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인구 감소 시대 Vs. 종교 인구 폭발 시대
종교 인구 감소 시대 Vs. 종교 인구 폭발 시대
  • 최태선 목사
  • 승인 2023.05.0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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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읽은 책에서 본 내용이다. 한 사람이 교회를 열심히 다니게 되었다. 목사는 그 사람을 불러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점을 보았더니 자신이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목사는 그 사실을 기억했다. 그러다 우연히 교회를 나가라고 한 무당을 만났다. 잠시 망설였지만 목사는 무당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무당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라는 대답을 했다.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이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무당이 목사보다 영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무당에게 내린 신이 정말 교회엘 나가라고 권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최소한 필요조건으로서의 종교를 발견할 수는 있다.

생각해보면 초기 그리스도교의 번성은 이러한 필요조건으로서의 종교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바울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종교심이 많습니다.”

아테네에서 바울의 선교 접근방식은 알지 못하는 신까지도 섬기는 그들의 종교심에 다가간 것이었다. 물론 그곳에서의 선교가 대성공을 이룬 것은 아니었지만 바울에게 필요조건으로서의 종교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다.

식민지 정복과 선교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 역시 필요조건으로서의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식민지를 정복한 정복자들은 자신들의 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믿고 있는 신이 더 강력한 신이라는 논거를 가지고 개종을 강요했고, 그것은 강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이 있었다. 필요조건으로서의 종교는 이처럼 인류를 아우르는 것이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쇠퇴는 단순히 그리스도교만의 현상이기도 하지만 필요조건으로서의 종교의 쇠퇴와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인들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을 따라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탈종교시대를 형성하였다. 그러니까 오늘날 종교의 적은 다른 종교가 아니라 과학기술이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종교를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을 신봉하게 되었고, 과학을 신봉한다는 것은 결국 과학과 과학이 산출하는 모든 것에 대한 접근과 이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돈을 믿도록 만들었다.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물론 필요조건으로서의 모든 종교들이 힘을 잃게 된 것은 결국 돈이라는 종교가 다른 모든 종교들을 압도하고 잠식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종교 인구 감소 시대라는 종교 이해는 그러므로 잘못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는 더욱 종교적인 시대가 되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현대는 종교 인구 감소 시대가 아니라 돈(맘몬)이라는 절대종교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종교인구 감소 시대의 선교라는 화두는 잘못된 시대 이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는 모든 장소를 아우르는 더욱 종교심이 강력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맘몬교라는 절대종교가 다른 모든 종교를 잠식하고 쇠퇴시키고 있는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교가 식민지 정복을 통해 선교해 나갔듯이 오늘날 맘몬교가 힘을 통해 온 세상을 통일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시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그리스도교를 부흥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맘몬교의 무서운 점은 그것이 종교적인 색채를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돈의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도 돈을 섬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야흐로 종교로부터의 탈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종교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맘몬교로의 몰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교가 종교박람회라고 이름 지을 수 있었던 로마의 한 복판에 자리를 잡고 다른 모든 종교들을 잠식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그리스도의 가르침대로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삶과 그들 가운데 이루어졌던 하나님 나라였다.

예수님은 이러한 종교의 미래를 정확하게 꿰뚫고 계셨다.

“한 종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한다. 그가 한 쪽을 미워하고 다른 쪽을 사랑하거나, 한 쪽을 떠받들고 다른 쪽을 업신여길 것이다.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나는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해방운동이 단순한 여성해방운동이 아니라 이슬람 안에서의 맘몬교의 발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디더라도 이 운동은 반드시 부흥할 것이고 이슬람의 몰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단 시간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무엇이든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무너짐은 순간적이다. 단단했던 것일수록 그 무너짐이 심할 따름이다.

결국 미래는 절대적인 맘몬교와 다시 소수 종교가 된 다른 종교 사이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한 종교는 그리스도교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교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불교의 목표는 세상의 전복이 아니라 해탈이다. 또 자이나교와 같이 가난한 삶을 기본으로 강력한 맘몬교에 근본적으로 저항하는 종교도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온 피조세계의 통일이 목표인 그리스도교와 같은 종교는 없다.

최근 공동체에 관한 책을 번역하면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에 대해 듣고 배우더라도 실제로 그것을 구현해내지 못하는 것은 맘몬교라는 절대종교가 그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일부이지만, 극히 소수이지만 오늘날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그리스도교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새로운 출발이 어려운 것은 맘몬교라는 절대신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시지만 오늘날 그리스도교와 교회는 그것을 실천할 수가 없다. 맘몬이 그들의 현실을 너무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맘몬은 자신의 신 됨을 숨기고 다른 신을 용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바로 맘몬교가 가지는 절대적인 힘이다. 보이지 않는 식민지 정복을 맘몬은 힘들이지 않고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맘몬교는 이미 미국을 장악했다. 우리나라도 거의 장악했다. 물론 미국도 우리나라도 그리스도교가 건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허울뿐이다. 유럽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그리스도교는 죽었다. 나는 이슬람 역시 같은 운명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종교 인구 감소 시대라는 종교 이해는 전혀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대 이해는 핵심을 빗나간 것이다. 현대와 미래는 가일층 종교적인 시대가 될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투기와 가상화폐와 같은 것들을 사람들은 종교 활동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맘몬교의 부흥이며 그들의 신앙의 삶이며 예배이다.

책을 번역하면서 나는 공동 지갑(Common Purse) 앞에서 거듭 좌절했다. 그러나 공동 지갑을 필두로 하는 하나님의 경제의 실천이야말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맘몬교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며 멸망을 눈앞에 둔 온 인류와 피조세계의 희망이다. 우리 시대는 종교인구 감소 시대가 아니라 종교 인구 폭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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