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과 같은 바리세인(?)
꾼과 같은 바리세인(?)
  • 백의흠 목사
  • 승인 2023.06.3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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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사의 Philadelphia Diary

요새 프로나 아마추어라는 말이 사회 전반에 걸쳐 통용되고 있다. 직업에나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아마추어처럼 하지 말고 프로 정신을 가지고 프로답게 일을 하라고 한다. 원래 프로는 전문가 혹은 직업 운동선수를 가르키고 아마추어는 전문직 또는 직업적이 아닌 취미 삼아 하는 운동가 기술가 연예가 등을 말하지만 아마추어에는 소인이라는 뜻과 어느 일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이 있다.

거의 일년 365일 진행되고 있는 운동 경기를 보라. 미국은 스포츠 천국이다. TV에서도 매일 중계해 주고 있다. 그들의 경기 모습은 때로는 신기에 가까울 정도이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놀랄 정도이다. 그들이 잘하면 잘 할수록 명예와 돈을 쌓아간다. 요새는 부전자전의 현상으로 아버지의 피를 아들이 그대로 이어 받아 아들이 아버지의 그 명성을 넘어 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흔하다. NFL의 Archie Manning과 그의 아들 Eli Manning가 그렇고 야구의 Bobby Bonds와 Barry Bonds 부자가 그렇다. NASCAR(자동자 경주)에서는 데일 언하트 시니어와 주니어, 그리고 리페티와 리처드 페티의 부자가 유명하다. 그들의 NASCAR승수는 254승이다. 한국에서는 축구의 차범근과 차두리 그리고 농구의 하동기, 하승진 부자가 그렇다. 아버지의 재주를 그대로 물려 받았을 뿐 아니라 아버지의 경기 하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그 감격을 익혔다.

모든 사람들이 다 프로가 되려고 한다. 프로답게 잘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프로 선수가 잘하지 못하면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혹평을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프로의 수준을 요구한다. 심지어 요새는 프로 크리스천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예수 믿는 것도 대충대충 믿지 말고 전문직을 가진 사람처럼 능숙하게 믿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교회들은 제자훈련을 통해 강한 교인들을 양성한다. 신자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십자가를 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제자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교회만 왔다갔다 하는 교인이나 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주님을 위해서 십자가를 질 정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내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강한 십자가 군병이 되지 않으면 상황이 변하거나 이익이 결부될 때 주님을 배반할 수 있는 신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프로보다는 아마추어가 더 좋다. 예수 믿는데도 프로가 되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꾼과 같고 바리새인과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가 프로가 되면 얼마나 프로가 될 수 있겠는가? 주님 앞에 무익한 종인 우리들이 프로라고 자처하면서 교만이 들게 된다. 교회에서 말썽을 부리고 교회를 시끄럽게 만드는 사람들은 다 프로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아마추어는 미숙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 크리스챤들이 오히려 상처를 준다. 프로는 남에게도 모범을 보이고 사랑과 은혜를 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다툼과 갈등을 만들어 준다. 이상한 일이다.

내가 나 된 것은 모두 다 하나님의 은혜이다. 여기에 나의 뛰어남이나 재주나 개입할 수 없다. 아무리 잘 하고 잘 믿는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보실 때는 아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난 신앙의 모습보다는 중심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한다. 하나님의 판단에서는 겉으로는 별거 아니지만 속 모습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더구나 너무 프로를 강조하다 보니 돈과 연결되고 양육강식의 생존 법칙이 성립되어 삭막해 진다.

우리의 신앙에는 순수성이 있어야 한다. 남에게 과시하거나 자기를 나타내기 위한 신앙은 열심이 있고 헌신이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사상 누각에 불과하다. 바리새인들을 보라. 그들의 신앙의 모습은 우리가 흉내 조차 내기 힘들만큼 철저한 규격적이고 모범적인 나무랄 데 없는 프로 크리스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프로 신자들을 가장 신랄하게 비난하시고 오히려 형편없는 아마추어들인 세리와 창기와 죄인들을 가까이 하시며 사랑하셨다.

우리가 예수 잘 믿어 프로 크리스챤이 되면 좋겠지만 프로 크리스챤이 못되어도 괜찮다. 미숙하지만 그 속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고 진지한 수고가 있다면 하나님은 기쁘시게 받으신다. 하나님의 일을 할 때 일들은 프로답게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만은 아마추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 프로가 못할 때에는 야유를 보내지만 아마추어가 못할 때에는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프로 속에는 의무감이 있지만 아마추어 속에는 기쁨이 있고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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