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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사랑하는 디자이너, 한인 커뮤니티 정체성 움 돋는다인터뷰] 젊은 한인 창작집단 '크리에이트' 대표 이상인 씨
이상인 씨는 ‘딜로잇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Associate Creative Director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다. ⓒ<뉴스 M> 경소영

[뉴스 M (뉴욕) = 유영 기자] 한글은 매력적인 글자다. 젊은 한인 디자이너에게도 한글이 주는 매력은 분명했다. 디자인에도 많이 활용하기 기대하며, 계속 연구하고 적용해 가려고 노력한다. 뉴욕 맨해튼에서 이러한 활동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 있다. 미국의 유명 디지털 컨설턴트 업체 ‘딜로잇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Associate Creative Director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이상인 씨다. 

이상인 씨 개인적으로는 연말을 맞아 한글의 미를 살린 예술품과 같은 달력을 디자인해 사람들과 나누기도 한다. 그는 직접 서체를 만들기도 했다. 달력에는 그가 만든 ‘쌩스터 고딕’ 체를 사용했다. 한글 사랑이 특별한 건 그 안에 담긴 우리의 정체성과 세계관, 문자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진 탓이다. 

직접 제작한 서체로 한글 달력을 제작하기도 했다. ⓒ<뉴스 M> 경소영

한글을 디자인과 예술로 표현하는 노력은 단순한 개인 작업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뉴욕 지역 젊은 한인 예술가, 디자이너를 모아 창작집단 ‘크리에이트’(K/REATE)를 조직했다. 크리에이트는 1년에 세 번(삼일절, 광복절, 한글날) 정기 전시를 진행한다. 한글날을 우리의 특별한 정체성으로 꼽은 것이다. 한글날 전시는 한글을 이용한 작품은 물론, 한글에 담긴 의미를 표현하는 작업으로 특별히 기획한다. 

크리에이트의 한글 사랑은 디자인과 예술 작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우리말로 선명한 내용을 담아 시민들과 나누기도 했다. 시국선언과 시민들의 행동이 이어지던 지난 11월, 시국성명과 함께 시국 작품을 선보였다. 잠시 한국 일정이 있던 이상인 씨는 이 작품을 광화문 앞에서 펼치고, 뉴욕의 젊은 한인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크리에이트가 제작한 시국 작품.

이상인 씨와 크리에이트의 꾸준한 노력이 이어진 시간도 벌써 5년째다. 이들의 노력은 큰 의미가 있다. 다양한 민족이 뒤엉켜 살아가는 뉴욕에서 우리 정체성을 풀어가고 묶어내는 디자인과 예술은 정체성과 독립성을 부여하는 까닭이다. 연합국을 강조하는 미국에서 독립적 개인이 강조되어 정체성과 독립성은 이민자와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차별과 분노의 시대가 미국에 열릴 것으로 많은 이가 예측한다. 한국도 흔들리는 세계의 흐름에서 촛불로 어두움을 밝히고 있다. 정체성과 독립성, 소통과 이해를 위한 이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사다난, 어두었던 2016년을 마무리하며 디지털 디자이너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이상인 씨를 <뉴스 M>이 만나 보았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특별한 한글 사랑을 볼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한국인으로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한국에는 많은 발명품과 문화유산이 있다. 정말 대단한 게 많다. 디자이너로서 그중에서 가장 위대한 유산이 한글이라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은 정말 대단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아닐 수 없다. 크루들을 데리고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만들기 어려운 문자라는 체계를 만들었다는 데에 어마어마한 존경심이 든다.

한글은 표음 문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음을 표기할 때 구조적으로 어떻게 결합이 되고 유래가 어떤지를 살피면, 너무나도 과학적이다. 거기에 전체적인 과정이 효율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거기에 정체성과 철학이 문자에 담겼다. 훈민정음 처음 구절이 이렇게 시작한다. 문자와 글이 서로 중국과 달라서 뜻이 맞지 않는다. 결국, 한글이 생기면서 한국이라는 정체성이 정의되었다고 생각한다. 브랜딩 측면에서 봐도 철학을 담고 있는 서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한글이 없었다면 중국과 모호한 관계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화 식민지로 전락한 상태로 지냈을 것 같다.

