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과학의 유쾌한 조우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신앙과 과학의 유쾌한 조우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 Michael Oh
  • 승인 2023.12.0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가 김영웅 세 번째 신간
발생 생물학으로 신앙 성장 설명

[뉴스M=마이클 오 기자] 진지한 과학자는 신실한 신앙인이 될 수 있을까? 작가 김영웅은 신작 “생물학자의 신앙고백”(선율)을 통해 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다.

김영웅 작가는 신앙과 과학 혹은 문학을 오가며 부지런히 고민하며 글을 써오고 있다. 전작 “과학자의 신앙 공부”와 “닮은 듯 다른 우리”에 이어 세 번째 책이다.

전문 분야인 생물학 연구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공부와 실험실에서의 경험을 통해 신앙 이야기를 풀어간다. 신앙과 과학 사이에서 단순히 도식적인 줄 잇기에 그치지 않는다. 과학자로서 김영웅만이 가지는 벤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를 통해 과학과 신앙의 내밀한 과정과 연결하고 창조적인 통합을 이룬다.

작가 개인이 실험실과 일상 그리고 신앙의 여정을 걸어오면서 씨름한 흔적도 솔직하고도 애절한 언어로 녹아나 있다. 삶의 어느 한 부분도 허투루 대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도전을 용기 있게 마주한 이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과감함이다.

생물학 입문서로서도 매력적인 책이다. 여느 인기 과학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보는 것 같은 흥미진진하고 신선한 생물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입시 교육에 지쳐가는 청소년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는 선물 같은 책이다.

김영웅 작가 전작이 그렇듯 이 책도 답이 아닌 질문, 혹은 열린 이야기를 전한다. 삶도 신앙도 그리고 과학도 고정되고 정해진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작가와 책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되돌아오는 응답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와 성장으로 안내하고 있는지 들어보자.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김영웅 작가 페이스북)
"생물학자의 신앙고백" (김영웅 작가 페이스북)

전문 분야인 생물학에 신앙 이야기를 버무렸다. 어떤 책인가?

"이 책은 발생생물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하고 및 쉽게 풀어 설명한다. 모든 인간의 시작은 수정란이다.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가 수많은 다양한 세포로 이루어진 인간으로 변화하는 이 신비로운 과정을 발생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발생과정처럼 우리의 신앙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던 인간의 마음에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생기고, 그렇게 생긴 신앙은 가만히 있지 않고 성장하고 성숙한다. 그리고 신앙은 예수의 제자로서 정의와 공의를 행하며 건강하게 후대에 모범이 되고, 다음 세대를 살릴 수 있는 모습으로 무르익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우리 몸이 중년에 들어 여러 가지 병이 하나씩 생기는 과정을 떠올리면 되겠다. 즉, 몸의 발생과정과 신앙의 발생과정은 의외로 닮은 점이 많은 것이다. 이 점에 착안하여 수정란 시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전 인생 과정을 서로 비교해 가며 이 책을 썼다."

어떤 이들에게 이번 책을 권하고 싶은가?

"‘남녀노소 누구나’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특히 신앙의 성장, 성숙, 노화, 갈등, 위기, 회복 등을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는 사람 혹은 앞으로 경험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생소한 몸의 발생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신앙의 발생과정까지 알게 되고 성찰하게 되어 통찰에 이르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실제 몸 안에서 일어나는 배아 발생과정을 알게 되면 임신부터 아기의 탄생까지 그동안 몰랐던 신비로운 하나님의 손길과 생명에 대한 경이감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의 청년 시기를 지난 분들은 신앙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일환으로 이 책을 읽어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첫 번째 책에 이어 다시 한번 과학과 신앙의 콜라보다. 과학자로서 신앙, 그리고 신앙인으로 과학을 하는데 충돌은 없는가? 신앙과 과학 혹은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이제 충돌은 거의 없다. 과학이 할 수 있는 일과 신앙이 할 수 있는 일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구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과 신앙이 반대된다거나 아무 상관 없다거나 혹은 똑같은 일을 한다고 여기는 선입견에서 자유로워졌다.

나는 과학을 연구하면서 진화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하나님이 창조주임을 믿는 그리스도인이다. 과학이냐 신앙이냐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가 전혀 없다. 둘은 함께 갈 수 있다. 진리는 과학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은 진리를 더욱 자세하게 조명하고,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앙과 과학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는 이들에게 먼저 두려워하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과학이 할 수 있는 일을 과학이 충분히 하게 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사라지지도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마치 과학을 적대시해야 하나님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신념이다. 그렇게 해서 보호할 수 있는 건 하나님이나 신앙이 아니라 무속적인 신념이자 불신앙일 뿐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어떤 노력으로 지킬 수 있는 존재가 아니지 않은가? 과학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 아니겠는가? 과학은 신앙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하는 소중한 길잡이 역할을 충실히 한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그 증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생명 발생 및 발달 과정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쫓아가면서, ’나’ 혹은 ‘우리’라는 경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도나 헤러웨이가 이야기하는 ‘공-산(sympoiesis)’ 개념도 떠오른다. 뚜렷한 경계와 개체적 존재가 아닌 끊임없이 확장하고 연결되는 공동의 생명과 신앙이라는 관점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주체이기만 존재자나 객체이기만 한 존재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몸의 발생과정에서도 이것은 사실이다.

