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발포책임 ‘그리스도인’ 조병옥, 다시금 행적논란 휘말려
제주4.3 발포책임 ‘그리스도인’ 조병옥, 다시금 행적논란 휘말려
  • 지유석
  • 승인 2023.06.08 0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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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태조산 보훈공원 내 홍보 조형물 설치하자 민문연 철거 촉구
천안시 태조산 보훈공원에 설치한 조병옥 홍보 조형물을 두고 행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민문연 천안지회는 조병옥 조형물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천안시 태조산 보훈공원에 설치한 조병옥 홍보 조형물을 두고 행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민문연 천안지회는 조병옥 조형물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제주4.3 당시 사건 초기 진압 명령권자였던 조병옥 경무부장(1894~1960)의 과거 행적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발단은 천안시가 태조산 보훈공원 정비사업을 벌이면서 조병옥의 행적을 기리는 조형물을 설치하면서다. 

조병옥은 1894년 8월 천안 병천에서 출생해 1960년 2월 미국에서 숨을 거둔 조병옥은 일제 강점기 흥사단·신간회 결성에 참여했고, 신간회에선 간사로 활동했다. 이에 1929년 신간회에서 민중대회 개최를 준비하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3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조병옥은 개신교와도 관련이 깊다. 조병옥은 미국 콜롬비아대학 경제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는데, 그가 유학을 떠난 데에는 감리교단 출신의 이승만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1948년 발생한 제주4.3 사건에서 경무부장으로 재직하며 민간인 학살 배후로 지목받는다는 점이다. 

해방정국과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과 개신교의 관련성을 연구해온 최태육 목사는 조병옥에 대해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간 상호 적대행위, 즉 냉전이라는 이념을 자신의 신앙체계 안에서 신학 화했다. 하나님 나라를 이 땅 위에 실현시키기 위하여 방해가 되는 악의 근원과 사탄의 진영, 즉 공산주의와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세력을 제거하려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최기섭 지회장)는 지난 1일 오전 천안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병옥 조형물 철거를 촉구했다. “조병옥은 1948년 제주4.3 당시 경무부장으로서 초토화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서북청년단과 민보단을 구성해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 책임자”라는 게 민문연 천안지회 측 입장이다. 

민문연 천안지회는 더 나아가 “조병옥은 직접 제주에 내려가 빨갱이 사냥을 독려했고, 일제 때 독립 운동가를 잡으려 다녔던 친일파를 다시 등용해 반민특위 해체를 이끌어 내는 등 해방이후 근현대사 왜곡의 주범”이라고 규정했다.

조병옥 관련 조형물은 2019년 3월에도 한 번 논란이 일었다. 당시 민문연 천안지회는 병천면 아우내독립만세 기념공원 내 설치된 '그날의 함성' 조형물에 조병옥이 포함돼 있다며 철거를 촉구했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이에 대해 천안시 복지정책과는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맞서고 있다. 복지정책과는 “보훈 공원 내 홍보 조형물에 들어갈 인물은 독립운동과 국가수호 정신을 보여주는 인물로 구성했다. 조병옥의 경우 해방 이후 행적 논란이 있지만 독립운동에 참여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복지정책과는 지난 4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해당 여론조사는 올해 4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천안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것으로, ‘조병옥이 대표 호국인물인가?’란 설문에 74.9%가 ‘그렇다’고 답했다. 

복지정책과는 “여론조사, 그리고 충남동부보훈지청 등에 조회한 결과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보훈공원에 설치한 홍보조형물엔 독립운동 관련 내용만 반영했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회 회원들이 현충일인 6일 오전 태조산 보훈공원 입구에서 조병옥 조형물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역위원회 회원들이 현충일인 6일 오전 태조산 보훈공원 입구에서 조병옥 조형물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사진 = 지유석 기자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민문연 천안지부는 즉각 반발했다. 민문연 충남지역위는 현충일인 6일 오전 보훈공원 입구에서 공원 내 설치한 조병옥 홍보 조형물 철거를 촉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민문연 천안지부 최기섭 지부장은 “앞서 천안지부는 2년 3개월 간 병천 아우내독립만세 기념조형물에 설치한 조병옥 동상을 철거해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켰다. 보훈공원 내 조병옥 홍보 조형물도 역시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민문연 천안지부는 향후 천안시청 앞 1인 시위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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