를 달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이번 총무인선 논란은 비단 김종생 목사의 이력에 국한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보다 거대 보수교단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NCCK 취약성의 일단이 드러난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 경우 NCCK가 최소한 유지해왔던 사회적 역할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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