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혁명가의 음료?
커피는 혁명가의 음료?
  • 류태희
  • 승인 2023.03.2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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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의 커피 이야기) 빨간 커피? 파란 커피?

커피에 대해 배우기 시작할 한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1902 세워진 손탁호텔이라 들었다. 손탁호텔은 1902 고종이 지금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자리에 세운 2층짜리 서양식 호텔로 앙트와네트 손탁이라는 구한말 활동한 독일계 러시안 로비스트(?) 의해 운영이 되었다.

호텔의 1층에 자리 잡은 곳이 바로 한국 최초의 커피 하우스라는 것이다. 하지만 손탁호텔은 사실 일반 사람들이 드나들 있는 장소가 아닌 대한제국 외교 무대로서의 장소이었기에 한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라 부르는 것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의 드나듦과 커피하우스의 정체성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커피가 예멘에서 발명되고 오스만 제국을 통해 유럽 각국으로 퍼지게 되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커피가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커피 하우스라는 공간을 생성된다는 것이다. 메카에도 콘스탄티노플에도 그리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에서도 커피의 지나가는 길을 따라 커피하우스들이 생성되기 시작하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포도주와 맥주에 의해 헤롱과 몽롱 사이에서 하늘에 떠서 살았던 사람들에게 커피하우스는 커피라는 각성제를 통해 땅에 딛고 사는 현실적인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깨닫게 주었다. 그렇게 각성된 개인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과 말을 나누며 사람들은 근대와 계몽의 길을 열게 되었다.
 

어느 커피하우스에서는 자본주의가 싹트고 어느 커피하우스에서는 근대문화가 싹트고 어느 커피하우스에서는 근대 철학이 세워졌다. 한마디로 커피하우스는 근대 사람들의 공론장이며 혁명의 요람이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커피하우스의 정체성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 약과 파란 약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정체성에 어울리는 한국 최초의 커피 하우는 1928 이경손과 앨리스 현에 의해 세워진 "카카듀"라는 커피하우스다. 카카듀란 이름은 연극운동가이자 영화감독 이경손이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오스트리아 극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희곡 “푸른 앵무새”에서 앵무새라는 프랑스어 “카카듀”를 따왔다고 한다.

사실 이경손은 카카듀의 얼굴마담이었고 실재 사장은 앨리스 현이었다. 앨리스 현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알려지지 않은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자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혁명가이고 경계인이자 희생양이었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목사이자 독립운동가 현순(그의 이미지는 개인 의견이지만 문익환 목사와도 겹친다) 맏딸로 하와이에서 태어난 최초의 코리안 아메리칸이었으며 미국 공산당 당원으로 사회주의 운동을 했으며 미군정에서는 통역관으로도 일하며 평생을 독립운동과 민족해방운동에 헌신했지만 미국과 남한에서는 공산당원이자 독립운동가란 이유로, 마지막에 선택한 북한에서는 박헌영과 함께 미국의 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숙청되었다.

그렇게 역사 속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으로 너무나도 슬프게 잊혀져 버렸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돌베개에서 나온 정병준 “현앨리스와 그의 시대”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렇듯 카카듀란 커피하우스의 정체성은 조선의 독립과 근대화 그리고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여전히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활동무대였던 것이다.

근대의 커피하우스는 커피라는 마신다는 각성 행위를 통해 근대적 주체를 정립해나가는 장소이자 사람들의 생각과 말들이 모여 새로운 생각과 언어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공론장이자 혁명의 장소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커피하우스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금도 여전히 공론장이자 혁명의 요람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미 인터넷 세상에서는 각종 카페라는 이름으로 커피하우스가 하던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많은 공간들이 있다.

하지만 카페들에는 커피가 제공하던 각성제 역할을 하는 무엇이 보이질 않는다. 인터넷 공간 속에 지어진 가상 카페에서 우리는 각자의 생각과 말을 섞고 싸우고 다듬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있을까? 그러면서 가상 공간을 혁명의 장소화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리고 커피하우스에서 우리는 어떤 커피를 마시고 각성하게 될지가 너무너무 궁금하다. 빨간 커피? 아님 파란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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