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점 못 찾는 이·팔 갈등, 개신교 복음주의가 부추긴다 
해결점 못 찾는 이·팔 갈등, 개신교 복음주의가 부추긴다 
  • 지유석
  • 승인 2023.10.21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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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팔사태) ‘친이스라엘’ 일변도 미국 정부, ‘우군 자처’ 개신교 복음주의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줬다. Ⓒ 사진 출처 = CNN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줬다. Ⓒ 사진 출처 = CNN

역시 가제는 게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야기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과 이스라엘의 군사 보복으로 어수선한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활주로까지 마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답게' 포옹했다.(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어 바이든 총리는 이스라엘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스라엘은 혼자가 아닙니다. 미국이 있는 한, 영원히 함께 할 것이며, 이스라엘을 결코 혼자 두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의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이스라엘 건국 시점부터 미국은 친이스라엘 일변도였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이스라엘은 지중해와 중동을 이어주는 전략적 요충지였고, 미국은 중동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이스라엘을 적극 활용했다. 

이렇게 강대국이 이스라엘을 지정학적 교두보로 활용한 사례는 저 멀리 로마제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제국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지중해를 거쳐 중동 지역으로 세를 넓혀갔고, 이런 전략에서 이스라엘은 로마 제국에게 중동으로 가는 관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로마 제국은 이스라엘을 침략했고, 식민화에 성공했다. 이 같은 정치적 배경을 알지 못하면 신약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로마 제국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본디오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아 십자가에서 처형당한 이유를 쉽사리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현대의 '로마 제국' 미국으로 돌아와보자. 미국의 친이스라엘 기조는 민주·공화 양당 구조를 초월한다.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여당인 공화당은 당연 찬성했다. 

흥미로운 건 민주당 유력 인사들 역시 부시에 맞장구를 쳤다는 점이다. 대표적 인물이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앨 고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러닝메이트로 지목 받았던 민주당 중진이었으나, 부시 못지 않게 이라크 침공에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유대인이었다. 

바이든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어떤가? 그는 독일계 이민자 후손이었지만 드러내놓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이슬람교·그리스도교 등 3대 종교 성지이고, 그래서 종교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UN 등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특정 일방의 소유로 하지 않았고, 이후 이는 관례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관례를 과감히 깼다. 이런 데에는 유대계였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영향을 끼쳤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서열 제3위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유대인이고, 블링컨 스스로 드러내놓고 유대인임을 알리며 친이스라엘 행보를 노골화한다. 

현 시점의 이스라엘이 성서 속 이스라엘인가?

이런 친이스라엘 성향은 비단 정치권에 국한하지 않는다. 보수 성향이 강한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의 든든한 우군이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바라보는 '이스라엘'은 현 시점에 존재하는 국가적 실체로서의 이스라엘이 아니라 구약성서 기록 상의 이스라엘에 가깝다는 점이다. 쉽게 풀이하면, 관념적 실체로서의 이스라엘을 추종한다는 의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CNN·BBC 등 국제언론들은 이스라엘 시선에서 분쟁 속보를 쏟아내고, 그러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여론이 들끓는다. 

반면 그 보다 훨씬 더 잔혹한 이스라엘의 보복공격, 그리고 무장정파 준동의 원인을 제공한 이스라엘의 폭압적 통치에 대해서는 비판 수위가 낮다. 혹시라도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불온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런 여론전엔 늘 복음주의 개신교가 앞장선다. 

미국 캘빈 신학대학원 신약학과 교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오가며 현지 상황을 가감 없이 전해온 게리 버지 교수는 자산의 책 <팔레스타인은 누구의 땅인가?>에서 이렇게 적은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시카고에 있는 근본주의 성향을 띤 무디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스라엘 지지자와 공동 인터뷰를 했는데, 주최 측의 의도대로 인터뷰가 진행되지 않자 사회자는 중립적인 입장을 버리고 이단이자 하나님의 선민을 배반한 자에게 거친 말을 퍼부었다. 나는 프로답지 못한 그녀의 행동에 할 말을 잃었고 수년간 내 자신이 부인해 온 현실 - 내가 속한 복음주의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그저 이스라엘을 위한 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존적인 도덕 문제로 보고 있다 - 을 자각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이 같은 경향은 한국 개신교 교회, 특히 주류 보수 개신교 교회라고 다르지 않다. 전광훈 목사 등 보수 개신교가 조직한 집회를 한 번 가보라.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이스라엘 깃발은 빠지지 않는다. 이번 이·팔 갈등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이스라엘을 편들며 여론을 호도하는 '가짜뉴스'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지배하다시피 한다. 

국제정치란 넓은 시야에서 볼 때 이·팔 갈등은 그야말로 국지적 갈등에 불과하다. 이·팔 갈등보다 더 해묵은 갈등은 지구촌 도처에 넘쳐나고,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국제언론은 여기에 무관심하고, 되려 이·팔 갈등이 불거질 때면 온 세계가 전쟁의 참화에 빠질 것 같은 분위기를 부추긴다. 여기에 신앙윤리의식으로 무장한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은 친이스라엘 여론을 부추긴다. 

이·팔 갈등이 좀처럼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이 걸림돌이라는 게 실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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