디자이너로서 발전시키고 연구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트에서 한글 전시를 기획한 이유도 같다. 문화라는 게 탄생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거기 멈춰있으면 안 된다. 발전시켜야 이어지고, 의미가 퇴색하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하는 전시와 작품의 질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꾸준히,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뉴스 M> 경소영

중국은 타이포그래피 역사가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요즘 디자이너들이 꾸준히 발전, 변형하게 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한글은 근현대를 거치며 별 발전이 없었다. 그래서 고민했다. 한글을 발전시키고 싶었다. 다양한 분야에 있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한글문화 저변을 넓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크리에이트 동료들과 함께 관련 전시를 시작한 이유다. 

비록 우리가 하는 전시와 작품의 질이 아주 높지는 않아도 꾸준히, 꾸준히 이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한번 ‘빵 ‘터뜨리고 소비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꾸준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이어나간다면 깊이가 더 깊어질 것이다. 다양한 방면으로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크리에이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2011년 말부터 시작했으니, 5년 정도 됐다. 시간이 빠르다. 뉴욕에 있던 SVA(School of Visual Arts) 한인 학생회 성향이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모여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쉽게도 학생회나 여러 한인 학생 모임이 근데 그런 성향 단체는 아니었다. 

젊은 그룹을 찾아다니며, 주변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일일이 리크루팅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거창하게 가는 분위기였다. 대단한 그룹인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조금 후에 알았다. 다들 직장인이거나 학생이었다. 자발적 참여자들인데, 이게 너무 심각하면 유지가 안 되겠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같이 재미난 일들을 하는 친구 컨셉으로 바꾸었다. 지금도 크리에이트 사람들이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잘 놀다가 삼일절, 광복절, 한글날 중요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평소에는 무겁지 않게 모이며, 즐겁게 지낸다.

잘 놀다가 삼일절, 광복절, 한글날 중요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평소에는 무겁지 않게 모이며, 즐겁게 지낸다. ⓒ<뉴스 M> 경소영

한국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이나 연락은 없는지 궁금하다. 외국에서 한인 예술가, 디자이너가 모인다면 관심이 많은 단체도 있을 법한데, 어떠한가.

몇 번 정도 함께 작업하거나 기획을 진행하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에 함께 한 적이 있다. 윤디자인이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 서울과 뉴욕에서 동시에 전시회를 열었다. 하지만, 콜라보레이션은 잘 안 한다. 지금 예를 든 경우는 좋은 사례이지만, 유명인이나 정치인 등과 잘못 엮이면 방향이 잘못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진행한다면 크리에이트 팀원들과 논의하면서 고르고 골라 진행하려고 한다.

필요한 재정은 팀원들이 1/n로 나눠서 부담한다. 다들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혼자 했다면 이러한 프로젝트는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하는 프로젝트다. 대략 한 번 진행하는 데 개인당 100달러 정도를 낸다. 그 정도 금액을 투자하고, 성취감을 함께 공유한다. 만약, 진행비로 누군가에게 5000달러를 일방적으로 받아 의존한다면, 독립성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 우리 생각하는 방향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시국선언과 작품을 크리에이트 팀원들과 함께 발표했다. 과정이 궁금하다. 

일단, 이번 사태는 좌우를 떠난 문제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 사안을 크리에이트라는 이름으로 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20명 이상의 활동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서포터는 40명 정도 되는 단체다. 이 안에서 내 의견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내부 커뮤니티에 시국선언과 작품 제작을 하자는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많은 사람이 참여하겠다고 답글을 달았다. 사실 뉴욕 한인 사회에서 몸 사리는 분위기가 다분하다. 보수 성향의 친구와 관계자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다. 

