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윤석열 새정부 성공을 위한 제언 
시론] 윤석열 새정부 성공을 위한 제언 
  • 지유석
  • 승인 2022.05.10 0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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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복·언론장악, 두 가지 유혹에서 벗어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대국민연설을 통해 임기 5년을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 청와대 화면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대국민연설을 통해 임기 5년을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 청와대 화면갈무리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우리 국민은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그리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중략)

그러나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대국민연설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 스스로 지적했듯, 문재인 정부는 시민들의 촛불에 힘입어 탄생했다. 

시민들이 바란 건 다른 게 아니었다.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만연한 부패의 고리를 끊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사뭇 소박한 소망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퇴장을 바라보는 심경은 사뭇 씁쓸하다. 무엇보다 정권 연장에 실패해서다. 더구나 정권교체의 주인공이 문 대통령 스스로 촛불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치켜세웠던 윤석열 신임 대통령이란 점은 문 정부의 퇴장에 쓴맛을 더한다. 

새 대통령이 꾸릴 새정부는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인물들만 놓고 보면 ‘이명박-박근혜 시즌2’다. 도대체 이런 사람들을 고위직에 앉혀 놓고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의아스럽기 그지 없다. 

이뿐만 아니다. 대통령집무실 이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에 새 내각은 인사청문회 단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일찌감치 ‘소통령’을 예약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향후 행보도 우려를 깊게 한다. 

게다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가장 대표적인 공약은 정작 새정부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이런 와중에 윤 당선인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역 언론의 취재단 구성을 불허하는가 하면, 지방선거 출마자를 일정 내내 대동해 선거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주의 존중하지 않는 신임 대통령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신임 윤석열 대통령이 전혀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임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시점부터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했고, 이 같은 태도는 당선인 신분으로 보낸 2개월 동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공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지도자의 독재성향을 감별할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두 저자는 1)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고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3) 폭력을 용인허거나 조장하고 4) 언론의 자유를 포함해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정치 지도자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으로 5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갈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거나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는 태도는 이미 익히 봐왔다. ‘북한 선제타격’ 운운하는 발언에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마저 불사하겠다는 경향도 드러났다. 언론의 자유를 검증하는 대목에선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신임 윤 대통령은 인수위 활동 과정에서 매체를 차별하는 행태를 보였고, 새 대통령 집무실 출입기자 등록 신청을 받으면서는 기자의 재산정보나 북한 거주 가족 정보를 요구했다가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에 오래 몸담으면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검찰 출입기자단에 익숙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문제는 이런 식의 언론 운영은 대통령과 국민의 언로를 막고, 되려 기자단을 스피커 삼아 지도자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만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런 편향적 언론관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익히 봐왔다. 

지난 4월 윤석열 당시 당선인은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았다. 이때 인수위는 지역신문의 취재단 구성을 불허해 지역 언론인들의 원성을 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지난 4월 윤석열 당시 당선인은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았다. 이때 인수위는 지역신문의 취재단 구성을 불허해 지역 언론인들의 원성을 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윤 대통령의 언론관을 근거로 미루어 짐작하면, 지난 보수정권 보다 더한 시절이 올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퇴임사 말미에 이렇게 당부했다.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합니다.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나마 도드라진 점이 있다면, 비판 언론에 관한 한 아무런 통제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과의 소통이 소홀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지만, 일부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에 대해 사후적인 해명에 중점을 뒀을 뿐 언론의 자유를 존중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우려와 기대의 감정을 넘어 윤석열 새 정부는 10일 닻을 올린다. 

부디 두 가지만 당부한다. 먼저 정치보복은 금물이다. 그리고 언론에 대해 그 어떤 통제도 가하려 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새정부가 이 두 가지만 잘 지킨다면 대한민국은 분열을 극복하고 좀 더 앞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신을 존중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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