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휴가비 VS. 전도사의 휴가비
목사의 휴가비 VS. 전도사의 휴가비
  • 정준경 목사
  • 승인 2023.03.31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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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테 목사님을 아시나요? 처음 듣는 분도 있을 것이고, 잘 알고 계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독일 뮌헨에서 태어난 목사님입니다. 목사님은 독일로 유학을 온 한정애 교수님과 결혼을 하면서 1992년에 베를린 선교회의 파송으로 한국에 오셨습니다.

목사님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교회를 바라보셨습니다. 독일인 목사님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한국교회 목사님들에게 이말테 목사님이 쓰신 [서울에서 만난 루터]라는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독일인 목사의 한국교회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몇 해 전, 종교 개혁 주일에 이말테 목사님을 교회로 초대해서 세미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은 한국교회는 성경적인 기독교가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그럼 한국교회는 어떤 기독교입니까?” 목사님은 “유교적 기독교입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또 물었습니다. “성경적 기독교와 유교적 기독교는 어떻게 다릅니까?”

목사님은 “성경적 기독교는 모든 교우들이 평등합니다.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그런데 유교적 기독교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위계질서가 있습니다. 유교에서는 양반과 상놈이 다르고, 남자와 여자가 다릅니다. 한국교회는 목사, 장로, 권사, 안수집사, 서리집사, 성도가 계급적 서열을 이루고 있습니다. 성경의 직분은 섬기고 봉사하는 직분이지 계급적 서열이 아닙니다. 아직도 한국교회에서는 여성들이 당회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교단이 많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의 눈에 비친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직전의 중세 교회와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부끄러웠습니다.

오래 전에 당회원들이 처음으로 여름 휴가비를 가지고 오셨을 때의 일입니다. 담임목사인 저에게는 30만 원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부교역자들의 휴가비는 점점 줄어들다가 교육 전도사님들의 휴가비 봉투에는 3만 원씩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장로님들에게 질문을 드렸습니다.

“주유소에서 담임목사가 가면 더 비싸게 받고, 전도사들이 가면 더 싸게 받습니까? 식당에서 담임목사에게는 더 비싸게 받고, 전도사들에게는 밥값을 더 싸게 받습니까?” 장로님들은 아무 말씀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장로님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휴가철에는 어디를 가나 똑같은 가격으로 받는데 여름 휴가비라면서 목사와 전도사들에게 주는 돈이 왜 차이가 나야 합니까? 가족 수에 따라 차등이 있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제가 담임목사니까 휴가비를 더 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차라리 저에게 ‘목사님은 월급을 많이 받으니까 휴가비는 좀 적게 받으시고, 평소 월급을 적게 받는 전도사님들에게 휴가비를 더 많이 드려도 될까요?’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장로님들은 “그래도 담임목사님이 더 받으셔야죠.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도 그랬었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으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예전에 하던 대로 하지 마세요. 뭐든지 ‘이것을 주님께서 기뻐하실까?’라고 한번 물어보신 후에 하세요. 이제 가서 다시 똑같은 액수로 만들어 오세요.”라고 말씀을 드리고 봉투를 돌려드렸습니다. 잠시 후 똑같은 액수가 담긴 봉투들이 들어왔습니다.

저는 목회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교회에서 휴가비를 주셨습니다. 목사님들은 평소에 월급을 많이 받으니까 목사님들의 휴가비를 전도사님들에게 나눠서 더 드리고 싶은데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목사님들은 모두 웃으면서 “그게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싫어도 담임목사 앞에서 싫다고 말하기는 힘들었을 것 같지만, 저는 우리 목회자들이 기쁨으로 그렇게 하는 분들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제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3만 원을 받을 뻔한 교육 전도사님들의 휴가비가 조금 더 두툼해졌습니다.

저는 성도님들이 담임목사님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담임목사님도 부목사님들 처럼 살기만 해도 존경을 받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성도들은 목사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 예수님처럼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목사들이 성도들에게 “주의 종을 잘 섬겨야 하나님께 복을 받는다.”라고 세뇌를 시켜서인지 성도들은 목사들이 좋은 것을 누리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슬픈 일입니다. 성도들이 목사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신은 목사니까 우리와는 달아야 하지 않느냐? 우리는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당신은 목사니까 복음을 전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서 예수님처럼 가난하게 살아야 하지 않느냐?”

이것이 성경적인 기독교 아닙니까? 우리 교회는 성경적인 기독교입니까? 유교적인 기독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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