예술가라면, 진정한 대가라면 지금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아닌, 어떻게든 사회가 담고 있는 모순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뉴스 M> 경소영

진보 보수가 아니고 옮고 그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진영 논리로 가는 것도 맞지 않다고 보았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시대의 의무라는 게 있으니 말이다.

예술가라면, 진정한 대가라면 지금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아닌, 어떻게든 사회가 담고 있는 모순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시대정신 없이, 자신만 뜨고 싶어 하는 작가도 있다. 정말 별로라고 본다. 자기 작품으로 유명해지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서, 유명해진다면 그 사람에게 가치를 실어주는 사람은 뭐가 되겠나. 작품을 했다고 다 가치 있는 건 아니다. 어떠한 예술이든지 이면에 담긴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국작품을 가지고 한국에 다녀왔다. 사람들의 반응과 집회를 본 심정은 어떠했나.

그 당시에 회사 일도 있고, 친구 결혼식도 있어서 한국에 방문했다. 꼭 참여하고 싶어 시위 일정에 맞춰 일정을 조정했다. 이번 집회에 관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외국인 친구도 있었다. 그 친구는 ‘쿠데타라도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무섭다’고 반응했다. 

그런데 나는 너무너무 기분 좋았다. 월드컵 이후로 자발적으로 뭉치는 모습 아닐까 생각했다. 함성은 새로운 사회를 희망하는 목소리였다. 사람을 죽이자는 게 아니다. 사회를 살리자고 사람들이 거리에 선 것이다. 서로 웃고 마음껏 소리쳤다.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시국작품을 가지고 광화문에 나갔을 시기가 흔히 ‘깃발 경연대회’ 이야기가 막 나올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작품처럼 손으로 직접 만든 큰 사이즈 작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이 특이하게 보고, 사진 찍고,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그런 공유가 너무 좋았다.

미국도 격동의 시대를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하는 증오와 갈등의 시대가 열렸다. 소수 민족으로 느끼는 위기감이 있는지 궁금하다. 

유학생 출신이라 감이 잘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투표 결과로 백인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인지, 그걸 깨달았다. 인종 문제가 제대로 불거졌다. 백인들은 유색인종을 싫어한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그들의 보수성이, 인종 학살은 아니지만, 싫어한다는 기조가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무섭다. 인종에 따른 유리 천창이 표면화될 수도 있다.

박근혜와 그 세력들이 국가를 망친 것처럼, 미국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진 심각한 인사들이 내각에 임명될 것 같다. 당연히 차별사회가 오지 않겠는가. 이민법, 비자 등에서도 악영향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인으로 자라 한국 사회에 관심이 적은 한인 2세대가 많다. 이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세 친구들을 보면 모두 한국 사회에 다 관심이 있다. 뿌리가 한국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어. 이들이 관심을 잃는 건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면서 시작되기도 한다. 유학생과 괴리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미국 시골에서 살다가 온 한인 2세들도 있다. 이들도 뉴욕으로 유학을 온 것인데, 한국 유학생에게 차별이나 무시를 받는 일이 많다. 가령 한국인이 한국 말을 왜이리 못하냐고 놀리고, 친구 사이에 끼워주지 않는 경우도 보았다. 그러니 그냥 미국 사회로, 미국 친구들하고만 지내며 한국과 멀어진다. 

그러한 2세들에게 그냥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면 안 가질 것 같다. 알아서 좋아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우회적으로 우리 문화가 멋지다는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결국 문화적인 부분에서 완충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한인 2세, 3세 친구들에게 한글도 재밌고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말이니까 써야 해’라고 강요하기보다 문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있으면 좋겠다. 내가 있는 곳에서 내 일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에 작게라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완충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한글도 재밌고, 멋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뉴스 M> 경소영

유영  young2@newsnjoy.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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