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맛은 평등해, 그러니 쫄지마!
커피맛은 평등해, 그러니 쫄지마!
  • 류태희
  • 승인 2023.10.18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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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의 커피 이야기)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손잡고 동네 밤산책을 할 때 맡았던 재스민 꽃향 같은 커피

저는 커피를 정말 좋아해요”라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분을 만나면 정말 기분이 좋다. 그런 분에게는 물어보게 된다. “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 그럼 대부분의 분들의 대답은 “커피를 좋아는 하는데 커피맛은 몰라요. ㅎㅎㅎ 돌이켜보면 나도 예전에 그런 적이 많았다.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가 있다. , 내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 지를 몸은 이미 알고 있는데 그것이 언어로 표현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고, 그런 분들은 커피맛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커피와 내가 좋아하지 않는 커피의 맛과 향이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지 않을 뿐이다.

 

인간이 느낄 있는 맛은 불과 개에 불과하다. 신맛, 단맛, 쓴맛, 짠맛, 감칠맛과 서너 가지 마이너 맛들이 우리가 느낄 있는 맛의 전부다. 가지 맛에 다양한 향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다양한 맛을 표현할 있다. 커피의 맛도 크게 부분으로 분류된다. 커피는 기본적으로 쓴맛의 바탕 위에 신맛과 단맛이 붓과 물감이 되어 그림을 그린다.

그중 가장 종류가 많은 것이 물감을 역할을 하는 신맛이다. 신맛은 커피의 캐릭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신맛은 재스민, 장미 같은 꽃향과 카모마일이나 홍차 같은 티향, 그리고 블루베리, 딸기 같은 베리향, 그리고 건포도 같은 말린 과일향, 그리고 사과, 자두, , 포도 같은 과일향, 오랜지나 레몬 같은 감귤류의 , 그리고 구연산, 사과산 같은 식초향, 그리고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발효된 신맛이 주요 신맛계열이다. 그리고 신맛은 아니지만 허브나 야채의 향과 맛도 커피라는 그림에 쓰일 있는 물감 부분이다. 이런 맛들은 보통 약배전(라이트로스팅) 커피에서 즐길 있다.

그 다음 느낄 있는 커피의 맛은 단맛이다. 단맛은 자체로 느끼기도 하지만 커피의 다양한 향에 같이 묻어 나오는 , 향이라는 물감이 캔버스 위에 어떻게 표현되는 지를 표현하는 맛이다. 단맛은 흑설탕, 캐러멜, 바닐라, 또는 메이플시럽 같은 맛으로 표현이 된다. 단맛은 중배전(미듐로스팅) 이상의 볶음강도를 가진 커피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단맛은 약배전커피의 과일향이나 감귤류의 달달한 또한 중요한 단맛의 부분이다. 단맛은 아니지만 땅콩, 아몬드, 호두 같은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나 코코아나 밀크초콜릿 같은 쌉싸래하면서도 달달한 또한 단맛처럼 커피 향의 질감을 드러낼 있는 주요한 부분이다.

커피를 표현할 쌉쓰르함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듯, 쓴맛은 커피의 기본바탕과도 같은 맛이다. 기본 같다는 말은 마치 그림에서 물감을 제거하면 남는 것이 캔버스이듯, 커피의 향이 제거되면서 남는 마지막 맛이 쓴맛이라는 것이다. 쓴맛의 개성에 따라 화선지나 도화지나 캔버스나 천위에 그린 그림처럼 다른 느낌의 커피가 된다. 쓴맛은 커피콩을 오래 볶을수록 많이 나온다. 커피콩은 많이 볶아질수록 콩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향이 제거되며 카라멜라이징 과정을 거쳐 단향이 입혀지는데 그러다 보니 쓴맛은 커피의 고유의 향이 많이 제거되고 단맛이 입혀진 강배전(다크로스팅) 커피에서 가장 즐길 있다. 다크초콜릿 같은 맛이 쓴맛의 대표적인 맛이고 또한 강배전 커피에서 느낄 있는 탄향이 주는 스모크 향이나 쏘는 후추나 넛맥 같은 향신료의 향도 부분이라 있다.

커피의 맛과 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유는 각종 발효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커피가 생산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커피 산업이 거대해지면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언어들이 상업적인 이유로 생성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언어는 와인의 소믈리에처럼 커피 생두와 원두의 품질을 결정해야 하는 큐그레이더 같은 전문가나 커피 전문 바리스타 강사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현실에서 진심으로 커피를 즐기는 우리가 굳이 알아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어느 분야에 대해서 전문 지식이 없고 전문적인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해서 분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미리 재단하고 검열하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문가와 우리 사이에 위계가 생기게 되고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권력관계가 형성되면 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언어를 포기하게 되고 우리의 기호와 선호에 대한 선택마저 전문가에게 맡겨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된다. 상대가 전문가라고 쫄지말자! 어차피 전문가도 혀로 느낄 있는 맛의 종류는 정해져 있고 코로 느낄 있는 향도 나이 먹어감에 따라 무뎌진다. 그들이 그들이 독점한 그들만의 언어로 커피를 표현한다면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로 커피를 마시고 표현하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중 하나는 인사동에서 마셨던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커피다. 나는 커피의 맛을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저녁식사와 달달한 후식을 먹고 같이 손잡고 동네 밤산책을 맡았던 재스민 꽃향' 같다고 기억을 한다. 그냥 커피맛은 각자의 언어로 표현하면 된다. 누가 어떤 커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그냥 좋아하는 커피를 마셨을 때의 나의 느낌을 나의 언어로 표현하면 된다. 그래야 커피 앞에서 우리는 평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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