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총정리] 사기극 분명해진 ‘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 사업
[이슈총정리] 사기극 분명해진 ‘세계 최대 예수상’ 건립 사업
  • 지유석
  • 승인 2023.02.12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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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배’ 구실한 한교연·맘몬주의, 사기극 부채질…한교연 ‘묵묵부답’
137m 높이의 세계 최대 예수상을 짓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국기독교기념관의 실체가 점차 사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 한국기독교기념관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137m 높이의 세계 최대 예수상을 짓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국기독교기념관의 실체가 점차 사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 한국기독교기념관 홈페이지 화면갈무리

137m 높이의 세계 최대 예수상을 짓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국기독교기념관의 실체가 점차 사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간 취재 결과 확인한 내용을 되짚어 보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먼저 천안시가 이미 지난해 4월 건축허가를 취소했음에도 한국기독교기념관은 8개월 뒤인 12월 착공 감사예배를 드렸다.

여기에 기념관의 본질은 봉안당 사업인데, 한국기독교기념관 측이 이를 부풀려 홍보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게다가 황학구 이사장이 한때 사찰 대표였으며, 그가 대표로 있던 사찰은 천안시 입장면 일대에 종교시설 건축허가를 득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부지는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부지와 겹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단법인 한국기독교기념관 사무실이 대전 서구 소재 황 이사장 자택이며, 이미 대전 둔산경찰서가 고소고발을 접수해 황 이사장을 수사 중인 사실도 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급기야 천안시가 9일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재단법인 한국기독교기념관이 서북구 입장면 연곡리 일원에 지하1층, 지상3층의 종교시설·종교집회장 건축허가만을 득한 상태에서 총사업비 1조800억 원이 소요되는 다수 편의시설과 봉안시설이 포함된 기독교 테마파크를 홍보하고 사전분양을 하면서 허위·과장광고 논란을 일으켜 왔다”고 알렸다. 

이어 ⓵ 2018년 10월 재단법인 한국기독교기념관이 높이 32m의 예수상을 건립하기 위해 천안시 서북구청에 공작물 축조 신고를 했지만, 서북구는 예수상을 건축법령에서 정하지 않은 공작물로 판단하고 신고서에 대한 불가를 통보했고 ⓶ 재단법인이 득한 종교시설 용도 건축허가는 건축물 착공신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지난해 4월 취소됐으며, 언론에 보도된 높이 137m 예수상도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못 박았다. 

천안시는 그러면서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진행과 관련 투자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 발생과 사업추진 현황을 문의하는 사례가 있어 분양피해나 투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쯤되면 이 사업은 사기극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기자가 이 문제를 취재하기 전까지 개신교계 안에서 137m 예수상 건축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사상 최악 스캔들 전락한 137m 세계 최대 예수상

천안시는 이미 2021년 10월 입장고속도로 변에 설치된 한국기독교기념관 불법옥외광고물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었다. 그런데도 한국기독교기념관 측은 세계 최대 예수상 착공 감사예배를 드리는 등 홍보를 멈추지 않았다. Ⓒ 사진 = 천안시청 제공
천안시는 이미 2021년 10월 입장고속도로 변에 설치된 한국기독교기념관 불법옥외광고물에 대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했었다. 그런데도 한국기독교기념관 측은 세계 최대 예수상 착공 감사예배를 드리는 등 홍보를 멈추지 않았다. Ⓒ 사진 = 천안시청 제공

먼저 한국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교회연합(아래 한교연)이 사업 홍보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교연은 지난해 12월 단체 총회를 열고 7대 중점사업을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한국기독교기념관 건축이었다. 이전에도 한교연은 재단법인 한국기독교기념관과 업무 협약을 맺는 등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을 적극 홍보해 왔다. 

한교연 송태섭 대표회장은 “한국기독교기념관 이사장 황학구 장로는 분명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다음세대에 꿈을 주기 위해 이일을 시작했다. 이 기념관이 기념비적으로 세워져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세계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며 한껏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잘 알려진대로 2012년까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보수 개신교계 연합체의 맹주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금권선거·이단논쟁 등으로 주류 교단이 탈퇴하기 시작하면서 한기총은 유명무실해졌고, 2012년 대체기구로 한교연이 생겼다. 

이렇듯 한교연은 유력 보수 개신교 연합체로 손꼽히는 단체이고, 따라서 한교연의 개입은 기독교 테마파크 사업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하지만 사기 의혹이 짙어지면서 한교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교회에 팽배한 맘모니즘(물신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상당수의 목회자들이 ‘큰 목회’를 궁극적인 목표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 말하는 ‘큰 목회’란 엄청난 규모의 교회 건물에서 수 십 만 명 성도를 운집시켜 설교하는, 그런 목회를 말한다. 

물론 목회에 ‘뛰어든’ 목회자 전부가 이런 목표를 갖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경향이 강하다는 말이다. 

실제 여의도순복음교회나 명성교회, 사랑의교회 등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대형교회(메가처치)는 전적으로 한국만의 현상이고, 이들 교회를 담임했거나 하고 있는 고 조용기 목사나 김삼환 목사·오정현 목사 등은 교계에서 롤 모델로 추앙 받는다. 또 ‘큰 목사님들’ 역시 교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결국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은 이런 물신주의에 편승하기 딱 알맞은 ‘아이템’인 셈이다. 

큼지막하고 으리으리한 교회 건물 혹은 세계 최대 규모 예수상을 짓는 게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는 게 예수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올바른 길이다. 이는 예수 스스로 설파한 가르침이다. 

신약성서 ‘마태오복음’ 7장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지금 내가 한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 마태오복음 7:26 (공동번역 성서) 

한국기독교기념관 사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모래성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교회 137년 사상 최대 수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물신주의에 젖은 지금의 모습에서 발걸음을 돌이키지 않으면, 이런 비슷한 사기극은 또 벌어질 것이고 한국교회는 허망하게 ‘낚일’ 것이 분명하다. 

다시금 허망하게 속아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지난해 12월 5일 있었던 한국기독교기념관 홍보관·세계 최대 예수상 착공 감사예배 당시 쏟아진 말의 성찬들을 아래 기록으로 남긴다. 

"한국기독교기념관의 건립을 발표하고 나니 여러 가지로 방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느헤미야가 끝까지 성전을 건축해낸 것처럼,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포기하지 말고 이뤄내길 바란다. 끝까지 한교연이 함께할 것" - 한국교회연합 송태섭 목사 

"오늘 홍보관 및 예수 조형물 건립 착공식은 저희가 기도하며 준비해 온 사업의 지극히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 모두기 기도하고 그려 온 모습을 현실로 보여주게 되어 뜻깊다. 더 험한 고갯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모든 걸 하나님께 맡기고 의지하면 책임져 주실 것" - 한국기독교기념관 황학구 이사장

“기독교가 전래된 지 150년이 채 안 됐지만 이 같이 성장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자 복이었다. 기념관은 그러한 은혜를 입은 우리가 하나님께 겸손히 나아가는 곳이 될 것이다. 성도들의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대한민국에 수많은 교단이 있는데 결집할 장소가 없었다. 하나님께서 답답하시니 황학구 장로님을 지명하신 것 같다. 전 세계인들이 와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영광을 돌리는 기념관이 되길 축복한다." -. 한국기독교인연합회 대표회장 심영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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