세포 간의 신호전달은 일방적이기보단 쌍방적이다. 배아로 발생할 부분과 그것을 지지해 줄 부분으로 분화하는 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 몸은 3:5의 비율로 후자에 더 에너지를 할애하는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양적 개념을 전제하면 배아로 발생할 전자보다 후자가 주체인 것 같은 인상까지 풍긴다. 5에 해당하는 후자는 궁극적으로 사라지고 3에 해당하는 전자만 인간으로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발생과정에서 ‘다름’이 처음 생겨나는 순간, 그 다름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이러한 비슷한 과정은 발생과정 전체에서 무수히 많이 발견된다.

사실 나 혹은 우리라는 개념도 단순한 하나라는 숫자로써 설명할 수 없다. 내 안에도 여러 자아가 분열되기도 하고 합일을 이루기도 하지 않는가. ‘우리’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다양성은 이런 관점에서 어느 곳에든 존재한다. 이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비록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가시적이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하나의 몸을 이루는 여러 지체처럼 다양성은 풍성한 하나를 만드는 소중한 존재다. 이를 기독교에 접목하면, C.S. 루이스가 말한 순전한 기독교적인 부분을 제외하곤 (그것마저 제외하면 기독교라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다른 부분은 하나의 커다란 기독교를 만드는 풍성한 지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영웅 작가
김영웅 작가

오랜 미국 생활 후 고국으로 귀국한 뒤 낸 첫 번째 책이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신앙은 아직 외부자로서의 시선도 포함되어 있을 듯한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과 연관해서 소감을 나눈다면?

"그렇다. 외부자라는 단어가 여전히 낯설지 않다. 아직 유효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미국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몸뿐만이 아니라 나의 신앙도 이국을 경험한 것 같다. 나는 아직도 내 인생에 있어 미국을 광야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한다. 나름대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어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가진 신앙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흔들렸었다. 수년의 세월을 거치며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회복되었고 이전보다 하나님을 향한 신뢰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안전하다고 여겼던 보수 장로교 신앙 안에 머물 땐 모든 게 다 좋았다. 그러나 그건 마치 한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인들만 만날 때 얻을 수 있는 안정감 같은 것이었다. 그런 안정감은 외국인이 한 명 들어올 때 쉽게 흔들리고 깨지기도 한다. 내가 안정감이라 여겼던 것은 옹졸함과 편협함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서 깨닫게 되었다. 안에 있을 땐 그 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법이다. 밖에 나와야만 볼 수 있다. 나의 흔들렸던 신앙은 결국엔 더욱 견고한 신앙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을 주도했던 건 외부자 혹은 외부자의 시선을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 믿는다. 자기 객관화는 언제나 중요하다. 자기애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원죄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나는 미국에서 경험했던 그 시선을 잊을 생각도 버릴 생각도 없다. 이 책뿐 아니라 나의 세 권 저서의 공통적이고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단어가 ‘다양성’이라는 사실은 이런 외부자의 시선이 녹아들어 간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껏 출간한 세 권의 책 모두 학문(과학과 문학)과 신앙과 일상(혹은 실존)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록한 고민의 흔적이다. 작가 김영웅의 글은 왜 이렇게 담장을 넘나드는가?

"내 정체성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라고 답하고 싶다. 나는 그리스도인이자 과학자이다. 나를 이루고 있는 비물질적인 것들이 언어를 통하여 활자화된 열매가 내 글이다. 이것이 과학과 신앙의 영역에 대한 나의 답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문학과 일상이다. 진리는 대단한 사건이나 순간에 있기보다는 사소한 일상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마치 ‘도둑맞은 편지’처럼 말이다. 또한 나는 전문 과학자이자 아마추어 문학도이다. 인생의 최저점을 맛보고 난 후 읽기와 쓰기가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문학만이 모든 읽기와 쓰기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철학도 신학도 인문학도 일상도 모두 문학 안에서 발견할 수 있고 또 표현할 수 있다. 문학이 삶인 까닭이다. 이렇듯 과학, 신앙, 일상, 문학에 이르는 네 가지 영역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기에 이 경계를 넘나드는 건 비의도적인 행위, 어쩌면 숙명, 또 어쩌면 나의 한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저작 계획은?

"나로부터 나오는 글은 나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고 내가 가진 것을 담아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책을 쓰게 된다면 과학, 신앙, 일상, 문학에 이르는 네 영역을 아우르게 될 것이다. 내년에 출간을 계약한 대중과학서가 한 권 있다. 발생생물학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풀어 쓰는 책이다. 재미와 유익을 모두 챙기려고 한다.

또한 내가 섬기고 있는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 ‘도스토옙스키와 저녁 식사를’이 지난 9월부터 시작했다. 앞으로 2년간 읽어나갈 작품들에 대한 감상문과 여태까지 써왔던 감상문, 그리고 독서 모임에서 나눠질 얘기들이 풍성하게 다뤄질 책을 계획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