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is he so angry?”
“Why is he so angry?”
  • 지성수 목
  • 승인 2023.09.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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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역전에 가면 야바위꾼들이 있었다. 좌판에다 종지를 엎어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서 어느 종지 안에 주사위가 있는지 맞추는 게임이었다. 게임이라지만 실지로는 눈속임이다. 어수룩한 시골 사람 정신을 빼놓아서 돈 버는 것이다. 분명 휘휘 돌아가는 종지 안에 주사위가 들어 있는 걸로 '믿었는데, 그게 아무 종지에도 들어 있지 않았으며, 나중에 자기 편 종지를 들 때 슬쩍 굴려 넣는다는 걸 어수룩한 사람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종지를 쫓아다녀 봐야 야바위판에는 주사위가 없는 것이다. 야바위판 종지가 휘휘 돌아가는 순간 주사위는 이미 야바위꾼의 소매 속이나 손바닥에 있는 거다.

종교가 자칫하면 이 세상과 다음 세상, 영혼과 육체를 놓고서 야바위를 하는 꼴이 되기 쉽다. 종교의 나와바리는 형이하학에서 형이상학으로 지상에서 영원까지 워낙 넓어서 무엇이 진리인지 무엇이 사기인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기꾼들의 숙주가 되기 딱 좋은 곳이다.

야바위꾼은 손놀림으로 하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혀로 한다. 설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난다. 그런 까닭에 설교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제법 치밀한 논리와 확신을 가지고 설교를 한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공허하고 관념적인 언어로 말장난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야바위가 되는 것이다.

장터의 야바위꾼들 큰소리로 호객을 하는 것처럼 설교자들은 종종 확신에 넘쳐서 소리를 지른다. 예배를 때 목사들이 왜 그렇게 설교 시간에 소리를 지르는지 듣기가 괴로울 때가 있었다. 내 눈에는 목사의 큰 소리 설교에 익숙해 있는 신자들이 오히려 이상해 보였다. 애가 타는 입장에서 부르짖는 집회 현장이 아니고는 요즘 세상에 큰 소리를 지르는 곳이 어디 있는가? 호주나 미국에서는 목사가 설교 중에 톤을 높이는 예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반면에 흑인들은 설교 할 때 소리를 많이 지른다.

흔히 대화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벗어나는 행동으로 간주되어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목사들은 왜 설교 중에 함부로 목소리를 높이고 핏대를 세우는가? 조용조용히 해도 하나님은 잘 알아 들으시고 사람들도 알아듣는다.

어느 선교사 아들이 안식년 때 한국에 와서 예배에 참석했다가 소름이 돋고 머리가 쭈뼛쭈뼛 선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었다. 교민 가정의 한 아이가 한국에서 온 목사가 설교를 하는데 예배에 참석해서 설교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까 엄마에게 “Why is he so angry?” 라고 해서 웃긴 적이 있었다.

설교 시간에 큰 소리치는 것은 한국 사람이 대체로 논리적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이라서 큰 소리를 칠수록 호소력이 있다는 생각에서 나올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개신교 전래가 부흥집회 위주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 개신교회의 예배는 전례적 특성보다는 집회적 성격이 강하다. 초기 선교 당시 집회 환경이 육성 위주였고 그것이 계속 쌓이고 반복되다 보니 설교의 톤의 올라가고 성량이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소리 질러대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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