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살리려면
교회를 살리려면
  • 정준경 목사
  • 승인 2023.03.23 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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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경 칼럼 / 우면산 아래서

저는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면 성경을 많이 배우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학해 보니 성경 본문에 대한 공부는 별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신학대학원 3년 동안 성경도 배우지만, 교리(조직신학), 역사(교회사), 예배학, 설교학, 선교학, 목회 행정, 목회 상담 등 배워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에서 어느 하나도 뺄 수 없는 과목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으로 성경 본문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총신대학원 교수님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이런 건의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신학생들을 가르쳐서 교회로 내보내시면 교회는 죽습니다. 성경을 모르는 목회자가 어떻게 목회를 바르게 할 수 있겠습니까? 급한 대로 교과 과정을 1년을 더 늘려서 마지막 해에는 성경만 가르치든지, 아니면 다른 과목의 수업을 줄이고 성경을 더 많이 가르쳐야 합니다. 목회 현장은 심각합니다.”

교수님들이 격하게 동의하셨는데, 아직까지 변화가 없습니다.

교회를 살리려면 목회자들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특히 목회자들이 성경을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대부분 목회자들은 신학대학원에서 3년 동안 공부하고 목회 현장으로 나옵니다. 성경을 바르게 해석해서 적용하는 목회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교회는 부교역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성경을 깊이 연구할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회 경험은 쌓이는데, 성경 지식이 깊이 있게 쌓이지 않습니다. 담임목사가 되면 매주 해야 할 설교가 많아집니다.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실력도 없고, 설교를 준비할 충분한 시간도 없는데 해야 할 설교는 많습니다. 그래서 설교를 표절하는 목회자들의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몇 년 전에 지방의 한 목사님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 목사님은 제 앞에 와서 아무 말도 못 하고 30분 동안 울기만 했습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는 직장에 다니다가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이 너무 행복해서 신학교에 갔습니다. 신대원에 다니면서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을 했는데, 가난했지만 정말 행복했습니다. 졸업하고 전임 목회자가 되어 사역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너무 힘이 듭니다. 교회에서 해야 하는 사역이 너무 많아서 성경 연구는커녕 어떤 때는 설교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청년부에서 설교를 합니다. 이렇게 사역을 해도 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이 기도하면서 성경을 연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책감이 많습니다. 너무 괴롭습니다.”

저는 몇 시간이나 자느냐고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다섯 시간 정도 잔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파서 같이 울었습니다. 젊은 목사가 하루에 다섯 시간씩 자면서 새벽부터 나가서 교회를 섬기는데 영적인 공급은 없고, 쏟아내기만 해야 합니다. 신대원에 다닐 때는 날마다 강의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영적인 공급을 받았습니다. 신대원을 졸업하고 나면 목회자 스스로 영적인 공급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말씀을 연구하고 기도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 목사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 목사님에게 집에 돈이 많이 필요하냐고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아이는 어려서 학비도 많이 들지 않고, 사모님도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담임목사님에 찾아가서 사례비를 줄이고 전임이 아니라, 파트타임으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요청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만일 담임목사님이 안 된다고 하시면 파트타임으로 사역할 수 있는 교회로 옮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가르치는 신학교에 들어가서 성경을 연구하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몇몇 신학교에 이런 프로그램이 생겼지만, 그때는 한국에서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만 2년 과정으로 성경 66권을 가르쳤습니다. 첫해에는 주중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성경을 연구하고 주말에 나와서 사역을 하고, 둘째 해에는 월요일에만 등교해서 하루 종일 성경을 연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1년만 파트타임으로 사역을 하면 됩니다.

저는 그 목사님에게 다시 학교에 가서 성경을 깊이 연구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를 졸업할 때는 물고기 잡는 법을 습득해서 나오라고 했습니다. 목회하면서 혼자서도 성경을 깊이 연구할 수 있는 실력을 길러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저의 권면대로 사역지를 옮기고 성경을 연구하는 신학교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한참 지난 후에 목사님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정말 행복하다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목소리에서 생기가 느껴졌습니다. 목회자들은 말씀을 깨닫고 은혜를 받으면 다시 살아납니다. 저는 성경을 깊고 풍성하게 연구해서 바르게 목회하는 목사가 되라고 축복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전임 목회자가 되면 성경부터 더 배우고 오라고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 보냅니다. 저는 목회자들은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역이라고 말합니다. 목회자들이 성숙해지는 만큼 교회가 성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역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교회에서 사례비를 지급하는 것이 맞습니다. 교회에서 부목사들을 부려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키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담임목사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목회자들에게 돈과 시간을 줘야 합니다. 이것이 교회를 살리는 방법입니다.

정준경 목사 / 우면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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