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폭파한 일본인’ 마지막 한 명 49년만에 자수 후 사망
‘일본을 폭파한 일본인’ 마지막 한 명 49년만에 자수 후 사망
  • 김기대
  • 승인 2024.02.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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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톺아보기) 문세광, 조선인 징용문제에 관심 많았던 반일 무장 전선

일본을 폭파한 일본인’. 지난 2011 권혁태 성공회 교수가 ‘한겨레 21’에 실은 글의 제목이다. 칼럼은 급진단체 ‘동아시아 반일 무장 전선’을 소개하는 글인데 이들 단체 회원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잔재인 여러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폭파하면서 유명해졌다. 1974 8 30 미쓰비시 중공업 도쿄 본사에 폭탄테러를 감행함으로써 8명이 사망하고 376명이 부상당했다. 1974 8 14, 히로히토 천황이 타고 가던 열차가 지나는 철교의 폭파 미수 사건, 1975 4 도쿄 긴자에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소’ 출입문에 사제 폭탄을 설치해 폭파한 사건 등으로 수배되어 대부분이 구속되었다.

동아시아 항일 무장 전선(72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으로 이름을 바꾼다) 마사히 다이도지에 의해 1970 결성되었다. 다이도지(사형을 선고 받고 수감 2017 옥중에서 병사했다)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재일사학자인 박경식의 ‘조선인 강제 연행의 기록’을 교재로 사용했다. 책의 번역판은 절판되어 지금 구입할 없으나 인터넷 서점 yes 24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965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한일협정이 맺어진 , 재일사학자 박경식은 식민지 시절에 대한 명확한 사죄 없이, 강제연행 등에 대한 배상을 제대로 합의하지 않고 ‘한일조약’ 체결을 진행하는 한일 양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또한 이런 어려운 정세 속에서 재일조선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저술했다.

당시 일본 미래사未來社에서 출간한 <조선인 강제연행의 기록朝鮮人强制連行の記錄> 아직 식민 시대 조선인의 강제연행 사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 강제연행된 조선인들의 학살현장을 찾아다니고, 각종 문서와 조선인 징용자, 목격자를 인터뷰하여 정리한 것으로 광산채굴과 산림벌목, 각종 빌딩 건설 군수산업에 혹사당한 조선인들이 식민지 노예로서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처했었는지, 어떻게 강제연행될 수밖에 없었는지, 또한 해방 어떤 차별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한 실상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조직원 대부분이 구속되었으나 당시 21살이던 기리시마 가토시는 계속 수배중이었고 일본의 공항 항만 철도역에는 21살때 그의 사진이 현재도 현상 수배범으로 붙어 있다.

지난 1 25 일본 가나가와현의 병원에서 말기 위암 환자가 “내가 기리시마 사토시(70)인데, 죽을 때는 이름으로 죽고 싶으니 경찰에 알려달라”는 말을 간호사에게 전했다. 49년째 경찰에 쫓기던 일본 최장기 수배자 명이 자수하자 경찰이 병원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기소 절차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나 자수 4일만에 사망했다.

1954년생인 기리시마는 ‘우치다 히로시’라는 가명으로,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의 목조건물 2층에서 혼자 수십 생활해 왔다. 심지어 토목회사에 근무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NHK화면 갈무리. 수배전단 속의 21살 기리시마 사토시와 우치다 히로시란 이름으로 살던 비교적 최근의 모습
일본 NHK화면 갈무리. 수배전단 속의 21살 기리시마 사토시와 우치다 히로시란 이름으로 살던 비교적 최근의 모습

 

이들은 1974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시해사건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재일교포 소설가 양석일씨는 2001 ‘죽음은 불꽃과도 같다’라는 소설을 통해 문세광(소설 이름 송의철) 반일무장전선의 연관 가능성을 담았다. 책은 한국어 번역본이 없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나 양석일의 인터뷰 기사에서 따온 내용이다.

주범인 다이도지가 죽기 직전까지 글을 모아 ‘최종 옥중 통신’(강문희, 이정민 옮김, 에디투스, 2022) 출판되어 있다. 책의 저자 소개를 보면 문세광이 등장한다.

1974 8 14 천황이 특별 열차를 폭파할 준비를 하나 직전에 중지, 다음날인 8 15 재일조선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체포된 일에 충격을 받았다. 보름 뒤인 8 30 도쿄의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 본사 앞에 시한폭탄을 설치하고 폭파하였고(사망자 8, 부상자 165), 자신들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의 ‘늑대’ 부대임을 밝히고 후로도 ‘침략 기업’을 잇따라 폭파하는 일에 관여했다

 

그가 글에도 양석일의 책과 문세광이 등장한다.

『죽음은 불꽃과도 같이』(양석일 지음) 읽었습니다. 문세광 씨가 박정희를 저격한 사건을 소설로 것인데,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아시아민족해방전선이라는 이름으로 긴밀한 연관을 갖고 그려져 있습니다. 세부 내용이 허구인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인 송의철이 재일 조선인들의 운동에 불만을 품고 “내 손으로 역사를 바꾸어 주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에는 공감이 갑니다. 한미일의 어둠을 관통하는, 공안의 끝을 모르는 권력의 실태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친족도 시신인도를 거부한 기리시마 사토시의 죽음을 끝으로 '한미일의 어둠을 관통하는 공안의 끝을 모르는 권력의 실태'에 도전하려 했던 사건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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