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유통업자들
복음 유통업자들
  • 정준경 목사
  • 승인 2023.01.0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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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경 목사
정준경 목사

 

예전에 우리 교회는 건물 지하에 작은 공간을 세를 얻어서 교회당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건물주 아저씨는 크리스천이 아니어서 저를 만날 때마다 “목사님, 요즘 사업 잘되세요?”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아저씨가 보기에 교회는 종교 사업을 하는 곳이고, 담임목사인 저는 사장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교회를 잘 모르는 분에게 목회는 사업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도 어렵고 해서 “덕분에 잘됩니다.”라고 인사하곤 했습니다.

그날도 교회당 앞에서 아저씨를 만났는데, “목사님 요즘 사업 잘되세요?”라고 하셔서 “네, 덕분에 잘됩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목양실로 올라왔습니다. 목양실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저씨의 말처럼 제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복음 유통업”입니다. 저는 복음 유통업자였습니다. “유통업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저는 유통업을 잘하려면 제품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후 교우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 건물주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가 지금 복음 유통업을 하고 있습니다. 유통업을 잘하려면 제품이 좋아야 하는데, 우리 교회의 제품이 무엇일까요?” 교우들은 이구동성으로 “목사님의 설교”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목사님이 설교를 잘해야 우리 교회의 복음 유통업이 잘 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틀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동네 사람들이 저의 설교를 들으려고 예배당에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배당에 나와서 들어보지도 않은 설교를 어떻게 좋은지 나쁜지 알겠습니까? 교우들이 “그럼 우리 교회의 제품이 무엇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우리 교회의 제품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교회에 다니는 우리 교우들을 보고 교회에 나올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우들의 삶이 복음 유통업의 승패를 좌우하는 “made in 교회”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생각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교우들에게 이 말씀을 수없이 반복해서 가르쳤습니다. “우리 삶이 메이드 인 교회, 즉 교회에서 예수님이 만들어낸 제품입니다. 우리가 바르게 살아야 우리 동네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을 수 있습니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예수님에게 한 것입니다(마 25:40). 이웃들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우리 이웃을 예수님이라고 생각하고 대하세요. 우리가 예수님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않을 테니까요. 목사에게 잘해서 복 받으려고 하지 말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해야 합니다. 명절이면 목사에게 선물하지 말고, 경비 아저씨, 계단 청소하시는 분들, 신문 배달하시는 분들,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선물하세요.”라고 가르쳤습니다.

얼마 후부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교회에 새로 등록하는 교우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등록하는 교우들에게 어떻게 작은 지하 교회를 찾아왔느냐고 물었더니 부동산 아저씨들과 미용실 아줌마들이 그 교회 좋은 교회라고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부동산 아저씨들과 미용실 아줌마들은 크리스천이 아니었습니다. 교회에 한 번도 와보지 않았던 분들이 어떻게 알고 좋은 교회라고 소개했을까요? 메이드 인 교회인 우리 교우들의 삶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몇 달이 지난 후 예배당이 있는 건물 계단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찾아왔습니다. “목사님, 나 어제 교회에 나갔어요. 우리 딸도 데리고 가서 둘이 처음으로 예배했어요. 여기는 집에서 멀다고 딸이 안 온다고 해서 집 앞에 있는 교회로 갔어요. 나도 이제 예수님을 믿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저는 어떻게 예수님을 믿을 생각을 하셨느냐고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교우들은 그 아주머니에게 교회에 다니라고 전도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교우들이 아주머니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었고, 아주머니는 그 사랑이 고마워서 교회에 다녀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저는 권사님들에게 꾸짖듯이 말했습니다. “어떻게 아주머니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도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수 있습니까?” 권사님들은 아주머니의 구원을 크게 기뻐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저희도 예수님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었지요. 그런데 목사님이 전도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삶으로 전도하라고 하셨잖아요. 전도하면서 말은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하라고 가르치셨잖아요. 우리는 아주머니를 위해서 날마다 기도했어요.” 목사들은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됩니다. 성도들은 그 말대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저도 아주머니를 위해서 날마다 기도했습니다. 수도 없이 예수님을 믿으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참았습니다. 아주머니의 마음이 열리면 복음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주머니가 스스로 교회를 찾아간 것입니다. 그 후로 아주머니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고, 집사님이 되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 유통업자들입니다.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교회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도록 세상의 마케팅 전략을 따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좋은 예배당에서 아름다운 찬양을 관람하며(?) 부담을 주지 않는 감동적인 설교로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교회의 사명이 아닙니다. 교회의 사명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만드는 것이고, 예수님의 제자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다.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죽으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답게 바르게 살아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예수님을 믿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교회가 역사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희생적인 사랑을 실천할 때 세상을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준경 목사 / <서울 우면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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