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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고 재해석하는 힙합 정신으로 미국을 보다[인터뷰] 시대의 아픔을 공감하는 래퍼, 1.5세대 한인 제이키 조 (2)

(1부에 이어 계속)

뉴욕에서 한인들과 대화하며 많은 것을 느낀다. 1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주로 자수성가를 자화자찬하거나 자녀 교육을 위해 힘들었던 이민 생활을 견딘 시간을 훈장처럼 이야기한다. 1.5세나 2세들을 만나면 주로 정체성 혼란, 인종 문제, 부모와의 단절감 등의 경험담이 많다. 언제부터 미국에서 지냈는지에 따라 이야기 주제도, 경험의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뉴욕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실제 이야기는 좀처럼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뉴욕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뉴요커는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뉴요커 손에 들린 블랙커피 만큼보다 더 쓰고 아린 맛이 난다. 미국에서도 뉴욕은 정말 특별한 도시이고, 뉴욕에서도 맨해튼은 더 특별한 장소다. 그리고 맨해튼만 아니라 퀸즈에서 살아가는 한인들도 뉴요커다. 환상과 거리가 먼 삶을 산다.

제이키 조는 힙합으로 뉴요커를 현실로 만들어 주고 싶은 래퍼다. 우리가 그동안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아온 백인 뉴요커가 아닌 한인 뉴요커들의 땀내 나는 실상을 들려준다. 힙합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던 건 그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 건 한국 힙합 음악이었다. 청소년 시기 듣던 음악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에 영향을 받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사회 문제를 살피게 되었다. ⓒ<뉴스 M> 경소영 기자

이민자의 진짜 삶을 힙합 음악으로 만든 래퍼 제이키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그가 경험하고 생각한 미국을 담았다. 그가 한인으로 살면서 한국과 미국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와 경험들은 무엇일까. 다음은 제이키 조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민자로 살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살고 있지만, '정의'에도 많은 무게를 둔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안에 살면서 정치에 관여 안하는 건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닐까 고민한다. 당연히 정치에 관심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래야 한다. 실제로 나는 미국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정치에도 관심이 간다. 한국 정치와 미국 정치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고향땅에 자연스럽게 관심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 정치에 관심을 두게 도움을 준 건 한국 힙합 음악이었다. 청소년 시절 DJ DOC 노래와 허니패밀리 노래와 2000년대 초반에 발매된 대한민국이라는 힙합 컴필레이션 음반을 들었다. 의외로 한국 힙합 음악에는 정치적 이슈를 논하는 게 많았다. 미국에 사는 어린 교포로서 그러한 음악을 듣고 정치, 사회 문제를 계속 접하다 보니, 나이를 조금씩 먹기 시작하면서 주요 관심사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가 직접 만든 옷. 대한항공 땅콩 회항으로 알려진 사건을 소재로 디자인해 프린팅했다. 제이키는 이러한 사회 문제를 재해석해 일상으로 만드는 일로 많은 것을 잊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뉴스 M> 경소영 기자

나는 한 가지 주제를 비틀고 재밌게 재해석하는 것이 힙합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샘플링이라는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재해석 아니겠는가. 가끔 이러한 힙합 정신이 사회 문제를 새롭게  보도록 한다. 가령 어떤 사건이나 문제들을 의류로 응용하여 만들기도 한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티셔츠로 만든 것이다. 일상을 재해석하고, 무언가 만들고, 다시 일상으로 자리잡도록 작업하는 게 좋다.

한국 사회를 보며 안타깝게 보는 사건이 있다면?

한국의 많은 문제 중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세월호 참사다. 사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는 아이들이 희생당한 사실이 안타까웠다. 한국에서 이런 일 하루 이틀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탄식했던 것 같다. 그러다 점점 국가적 차원에서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일이 많고, 복잡하게 얽힌 게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크게 분노하기 시작됐다. 너무 안타까워 무어라 설명할 말이 없었다.

미국처럼 나라가 크면 연방 정부에서 못하는 일은 주 정부에서 관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은 국토 규모가 작아서 정부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웃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중요한 화두다. 백인의 땅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국에서 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

동양인이 경험하는 인종차별은 어느 지역에서 자라는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한 친구는 플로리다에서 자랐는데 거긴 한국인이 거의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동양인이 없는 곳에서는 미세한 차별을 계속 경험한다. 뉴욕이라고 다르지 않다. 뉴욕에서도 어느 동네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한다. 한인들이 밀집한 플러싱에는 한국인도 많고 아시안인도 많아서 차별이 별로 없다. 앞서 말했듯이 백인이 거의 없는 학교에서는 백인이 차별을 경험한다.

인종차별은 다수가 있는 곳에서 소수가 늘 불리할 수밖에 없다. 차별도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좋아지고 변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차별이 하루 아침에 변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더 많은 일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변화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지 않겠나.

