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랑하는 거 아세요?
제가 사랑하는 거 아세요?
  • 정준경 목사
  • 승인 2023.02.17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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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경 목사의 우면산 아래서

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믿음이 좋은 집사님이 남편을 전도했습니다. 그때는 교우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한 가족 같았습니다. 모든 교우들이 그 형제님의 구원을 위해서 기도했었는데, 드디어 형제님이 교회에 나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 모두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뻐했습니다. 형제님은 착하고 성실한 남편이었습니다. 평생 처음 교회라는 낯선 곳에 나왔지만, 교회의 모든 사역에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특히 봉사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해서 땀을 흘렸습니다. 교회에 출석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새벽기도회까지 참여했습니다. 누구보다 교회를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내가 왜 이제야 예수님을 알게 되었는지 지나간 시간이 아깝다.”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점점 믿음이 무럭무럭 자라나서 집사 직분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부터 교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 있나 보다 했었는데, 계속 나오지 않아서 아내 집사님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내 집사님은 제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설교 시간마다 그 남편 집사님을 표적으로 책망하는 설교를 해서 상처를 받아 교회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몇 사례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설교 시간에 특정 성도님을 염두에 두고 설교한 적이 없습니다. 설교자가 어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집사님은 예배에 나오는 성도님들이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예배에서 그 말씀이 적용되는 사람은 자기뿐이라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듣고 보니 그렇게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며칠 동안 열심히 기도를 했지만 저는 정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집사님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우리는 몇 주 만에 어색한 얼굴로 만났습니다. 집 마당에 집사님의 차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집사님에게 드라이브 좀 가자고 했습니다. 즉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원래는 집에 들어가서 예배를 드리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단둘이서 드라이브를 하게 된 것입니다. 목적지도 없었습니다. 그냥 무작정 차를 끌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집사님은 운전을 하시고 저는 조수석에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질문을 했습니다. “집사님, 제가 집사님을 사랑하는 거 아세요?”

갑작스러운 저의 질문에 집사님의 놀라시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잠시 후 집사님은 “네, 알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럼 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기적처럼 갑자기 차 안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화목하게 하시는 성령님의 은혜 속에서 긴장했던 우리 두 사람의 마음이 풀어진 것입니다. 표적 설교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집사님은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금식하느라고 배고팠다며 얼른 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신나게 웃으면서 집사님의 집으로 와서 밥을 먹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을 보내고 아내 집사님은 불안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웃으면서 돌아와서 밥을 달라고 하니까 아내 집사님도 기뻐하며 정성껏 밥을 차려주셨습니다. 그때 먹었던 밥이 세상에서 가장 달고 맛있었습니다. 집사님은 지방으로 이사를 갈 때까지 다시 열심히 교회를 나오며 신앙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날의 사건은 저에게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합니다.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의 목회에는 제가 어리석고 미성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때로는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제가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제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성도들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악한 의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악한 의도가 없었더라도 제가 지혜롭고 신중하지 못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저의 잘못입니다. 저는 교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목회자는 회피하지 말고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처는 대충 덮어두면 점점 더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직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성령님은 진리의 영이십니다. 거짓된 방법을 사용하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겸손해야 합니다. 성령님은 교만한 사람을 사용하신 적이 없습니다. 목회자가 정직하고 겸손하기만 하다면 교회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 성도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이 없이는 아무 유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정말 사랑하니?” 그리고 저 스스로에게 “나는 그 성도님을 정말 사랑해.”라고 대답할 수 있으면 찾아갑니다.

교회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교회에서는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사랑이 부족한 것이 진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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