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연-온라인사도행전(4)
온라인 인연-온라인사도행전(4)
  • 지성수 목사
  • 승인 2022.10.02 0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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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든 것이 인연이라는 연기론을 설파하신 부처님도 온라인 인연이라는 것이 생길 줄은 몰랐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이란 가볍다면 한 없이 가벼운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많은 내용이 오갔다고 하더라도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얼마든지 가벼울 수 있는 인연을 소중하게 바꿔가는 건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간에 인간과 그 인간이 만들어낸 작용일 뿐이어서 온라인이라고 해서 삼라만상이 움직이는 원리의 밖에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라도 결코 업을 쌓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페북 메시지에 가끔 모르는 이름으로부터 메시지가 온다. 대부분은 보지 않고 더욱이 사진이 젊은 여자 같으면 '발견 즉시 사살' 한다. 3월에 아둘람 휴먼라이브러리 발표자 섭외영업(?) 때문에 지나간 메시지를 자세히 흝어 보다가 수상한 내용을 발견 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아버지 대신 메시지를 보내드립니다 꼭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서두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긴장과 설레임이 먼저 앞서는군요.

아무튼 인사부터 올립니다. 전 진영진이라 합니다. 1976-77년 당시 서울 잠실 강남제일교회 고등부 학생으로 당시 교회 내에서는 유명(?) 학생으로 생활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렇기에 당시 전도사님이셨던 선생님께 많은 걱정과 속을 썩혀 들였었지요. 허나 당시의 저의 그런 성품과 반항적인 태도와 행실에 대한 지적과 관심 그리고 배려에 저는 제 인생의 Turning point가 되는 계기가 되었기에 늘 지금껏 감사한 마음으로 전도사님을 가슴 속에서 그리워하며 마음 속으로는 뵙고 싶어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래서 모 교회 집사로 있는 지인에게 부탁했더니 내가 찾는 분과 모든 면이 흡사하다 하여 이렇게 서신을 올리오니 진정 제가 찾는 그 분이 맞으시다면 꼭 회신을 부탁드립니다.

아들의 페북으로 20년 7월에 보낸 메시지를 안타깝게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교회에 있었던 기간은 아마도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을 터인데 그 기간에 지금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한 고등 학생과 나는 영혼의 만남이 있었던 것이다.

아들의 페북 때문에 인연이 다시 이어져서 몇 일 후 카톡으로 당사자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환갑을 지낸 제자가 왜 그렇게 나를 찾는데 열심을 기울였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었는데 통화를 하고 난 다음 비로소 그 이유를 짐작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1976년도 고교생 제자에게는 인생의 큰 방향을 전환하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지금은 불자가 된 제자가 20대 전도사였던 나를 찾고자 했던 것은 자기의 인생을 돌아볼 때 의미가 큰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험하게 보내던 학창 시절에서 나 때문에 U턴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나의 20대는 교회에서 10대 학생들과 지내는 시간이었고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교회 안의 학생들이라고 해서 얌전한 모범생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오히려 문제 있는 학생들이 모여들기 쉽기도 했었다.

그런 학생들에 대해서는 예수님의 ‘좋은 말’로만 안되고 때로는 극약처방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내 자신이 10대에 불안한 시절을 보낸 탓 비교적 그들과 잘 소통할 수 있었고 그에 맞게 대처를 할 수가 있었다.

다시 인연이 된 제자도 싸움을 하고 돌아다니다 나에게 걸려서 아파트 옥상으로 끌려 올라가서 특별 상담(?)을 받기도 했고 가출을 했다가 잡혀서 나의 간곡한 위협으로 거리로 돌아가는 대신 한얼산 기도원으로 가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다고 했다.

9월에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와서 옛 제자를 만나게 되었다. 만나서 그가 지난 세월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고서야 왜 그토록 나를 찾았었는지 어렴풋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조직 생활, 교도소, 수배자, 중국 도피, 이혼 등 평탄치 않은 세월을 보냈지만 지금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삶에서 나와의 짧은 조우를 의미 있는 사건으로 해석하고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 만나고 나서 “나는 내 삶 속에서 의미 있었던 경험을 놓치고 지나간 일은 없었던가?”하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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