제이키의 작업실에 걸려 있는 한 그림. 한국에서는 '덩크 슛'으로 알려진 영화 포스터를 친한 친구가 그려서 선물했다. ⓒ<뉴스 M> 경소영 기자

정치적 변화를 이루려면 문화가 더 많이 융성해야 한다. 문화적으로 무언가 형성되면 정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러면 경제적으로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미국 사회도 조금 더 평등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문화가 먼저 융성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기까지 과정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미국에서 흑인들은 힘든 역사의 당사자였다. 차별받았고, 지금도 차별받고 있다. 그런 흑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그에 앞서 대중에게 사랑받아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포츠와 대중문화 등에서 인종을 넘어 세계에서 사랑받는 문화를 만들던 사람들이 있었다. 마이클 조던, 마이클 잭슨 같은 예능, 체육인 사람들이 없었다면 흑인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들의 문화를 접한 세대는 흑인과 관련한 편견이 많이 줄었다. 문화는 결국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해 못하는 것에 두려움과 혐오를 품는다. 이해를 못하니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을 많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무언가 느끼고 생각하도록 계속 노출되어야 한다. 미디어가 정말 중요하다. 더욱 중요해진 시기다. 편견을 낳게할 수도 있고, 깨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사람들도 문화적으로 아시아인을 많이 접해야 할 것 같다. 백인 중심의 미국을 머리에 그리고 사는 아시아인들도 마찬가지다. ⓒ<뉴스 M> 경소영 기자

한국 사람들은 백인 배우를 보고 멋있다고 느낀다. 오랜 시간, 미국 문화를 접하고 자랐기 때문에 선호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미국 사람들도 문화적으로 아시아인을 많이 접해야 할 것 같다. 백인 중심의 미국을 머리에 그리고 사는 아시아인들도 마찬가지다.

동양인들이 사회에서 좀 더 인정받고, 다른 인종에게 받는 차별을 줄이려면 더 많은 사람이 영화나 예술, 특히 티비에서 각광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 세대가 이 사람들을 보고 자라면, 다른 인종에 대한 안좋은 감정이 사라져 갈 수 있다. 그렇게 정치인도 더 많이 나오게 되면, 아시아인들이 당하는 차별을 정치적으로 해결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인종차별 외에도 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문제가 있다면?

이 나라 자체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 가지만 선택해 말하라고 한다면 의료보험 제도를 고르겠다. 세계에서 제일 잘 산다고 자부하는 나라의 의료보험이 어떻게 이 지경인지 알 수가 없다. 미국에 살 때는 잘 모르다가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의료보험의 문제를 더 심각하게 느꼈다.

한국에서 명절에 마늘을 다지다가 손톱을 자른 적이 있다. 병원 응급실에 가서 치료받고 꿰맸다. 치료 비용이 9만원 정도 나왔다. 공짜로 치료받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9만원 밖에 안 들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니까 친구들이 동네 병원 가면 더 싸게 치료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미국에서는 이 정도면 몇 천 불 깨진다. 완전 놀랐다. 그러면서 '미국 의료시스템이 말이 안 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러면서 의료보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의료 회사, 보험사와 정부의 관계,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로비도 알게 되었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

총기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제도 미국에 살면서 직접 경험했다. 아는 형이 총으로 살해 당했고,내 차가 총을 맞은 적도 있다. 잘 알려진 사실처럼 총기 소지가 쉽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 헌법이 몇 백년 전에 만들어 진 것인데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헌법 재정 당시에는 총을 다시 쏘는 데 5분 이상 걸렸다. 시대가 변한만큼 이와 관련한 법들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제이키에게 흑인들이 경험하는 일상의 차별은 친구들이 당하는 차별이다. 그들과 함께 다닐 때 경험하는 경찰 검문은 홀로 있을 때 경험하는 그것보다 더 강력하다. ⓒ<뉴스 M> 경소영 기자

최근 계속해서 불거지는 경찰들의 인종차별도 심각하다. 검문하는 것도 흑인 친구와 있을 때 겪는 것과 혼자 있을 때 겪는 것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낀다. 미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흑인을 볼 때 선입견이 있다. 경험을 통해 생긴 선입견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흑인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고, 경찰과 정부, 언론이 심어준 선입견이 사실인지 돌아봐야 한다.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싶은지 궁금하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아직도 욕심이 너무 과한 것 같다. 쓸데없는 게 너무 많다. 사야하는 것도 너무 많다. 티셔츠 같은 경우 매해 사도록 만든다. 옷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건 낭비고, 소비를 위한 소비다. 

미국은 음식도 엄청 많다. 소화하기 전에 음식을 또 먹는다. 그래야 이 나라가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낭비를 최대한 줄이고, 돈을 벌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해왔던 프로젝트들도 더 진행해 갈 생각이다. 먼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더 알리고 싶다. 올해 트라베카영화제에서 개봉한 '베드 랩'을 더 홍보하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제이키가 제작자로 참여한 다큐멘터리 영화 <BAD RAP>의 포스터

베드 랩은 동양인 래퍼 네 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동양인으로서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미국에서 겪어야 하는 시련과 어려움, 성공을 담은 작품이다. 엔터테인먼트에 종사하려고 하는 다음 세대 아시아인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말 쯤 내년 초 쯤 스트리밍 서비스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스니커즈 부티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제이키는 최근 휠라와 협업안 작업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브루클린의 독특함에서 얻은 영감으로 특색을 잘 살린 제품을 디자인하고 만드는 것이다. ⓒ<뉴스 M> 경소영 기자

스니커즈 부티끄 얼럽나이에서 내가 디자인한 운동화를 낼 예정이다. 스포츠 브랜드 휠라와 협업(콜라보레이션)했다. 이런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하고 싶다. 이 스니커즈 샵은 브루클린에서 30년이 다되가는 좋은 매장이다. 동네에서 가장 특색이 있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을 하는 것이 목표다.

래퍼로서 프로젝트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많다. 믹스 테입 말고 오리지널 트랙도 계속해서 내려고 한다. 지금 '샤방'이라는 싱글이 나와 있는데, 앞서 말한 트로트를 샘플링해서 만든 음악들도 계속해서 제작하려고 한다. (아래 영상은 제이키의 싱글, '샤방' 뮤직 비디오)

유영  young2@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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