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생일
목사의 생일
  • 정준경 목사
  • 승인 2023.03.08 09: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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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아래서

얼마 전 친구 목사님이 청빙을 받아 위임목사가 되는 위임식에 갔었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파주까지 가는 동안 감사와 찬양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영성과 인격이 탁월한 참 좋은 목사님입니다. 아버지도 목회를 잘하신 목사님이셨지만, 교회를 세습하지 않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청빙을 받아 간 교회는 원로목사님이 개척을 하셔서 33년 동안 목양했던 교회였고, 친구 목사님이 2대 목사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교우님들의 표정이 밝고 따뜻했습니다. 예배당도 잘 지어져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친구 목사님을 위해서 예비하신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구간을 잘 달리고 원로목사님이 되는 취임식과 새롭게 담임목사가 되는 친구 목사님의 위임식이 은혜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성도님들은 원로목사님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담임목사님에게 진심으로 기뻐하며 환영했습니다. 모든 순서마다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축제였습니다. 그런데 옥의 티가 있었습니다. 한 선배 목사님이 성도님들에게 권면을 하는 순서였습니다.

권면하신 목사님은 교회를 개척해서 20년 넘게 목회를 하셨는데 개척 초기부터 함께 교회를 섬기셨던 교우님들이 영적인 변화가 없었답니다. 오래된 성도님들이 목사님을 아들이나 동생처럼 여기셨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목사님은 몇 년 전부터 오래된 성도님들을 엄하게 대하면서 목사를 하나님처럼 여기도록 가르쳤답니다. 목사의 설교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랬더니 비로소 성도님들이 변하기 시작했고, 성도님들의 기도가 응답되는 축복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성도들은 목사님을 하나님처럼 여겨야 축복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주의 종을 잘 섬기지 않는 사람은 축복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영적인 원리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권면하시는 목사님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어떻습니까? 남의 잔치에 와서 난동을 부리는 조폭 같았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아멘으로 화답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목사를 하나님처럼 여기는 곳이 있습니다. 이단들입니다. 이단의 교주들은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타락한 목사들이 이단의 교주처럼 자신을 하나님처럼 섬기도록 성도들을 세뇌시킵니다.

목사의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닙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누가 전하더라도 성경을 바르게 해석해서 적용하며 전하는 설교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야 합니다(살전 2:13). 그러나 성경 해석과 적용이 바르게 하지 못한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기 때문에 그 설교에 순종하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게 됩니다. 목사님이 예배 시간에 설교를 했으니까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바르게 해석했으니까 하나님의 뜻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려고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려고 오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섬기는 사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에서 하나님처럼 높임을 받으면서 섬김을 받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아닙니다.

교회를 개척하고 몇 년 후에 여전도회가 처음으로 조직되었습니다. 어느 날 여전도회 회장님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사님, 이번 금요일에 생신이죠? 그래서 우리 여전도회 회원들이 1만 원씩 걷었어요. 이번 주일에는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해서 교회에서 잔치를 하려구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권사님, 저의 생일인데 왜 여전도회 회원들이 돈을 내고 고생을 해서 음식을 만드나요?” “담임목사님의 생신인데 어떻게 그냥 지나가요? 지금까지는 여전도회가 없었으니까 그냥 지나갔지만, 앞으로는 해마다 우리 여전도회가 담임목사님의 생신을 챙겨야죠. 우리가 복을 받으려고 하는 거니까 목사님은 가만히 계셔요.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도 그렇게 했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사님, 생각해 보세요. 어떤 여전도회 집사님이 형편이 어려워서 남편의 생일에 케이크도 사지 못하고 미역국만 끓여서 먹었는데, 여전도회에서 담임목사 생일이라고 돈을 내라고 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저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드는 수고를 하는 여인은 지구상에 한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제 아내입니다. 제가 은퇴하는 날까지 우면동교회에서 담임목사의 생일은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야 합니다. 걷었던 돈은 다시 돌려 주세요. 여전도회에서 생일상을 차려줘야 할 사람은 담임목사가 아닙니다. 생신이 되었어도 찾아올 사람이 없는 가난한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입니다. 여전도회 회원들이 복을 받고 싶으면 가난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생신상을 차려 주세요. 내가 믿는 하나님은 그런 분인데, 제가 틀렸나요?” 여전도회는 다시 돈을 돌려 주었고, 해마다 저의 생일은 조용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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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2023-03-09 05:28:18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