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 모르고 치는 사기
자기도 모르고 치는 사기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3.10.11 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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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을 만나서 오래 이야기를 하면 아내가 “또 무슨 사기를 치려고 하느냐?”고 농담을 한다. 나는 안다. ‘내가 사기군’이라는 것을.....왜냐하면 세상에 좋은 말은 다 하면서 그대로 살지 못하니 사기꾼의 사기꾼의 조건이 충분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작은 것이라도 상대방에게 이익이 되는 일은 있어도 나에게 이익이 되고 상대방에게 손해가 되는 사기를 친 기억은 없다. 그러나 진짜 사기꾼을 만나도 믿어 주는 것처럼 해야 하는 직업이 있다. 목회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런런 것도 사기라면 사기일 것이다.

교통사고에는 보험이 있지만 인생에는 보험이 없다. 그래서 어떤 이들을 종교라는 보험을 들고 좋다고 남들에게도 열심히 선전도 한다. 아마 이 세상에서 종교보험처럼 목숨을 걸고 영업을 하는 보험도 없을 것이다. ‘영원’이라는 유사 상품을 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명백한 사기다. 희랍어로 된 계약서 원본에 있는 ‘영원’이란 뜻은 질적 개념이지 양적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 세상의 제한적인 가치에 대하여 영원한 가치를 말하는 것이지 시간적으로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죽어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고 선전하는 시중의 기독교는 완전 가짜 보험 상품을 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심각한 문제는 상품을 팔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파는 상품이 가짜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불행의 씨앗이 심겨진 것은 기독교의 신앙이 형성되고 전파되던 당시에는 희랍의 세계관이 세계를 지배하는 풍토였었기 때문이다. 희랍 세계관의 골자는 이원론이었다. 그러므로 초기 기독교에서는 이원론적인 세계관에서 시작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기독교를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잠깐 빌려 쓴 이 안경이 그대로 얼굴에 달라붙어서 끝내 떨어질 줄 모르게 된 것이 비극을 넘어 코미디가 되었다.

원효 대사 이후 한국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이신 다석 유영모 선생님은 ‘오늘’을 ‘오~! 늘’이라고 했다. 다석에게 임시는 없었고 영원만 있었다. 오늘 하루를 살아도 영원을 사는 것 같은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다.

8,90 년대 유행하던 민중가요 중에서 가사가 하도 비장해서 지금도 가끔 떠오르는 '철의 노동자'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 중에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구절이 있었다. 물론 그 가사는 노동자의 열악한 삶을 한탄하며 단 하루를 살아도 인간으로서 누릴 권리를 누리며 편안한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나타내는 가사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가사가 단 하루를 살아도 참 인간으로서 살고 싶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죽음에 대한 인상적인 속담으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것이 있다. 영원을 사는 사람은 오늘로 목숨이 끊어져도 아쉬울 것이 없다. 왜냐하면 이미 영원을 살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고 싶어서 연습을 하고 있다. 유물론적인 기독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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