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미달 정상적 현상
신학교 미달 정상적 현상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3.11.1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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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한국의 모든 신학대학이 미달되었다고 한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신학대학은 결코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 아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신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머리 좋아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돈 많이 벌고 성공하려는 쪽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나? 그런 사람들이 직업적 종교인이 되겠다고 신학을 지원한다는 것은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도대체 남을 위해 살겠다는 길에 경쟁이 있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인가?

그러나 현실은 남을 살기는커녕 교회에서 내가 밥을 벌어 먹는 것조차 어렵다. 그러므로 이런 길을 전국적으로 수 만 명이 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세스가 아닐 수 없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신학교육은 결과를 전혀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불량산업인 셈이다. 새로운 유저가 늘지 않고, 기존 유저의 이탈이 늘어나는 게임을 ‘존망겜’이라고 한단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다행스러운 곳이 있다. 바로 한국 기독교이다. 지금 한국 기독교는 ‘존망교’이다.

오랫만에 신학교 동기생을 만났더니 내 이름이 몇 명의 행방불명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했다. 이것은 그들과 연락이 없었기에 당연한 일이다. 신학교 출신이면 대부분이 교회 안에서 사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나는 ‘교회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교회 밖’에서 세월을 보낸다고 해서 모두 ‘교회 밖’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몸은 ‘교회 밖’에 있어도 마음은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그들은 신학적으로 그렇게 밖에 사고하지 못하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세상 속에 존재하는 신앙’의 훈련을 받지 못하고 ‘교회를 위해서 존재하는 신앙’ 훈련만을 받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 ‘일하는 목회자들’이라는 구룹에 가입자가 2만명에 달했다. 그런데 그곳에 올라와 있는 글의 내용을 보면 세상 속에서 어떻게 교회가 존재해야 하는 문제의식 보다는 대부분이 이중직을 하면서 먹고 사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바로 신학적 훈련의 부족 때문이다.

교회는 나의 고향이고 돌아가야 할 곳이지만 돌아갈 고향이 사라지듯이 지금 사라지고 있다. 나의 관심은 교회 안에서 밥을 벌어 먹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밥을 벌어 먹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 있다. 왜냐하면 그래도 그 곳에 기독교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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