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적 개입을 기다릴 때 마시는 커피
메시아적 개입을 기다릴 때 마시는 커피
  • 류태희
  • 승인 2024.03.09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태희의 커피이야기) 무산소 발효 커피

얼마 전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이동환 목사를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 출교 시켰다는 뉴스를 보았다. 교파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흑역사를 갱신해 가는 한국 개신교계의 꾸준함에 새삼 감탄할 뿐이다. 다양함이, 다름이 아직도 존중받지 못하고 혐오와 배제의 대상으로 끊임없이 전락하는 이런 사건들이 지금 내가 사는 시대에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너무 사랑해서 미워한다거나 너무 좋아해서 멀리 한다는 역설 같은 것으로 이해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마치 어느 순간 ‘하늘’이라는 단어와 내가 느끼는 하늘사이에 너무나 커다란 간극이 있어 눈앞에 있는 ‘하늘’이 하늘에 이르지 못하고 아래 시궁창으로 처박혀버리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 때면 이런 현실에 균열을 있는 그런 존재를 기다리게 된다. 발터 벤야민은 이런 현상을 메시아적 개입이라고 불렀다. 부조리한 세상을 부조한 세상으로 드러낼 있는 사건을 기다리게 된다. 지금의 질서가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있는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존재, 사건, 시간은 끊임없이 나에게 다가오고, 순간순간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게 된다. 그것이 비록 이단의 이름으로 나에게 올지라도 나는 차라리 ‘정통’이나 ‘절대’나 ‘보편’이라는 이데아보다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내리고 비하하는 사이비의 이름을 택하고 또한 끊임없이 버릴 것이다.나는 메시아적 개입을 기다릴 이런 커피를 마신다.

커피는 커피 열매 안에 들어있는 커피씨앗을 볶은 것이다. 커피콩을 얻기 위해서는 커피를 수확해서 껍질과 과육과 무실라지라 불리는 점액질 그리고 커피씨앗을 감싸고 있는 파치먼트(씨방) 벗겨내야 한다. 그것을 벗기는 방법에 따라 전에 말했듯 커피는 크게 내추럴과 워시드란 가공방식으로 나뉘는데, 사실 가공 방식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가 커피 생두가 가지고 있는 품종에 따른 맛과 향의 차이보다 차이를 느끼게 한다.

간단히 말하면 내추럴은 강수량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자연 건조방식으로 커피 열매를 말린 과육과 점액질을 제거하는 방식이고 워시드는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자연건조가 어려워 커피 열매를 물에 담가 불려서 과육과 점액질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내추럴과 워시드의 중간에 있는 방식을 펄프드 내추럴이나 새미 워시드라 불리다 지금은 허니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허니 프로세스는 과육과 점액질을 어느 정도 제거하고 물에 불리느냐에 따라 안에서 여러 이름으로 나뉜다.

이렇듯 커피콩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육과 점액질을 제거해야 하는데 과정에 발효가 일어나 커피콩의 맛과 향에 영향을 준다. 발효가 커피의 맛과 향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이용해 나온 커피가 무산소발효커피(Anaerobic Fermentation). 무산소발효 커피가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발효과정이 커피의 맛과 향에 미치는 영향이 언제나 우리 상상의 범위 바깥으로 우리는 이끌기 때문일 것이다. 무산소 발효커피는 때로는 같기고 하고 수정과 같기도 하고 열대과일이나 오래 숙성된 베리류의 풍미를 풍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무산소 발효커피는 맛과 향이 정해지질 않고 질서에 포함되질 않는다. 어쩜 그래서 무산소발효커피는 이단과도 같은 커피 일지도 모른다.

 

이런 무산소발효커피가 생각날 때가 있다. 바로 정통과 정도와 질서에 균열을 내고 싶을 때이다. 그런 균열을 내는 존재가 아주 작게라도 드러날 때이다. 그런 균열이 가져오는 무너짐의 소리가 아주 작게라도 시작될 때이다. 오늘은 무산소발효 방법 하나인 탄산침용(Carbonic Maceration) 방법으로 발효한 콜롬비아 커피를 내렸다. 탄산침용은 와인발효방식을 커피에 적용한 방법인데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커피과육과 점액질을 커피씨앗과 같이 발효하는 방식이다. 콜롬비아 커피 하면 누구나 좋아하는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교회오빠나 누나같은 ‘좋은 커피’의 대명사이지만 탄산침용 발효를 거치면 호불호가 갈리는 하지만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같은 ‘나쁜 애인’이 태어난다.

태희의 커피이야기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grimmcoffeela.com 을 방문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구매도 가능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