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이 높아져서 걱정.
수준이 높아져서 걱정.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3.06.07 0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 사도 행전(25)

아둘람에는 강호의 인재들이 모여든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진지하게 길을 찾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점점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꾸준히 하향 평준화를 시도했지만 잡히지 않는 물가처럼 토론의 질이 자꾸 높아져 갔다.

중세 가장 깊은 신비주의와 영성을 정립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에게 한 신학자가 질문했다.

"하느님과 우리가 하나 되는 신비의 체험은 어떤 상태인가요?”

에크하르트는 “지금 질문한 내용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는 상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직업으로 돈을 벌어 본 적은 별로 없지만 직업으로 분류한다면 나는 ‘종교인’에 속한다. 그러나 나는 일상생활에서 가급적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티가 날수록 세상과 동 떨어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분리가 아닌 전적으로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박리(예를 들어 망막박리)이다. 말로 하는 것은 자칫하면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이 전혀 없는 박리 현상이 나타나기 쉬운 것이다.

나는 항상 자기들끼리만 아는 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종교 이야기는 지나가던 사람이 들어도 알아들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는 것이다. 교회를 오랜 다닌 사람, 기독교 문화, 기독교 상식을 갖춘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닌 일상 상식적 용어여야 할 것이다.

87년 6.10 항쟁이 매일 매일 치열하게 전개되던 때였다.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된 김근태, 제정구 등을 비롯해서 재야 운동권 장년들이 모여서 긴박한 정세에 대하여 회의를 하다가 잠시 중단하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9시 뉴스를 다 같이 보았다. 당시 전대협 대변인이었던 서강대 총학생회장이 인터뷰를 하는데 완전히 운동권 학생들만 알아 들을 수 있는 전문 용어를 써가면서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가 진행 되는 동안 우리들 입에서 “저런~!” 하는 탄식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왜냐하면 그 순간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가? 도대체 KBS 방송에서 전대협 대변인을 상대로 인터뷰를 할 일이 몇 번이나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전 국민을 상대로 자기들의 정당성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일반 국민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을 하고 자빠진 것이었다. 옆에 있던 박계동이 “아이고! 저 녀석 옆에 있으면 따귀를 한 대 때렸으면 좋겠네.” 해서 배꼽이 터졌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