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교인과 침례교 전도사의 차이는?
성공회 교인과 침례교 전도사의 차이는?
  • 김기대
  • 승인 2019.05.14 0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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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부티지지(좌)와 황교안(우)
피트 부티지지(좌)와 황교안(우)

2020년 미국 대선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후보군 중에 무섭게 성장하는 이가 피트 부티지지(이하 피트)다. 이름의 발음도 어려워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것을 가르치는 유튜브도 다수다.

그는 누구인가? 올해 초 지지도와 지명도 0%에서 시작한 피트는 현재 7%까지 뛰어 올랐고 모금액도 700만불을 상회했다. 버니 샌더스와 조 바이든의 두 노 정치인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는 민주당 대선 후보 각축전에서 피트가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피트는 차차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지금의 경선을 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전대통령은 피트를 존에프케네디 대통령에 빗대기도 했다.

수려한 외모를 가진 37살의 신예 피트는 현재 인디애나주의 조그만 도시 사우스벤드시장이다. 하버드대학과 영국 옥스포드에서 공부했고 7개국어에 능통한 그에게는 노틀담대학에서 마르크스 사상을 가르치던 ‘골수 좌파’아버지의 피가 흐른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참전군인(중위로 전역)이라는 우파들이 좋아할만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그 중 가장 특이한 사실은 동성결혼을 한 남편과 함께 유세를 다니는 공식적인 동성커플이면서 기독교 신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독실한 성공회 신자로 유세 현장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사도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던 중 풍랑을 만나 잠시 체류했던 몰타(Malta- 성서에서는 멜리데 섬)계 이민자 가정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의 성적 지향성보다 신앙이 가장 흥미로운 주제’라고 했고, CNN은 그를 ‘기독교 좌파의 상징’으로 불렀다. USA Today의 크리스틴 파워스는 “기독교에 대한 피트의 접근 방식은 현재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복음주의와 보수 정치권력과의 밀월관계를 에둘러 비판했다.

피트는 아이오와의 유세에서 반대자가 동성애자인 그에게 “소돔과 고모라를 기억하라”고 소리치자 고맙다고 미소로 화답하며 내 영혼의 상태는 하나님 손에 있지만 아이오와 경선은 여러분 손에 달려 있다라고 재치있게 받아 넘겼다.

또한 그는 우파 기독교인들에 대해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것에 대해 그렇게 많이 말하면서 그가 그렇게 많이 말씀한 것에 대해서는별로 말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성서가 나를 가르친 것을 생각해 보면, 가난한 사람들, 이민자, 이방인, 죄인, 추방자, 그리고 사회의 틀밖에 남겨진 사람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있는 것은 부와 권력에 대한 숭배입니다. 이것은 성서가 전하는 기독교의 메시지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미 대중에게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일상에서는 많이 되오던 이야기지만 공적 영역에서 더 확실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축약번역)

그의 인터뷰 중 나온 이 말은 거의 설교 수준이다. 실제로 그는 이민, 낙태, 총기 규제, 자본주의의 병폐 등에 대해 진보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앞서 소개한 크리스틴 파워스는 짐 월리스, 레이첼 에반스, 제임스 마틴, 리사 샤론 하퍼, 다이아나 버틀러베이스 등 많은 기독교 좌파 지도자들의 공헌에도 불구하고 세속적인 관심이 우선인 언론 매체에서 외면받던 진보적 기독교의 전통을 피트가 일깨우고 있다고 썼다. 피트는 국가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면서도 기독교 신앙이 당신을 진보적으로 만든다는 점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역설한다.

그는 트럼프를 기독교인으로 부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다른 사람의 신앙에 대해 논평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보고 하나님을 믿는 누군가의 행동이라고 믿기 어렵다"며, “부와 권력에 대한 그의 태도는 적어도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에 대한 나의 이해와는 충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2년 전 후보 유세당시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와 결별했었다. 제레미야 목사는 오바마의 결혼식 주례 목사이자 두 자녀에게 세례를 준 20년 동안 다닌 교회의 담임 목사였다. 그러나 제레미야 목사의 정치적으로 과격한 발언으로 오바마는 유세 당시 그와 결별을 선언했다. 복음주의권 목사들은 공공연하게 공화당 후보들을 지지하지만 진보 기독교계는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미국 민주당의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독교 가치관을 전면에 내세우는 피트의 ‘전략’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지만 그의 당당함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의 숫자는 차치하고라도 개신교가 미국의 시민종교로 자리잡은 현실과 한국의 상황을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 대목에서 보수 개신교에 얹혀가는 황교안을 지적안 할 수가 없다. 그가 공공의 장에서 내뱉는 말은 증오와 혐오로 가득차 있다. 분열과 전쟁을 부르는 폭력적인 언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버렸다. 누구도 죽이겠다고 하지 않는데 그는 죽음을 불사한단다. 안철수의 백팩은 대장정이라는 그의 전략과 어울리기라도 했지만 황교안은 어울리지 않는 백팩을 매고 저자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는 석연찮은 이유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면서도 애국과 전쟁을 이야기한다.  중위로 전장을 누빈 피트가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과 대비된다. 

그의 행동과 발언에서 기독교 가치관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는 동일한 언행을 일삼는 목사들과 한 패가 되어 위선적인 기도의 모습을 연출한다. 피트는 제일 좋아하는 구절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마태복음 6장 5절,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아라. 그들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네 상을 이미 다 받았다”라며 언론 앞에서 기도하기 좋아하는 보수정치지도자와 종교 지도자들을 비판했다. 최근 황교안의 행보와 일치한다.

황교안 피트 두 사람 모두 차기 대통령 당선은 커녕 당내 경선도 통과하기 어렵다. 하지만 피트는 자기만의 색깔을 내면서 자기의 진보적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반면 황교안은 ‘안티(반대)’의 논리로만 일관하고 있다.

한국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공개 연설 중에 신앙을 고백하라고 황교안에게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부처님 오신날 법회에 참석해서 보여주고 말았다. 그는 합장하지 않은 것이 신앙고백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이웃 종교에 대한 예의다. 오히려 기독교 모임에서라도 그의 신앙관을 솔직히 드러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킹메이커가 되고 싶어하는 회칠한 자들의 기도만 받으려 든다면 더 없이 비겁한 일이다.  ‘동성애 반대’, ‘타종교 배척’ 같은 진영 논리가 아니라 자기의 신앙 색깔을 보여주어야 한다. 단순히 무엇에 반대하는 기독교 가치관을 넘어 어떤 것을 지지한다는 차원의 기독교 세계관을 피력하는게 그를 지원하는 보수 기독교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런 의견을 천명함으로써 다른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도 짐작할 수 있게끔 비기독교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태도다. 

그는 노회해 보이지만 한국 정치인 기준으로는 젊은 나이축에  낀다. 차기 후보군 중에서도 이낙연 김부겸 박원순 유승민 보다 어리다. 피트처럼 차차기를 노려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을 확실히 보여주고 전도사인 자신의 신앙에 당당해야 한다. 이명박이 서울시를 봉헌했듯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떳떳하게 이야기 하고 나서 보수 기독교인들의 표를 기대하라. 아니면 이명박보다도 신앙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황교안도 들어서 알지 않겠는가? ‘이명박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말이 얼마나 모욕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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