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이중직과 관련된 오해 (1)
목회자 이중직과 관련된 오해 (1)
  • 김태훈 목사
  • 승인 2023.08.12 0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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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이중직

이중직 목회자(또는 두 직업 목사, Bi-vocational Pastor)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오늘은 그중에 하나만 다루겠다. 그것은 바로 목회자가 직업이 두 개일 때만 이중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목회만 하고 아내가 직장생활을 통해 생계 수입의 일부를 버는 경우에도 이중직이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유급 목회자로 봉사하면서 동시에 다른 개인적인 소득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양현표 교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견해인데,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이중직 목회자의 조사내용을 [한국성결신문]에서 발췌 했습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이중직 목회자의 조사내용을 [한국성결신문]에서 발췌 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 목회자 이중직을 반대했던 이재철 목사도 두 직업 목사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분의 아내 정애주 사모도 홍성사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목회자 중에 이중직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목사를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다 이중직 목회자가 아닐까? 정재영 박사가 쓴 『강요된 청빈』에 제시된 통계에 따르면, 한국교회 부목사 월급의 전체 평균은 158만 원이다. 20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사례로 받는 부목사는 전체 부목사 중 29%에 해당한다. 나머지 71%는 200만 원도 못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5인 가족을 기준으로 법원이 인정하는 2023년 최저생계비(기준중위소득60%)가 3,798,413원이라는 것이다. 부목사 사례의 상위 29% 속한 사람들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많다. 현실이 이러한데, 목사의 아내가 일을 하지 않고서 부목사의 사례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이중직을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가? 한국교회가 (부)목사들에게 이중직을 하지 않을 것을 강요할 수 있는가?

나는 2015년 2월에 신대원을 졸업하자마자 전임 사역지를 구했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교회였다. 그런데 사례가 130만 원이었다. 처음에 깜짝 놀랐다. 동네 보습학원에서 초등학생을 일주일에 4~5일을 가르치며 학원강사로 일해도 200만 원은 주는데, 130만 원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다. 돈만 놓고 생각하면 편의점 알바보다도 못한 금액이었다. 게다가 당시 아내는 둘째를 낳고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이 심했다. 그래도 출퇴근 차비 문제만 해결이 되면, 어떻게 버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담임목사님께 교회 차량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기름 값 지원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하며 나에게 다른 교회를 알아보라고 했다. 그 후 나는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학원강사를 하며 두 직업 목사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수년간 내가 두 직업 목사로 살아가면서 체험적으로 깨닫게 된 것은 생계형 이중직은 임시적이어야 하고, 목사는 교회의 충분한 지원 속에 목양에 집중하는 한 직업 전업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우선 물리적으로 둘 다 제대로 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진짜 잠까지 줄여가며 열심히 했지만, 결국에는 학원에도 폐를 끼치고 교회에서도 열매를 보지 못했다. 둘째로, 생계형 이중직은 목회자로서의 마음의 자세와 소명 의식을 흐트러뜨리기 때문에 쉽지 않다. 물론 목회자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돈을 위해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다가 교회에 와서 목양에 집중하기가 정서적으로 쉽지 않았다. 목사로 살아가는 소명을 붙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중직의 삶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나의 간절한 바람과 소망은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전업 목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라는 맥락에서 이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냥 빚지고 가난하기를 결단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한 직업 전업 목회를 결단했다. 나는 목회를 집중해서 하고 싶은 마음에 학원을 그만두고 전임사역자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래도 사례를 꽤 주는 교회에 부임했는데도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때마다 시마다 도우시는 하나님의 택배크로스를 경험했다. 원래대로라면 3년간 부목사로 일하며 큰 빚을 졌어야 맞지만, 신기하게 그렇게 큰 빚을 지지는 않았다. 하나님의 도우심이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내가 전업 부목사를 하는 동안 하나님께서 내 가정을 도우시는 형태가 이중직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내도 육아 때문에 직장을 3년간 휴직한 상태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도우신 방법은 목회 이외에 여러 가지 다른 일을 맡겨주신 것이었다. 그중의 하나가 신학 번역이고 다른 하나는 신학 영어를 포함한 여러 강의 사역이었다. 이게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지금쯤 파산하여 길거리에 나앉았을 것이다.

나는 이중직을 선택하거나 그리로 내몰린 분들을 존중하며 응원하고, 반대로 (정말 쉽지 않겠지만) 가족이 가난을 결단하고 소명을 쫓아 한 직업 목사의 길을 가시는 분들도 존경한다. 왜냐하면 둘 다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할아버지 목사들이 나타나서 이분법적으로 극단적인 자기 생각을 피력한다. 휘둘리지 말고, 그 정신만 받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참고만 하자. 하나님께서는 두 직업 목사의 길도 한 직업 목사의 길도 동일하게 인도하신다.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전업 목사가 되는 것이다.

생존을 걱정하지 않는 전업 목사가 되는 게 어려우면 생계형 이중직 보다는 자비량 이중직 목사가 되어야 한다. 이건 이중직으로 내몰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견실한 목회를 위해 이중직을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중직을 떠올리면 생계형만 떠올리는데 그렇지 않다. 자비량 이중직도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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