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많은 동네.
말이 많은 동네.
  • 지성수
  • 승인 2023.03.0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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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사도행전(18)

아둘람 온라인 공동체는 ‘말이 많은 동네’이다. 설교를 듣기만 하는 시중의 교회들이 ‘귀만 발달한 동네’라면 토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둘람에서는 담화(시중에서는 설교라고 한다)를 10분 기준으로 하고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40호봉 목사인 내 순서도 4개월에 한 번 정도 차례가 돌아온다. 담화후 토론을 하는데 대부분은 건강하고 유익한 토론을 하지만 가끔 사고가 나기도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듣기 어려운 방법으로 말을 하는 사람 때문이다. 

이게 

예수는 자주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귀 없는 사람이 없는데 이게 뭔 소리인가? 듣고 싶어 하지 않거나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마 예수 당시에는 바리새인들은 예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을 것이다.

토론하는 공동체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말하는 습관이나 내용들을 대강 파악하게 된다.  말하는 것 뿐만 아니라 듣는 것에도 전문가가 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누가 말을 시작할 때 들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을 시작할 때부터 듣고 싶지 않은 사람도 생기게 된다. 즉 마음으로 귀를 닫는 것이다.

어떤 경우 일까? 내용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하는 방법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지루하거나, 장황하거나, 주제에 벗어나거나, 가르치려 하거나,  전문지식을 내세우거나,  뻔한 이야기거나 하는 경우라면 자연히 들을 귀를 닫게 되는 것이다.

대면이 아니라 모니터를 통해서 보더라도 매주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에 대하여 잘 알 수 있게 된다. 누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의 구조나 성격 등이 들어나게 된다. 그러므로 자연히 자기 주장을 많이 할수록 자기를 더 많이 들어내게 되어 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것에 열중하여 자신의 말을 통하여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들어나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결론적으로 남들은 자신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데 자신만 모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잘하면 자신이 훤히 들어나 보이는데 자신은 전혀 자신에 대하여 모를 수도 있는 미묘한 종인 것이다. 

서양 격언에 "세상에는 할 말이 있어도 못하는 사람과 할 말이 없는데도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의 두 종류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대화에서 항상 중요한 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할 말'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자기는 하고 싶지만 남들은 듣고 싶지 않은 말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기는 강조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겠지만 같은 말이 반복되는 말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온라인일 수록 '자나깨나 말조심'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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