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또 다시 불거진 이·팔 갈등, 그 끝은 어디인가?
[시론] 또 다시 불거진 이·팔 갈등, 그 끝은 어디인가?
  • 지유석
  • 승인 2023.10.1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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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서안지구 분리로 귀결된 오슬로 평화협상의 역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민간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 Ⓒ 사진 출처 = 워싱턴포스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민간인이 큰 피해를 입었다. Ⓒ 사진 출처 = 워싱턴포스트

또 다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다. 먼저 팔레스타인은 아직 정식 국가 지위를 얻지 못했기에 두 나라라고 하지 않고, '둘 사이'라고 한다. 

둘 사이의 갈등, 특히 무장정파 하마스의 준동과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보복은 안타깝지만 새삼스럽지 않다. 사실 '저러다 또 잠잠해지겠지'란 안이한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건 '정치의 극단화'다. 갈등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미사일을 수 천 발 발사하면서다. 전에는 자살폭탄테러가 긴장을 촉발했다면 지금은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을 간단히 피하는 재래식 미사일이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다. 

팔레스타인은 서로 갈린 상태다. 지중해와 면한 가자와 예루살렘과 닿은 서안지구로. 서안지구는 ‘파타하’가 그럭저럭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자는 무장세력 하마스가 준동한다. 이스라엘 특수 요원들도 가자 지구를 극히 꺼릴 정도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무장투쟁의 원류는 파타하임을 금방 알 수 있다. 파타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즉 PLO의 뿌리이고 야세르 아라파트가 수장이었다. 그런데 아라파트는 1993년 9월 고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오슬로 협정을 맺으면서 폭력 노선을 과감히 버렸다.  

문제는 헤즈볼라, 하마스 등 무장 투쟁정파가 파타하에 반발해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엔 이슬람국가(IS)까지 끼여들면서 안그래도 복잡하기만 한 정세는 더 복잡해졌다. 

이스라엘 역시 오슬로 협정 이후 극단 노선으로 치달았다. 팔레스타인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자치국가 건설이었고, 오슬로 협정은 그 꿈을 이뤄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바로 이 대목이 이스라엘 강경파들의 반발을 샀다. 협정의 주역 이츠하크 라빈은 암살 당했는데, 바로 극우 유대인의 소행이었다. 이후 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가 집권하면서 오슬로 협정은 사문화의 길로 접어 들었다. 

에후드 바락이 잠깐 집권하면서 평화협정을 되살려 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아리엘 샤론, 에후드 올머트 등 후임자들은 유대인 정착촌 등을 밀어 붙이면서 팔레스타인의 설 자리를 드러내놓고 빼앗기 시작했다. 오슬로 협정 이전엔 가자와 서안지구는 연결됐었다. 하지만 오슬로 협정 이후 이스라엘은 둘을 갈라놓았다. 왜 그랬을까? 

한반도·팔레스타인 닮은 꼴 갈등 

팔레스타인에서 활동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조치가 불러온 파국적인 결과를 고발한 이스라엘 저널리스트 아미르 하스는 자신의 책 <가자에서 바다를 마신다>에서 이스라엘의 책략을 고발한다. 

"1993년 중반에 시몬 페레즈는 미국과 유럽에서 온 유대인들과의 비공개 만남에서 팔레스타인 분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독립된' 작은 국가로 만들고 요르단과 연결된 서안지역은 지역 의회가 정착 유대인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자치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1995년 봄에 그것과 비슷한 제안을 거절했지만, 라빈·페레즈 정부는 뒤에 실질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러한 구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즉, 이스라엘은 오슬로 협정으로 들어서게 될 팔레스타인 자치국가를 억제하기 위해 가자와 서안지구를 나누고, 가자를 '고립된 섬' 혹은 '지붕 없는 감옥'으로 만든 셈이다. 

그리고 하마스는 이 지붕 없는 감옥을 만든 이스라엘을 악마화하며 준동하고, 이게 다시 나비효과를 일으켜 이스라엘 정치를 극단화한다. 그래서 베냐민 네타냐후가 극우 정당과 연정으로 컴백(?)한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이렇게 중동평화의 물꼬를 터뜨렸다는 찬사를 받았고, 협상의 주역 아라파트·라빈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줬던 오슬로 협정은 역설만 불렀다. 

중동 정세 불안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도 잠시 잠깐 평화의 바람이 불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보수 강경세력의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현 윤석열 정부에선 드러내놓고 한·미·일 군사공조 강화를 외친다. 북한 역시 강경파에 포획됐고, 중·러와 결속을 다지는 중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남한과 북한. 강경파에 포획돼 갈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운명이 참으로 얄궂기만 하다. 

이 갈등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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