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은 초심을 잃지 않으셨죠?
목사님은 초심을 잃지 않으셨죠?
  • 정준경 목사
  • 승인 2023.02.07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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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경 목사의 우면산 아래서

교회에서 소그룹 모임을 하는 중에 한 형제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초심을 잃지 않으셨죠?”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저는 초심을 잃은 것 같습니다. 개척 교회 시절에는 예수님의 저의 전부였습니다. 예수님밖에 자랑할 것이 없었고, 예수님밖에 의지할 분이 없었습니다. 하루 종일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찬양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한 성도가 새로 오면 온 세상을 얻은 듯이 행복했습니다.

그때 저는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조금씩 커질수록 저에게 예수님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입으로는 여전히 예수님이 전부라고 말하지만 예수님 말고도 자랑하는 것들이 많아졌고, 예수님 말고도 행복한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너무 바빠서 예수님을 묵상하고 찬양할 시간이 없는 날들도 있습니다. 새가족이 오면 여전히 좋습니다. 그런데 교우들이 몇 명 안 될 때처럼 온 세상을 얻은 듯이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새가족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초심을 잃었습니다.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그날 저는 저의 부끄러운 진실 앞에 서게 되었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가 계속 목회를 해도 될까요?”


요한계시록을 찾아 에베소 교회에 보내신 편지를 읽었습니다. 에베소 교회는 참 좋은 교회였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을 위해서 참고 견디면서 게으르지 않고 수고한 교회였습니다. 성경적으로도 건강해서 거짓된 교리를 가르치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은 건강한 교회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음 사랑을 잃어버렸습니다. 여전히 예수님을 위해서 수고하고 건강한 신학적 지식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예수님을 처음 사랑한 것같이 사랑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초심을 잃은 것입니다. 주님은 그들에게 회개하고 첫 사랑을 회복하라고 하셨습니다. 만일 회개하지 않으면 촛대를 옮기시겠다고 경고하셨습니다. 아무리 예수님을 위해서 열심히 사역을 하고, 교리적으로 건강해도 사랑을 잃은 성도와 교회는 주님께 의미가 없었습니다. 조금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혀 의미가 없었습니다.

주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바람이 나오지 않는 선풍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소리가 나지 않는 마이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사랑하며 살지 않는 성도들이 그렇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처음 사랑을 잃어버렸는데 제가 어떻게 주님의 기쁨이 되며, 저의 목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겉으로는 여전히 경건한 목사인 것처럼 행동했지만, 저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무대 위에서 연기한 배우였습니다. 이것을 주님은 ‘외식’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로 계속 목회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에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담임목사가 무책임하게 교회를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먼저 제가 초심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며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초심을 회복하려면 주님의 은혜가 필요했고, 주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받으려면 정직과 겸손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진실을 회피하지 말고 정직하고 겸손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일을 줄였습니다, 매주 열 개씩 인도하던 소그룹 성경공부를 세 개로 줄였습니다, 책을 읽는 것도 줄였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줄이고 골방으로 들어가서, 책 대신 기타를 들고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목회를 더 잘하는 목사가 아니라,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목사가 되게 해 달라고 필사적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주가 흘렀습니다.

그날 새벽 기도회를 가려고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님이 제 얼굴에 주님의 얼굴을 대시고 “굿모닝? 잘 잤니?”라고 인사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주님은 저에게 사랑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 다음 날도 새벽에 눈을 떴는데 주님이 얼굴을 가까이 대시고 누워 있는 저에게 “굿모닝? 잘 잤니? 사랑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주님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멈추었습니다. 저는 “제가 주님을 더 사랑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주님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주님을 미치도록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더 사랑하고 싶으면, 예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먼저 묵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더 사랑하려고 애쓰지 말고, 예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깨달으려고 하면 됩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깨닫게 되면 우리는 예수님을 뜨겁게 사랑하게 됩니다.

목회자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명은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럼 내 양을 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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