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주의 목사들이 미국 좌파 운동의 선구자들이라고?

100년 전 복음주의 유산 앞에 보수 교회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 기사입력 2025.11.14 01:51
  • 최종수정 2025.11.14 17:59
  • 기자명 김기대 논설위원

미국 정치 지형을 바라볼 때 흔히 떠오르는 고정관념이 하나 있다. 복음주의는 공화당의 종교적 기반이라는 등식이다. 그러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중서부, 특히 미네소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공식은 놀라울 정도로 뒤바뀐다. 당시 미국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의 뿌리에는 세대주의를 신봉하던 근본주의 목사들, 그리고 그들의 설교에 감동받아 연대에 나선 이민 노동자들이 있었다. 오늘날 보수 복음주의 교회에겐 다소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감추기엔 너무나 중요한 역사적 교훈이다.

미네소타에 정착한 독일계, 스웨덴계, 노르웨이계 이민자들은 대부분 유럽 경건주의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었다. 금주, 성경 중심성, 공동체적 윤리는 그들에게 단순한 도덕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준비하는 실천이었다. 그러나 신대륙의 산업화는 가혹했다. 장시간 노동, 아동 노동, 극심한 불평등, 자본의 독점. 이들은 “이것이 과연 기독교적 질서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했다.

그 물음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예배당은 노동조합 회의 장소가 되었고, 금주운동은 가정을 파괴하는 사회악을 막는 신앙적 투쟁으로 변모했다. 오늘날 보수 진영에서 자주 인용되는 금주·절제 담론은 당시에는 좌파적 공동체 윤리의 핵심 언어였다.

미네소타 노동운동의 사상적 지주였던 조지 헤런 목사는 세대주의 재림신앙을 믿는 전형적인 근본주의자였다. 그는 세계의 타락과 기업 권력의 오만을 종말의 징조로 읽었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오늘날 근본주의와는 사뭇 달랐다. “하나님 나라를 기다린다면, 먼저 이 땅의 죄—착취, 가난, 불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에게 천년왕국은 폭력적 혁명이 아니라 노동자, 가난한 이웃, 이민자들이 연대하는 공동체 속에서 시작되는 지상적 하나님 나라였다.

이 메시지는 미네소타 전역을 휩쓸었다. 노동자와 농민 세력이 하나로 모여 미네소타 파머–레이버당(Minnesota Farmer-Labor Party)이 탄생했고, 오늘날 미네소타 민주–파머–레이버당(DFL)은 바로 그 유산 위에 서 있다. 1944년 FLP가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DFL(민주 농민 노동당)이 출범했다. 지난 대선에서 카멜라 해리스의 런닝매이트로 나왔던 미네소타 주지사 짐 왈즈는 민주당 소속이면서 미네소타 주에서는 민주농민노동당 소속이기도 했다. 민주당과 민주농민 노동당은 다른 당은 아니고 일종의 계파인 셈인데 미네소타 에서 당선된 민주당 당적의 연방, 주 의회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농민노동당소속이다.

100년 전 복음주의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동 노동이 허용되는 사회가 기독교 사회인가? 노동자의 희생 위에 기업의 부가 쌓이는 것이 복음적인가? 부의 독점과 공동체의 붕괴는 하나님이 기뻐하실까? 그들은 ‘사회적 죄’에 민감했다. 그들이 말한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을 사회 전체의 질서로 구현하려는 신앙적 실천이었다.

오늘날 미국 보수 복음주의는 노동조합을 경계하고, 공공복지를 ‘좌파 정책’으로 치부하며, 경제 정의 문제에 거의 침묵한다. 때로는 자유시장을 기독교 가치로 단순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100년 전 같은 성경을 읽던 근본주의 목사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들은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재림 신앙의 첫걸음”이라고 믿었다. 그들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 성향이 신앙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현대의 우상숭배가 아닐까?

미네소타 역사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선명한 사실을 마주한다. 미국 좌파 정치의 초석 중 하나는 복음주의 신앙이었다. 그 신앙은 가난한 이웃을 위한 하나님 나라의 의를 요구했다. 이 정신은 조직적 연계가 없었음에도 오늘날 맘다니 시장이 속한 민주사회주의자들(DSA,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의 가치관에 깊은 유산을 남겼다. 연대, 공동선, 경제적 민주주의, 약자 중심의 정치—이 모든 개념은 헤런 목사와 미네소타 경건주의 신학이 100년 전에 뿌린 씨앗이다. 실제로 1982년 출범 당시 DSA활동가들은 “지방 단위에서 진짜 사회민주주의적 전통을 이어받은 곳”으로 미네소타 DFL을 주목했다.

조지 헤런 목사와 맘다니
조지 헤런 목사와 맘다니

 

미국의 사회주의 흐름은 이처럼 미네소타주에 살던 독일, 북유럽계 경건주의자들을 토대로 시작되었다. 이런 사상이 축적되면서 결국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에 무슬림 시장까지 배출했다. 미국 사회주의의 원조는 개신교라는 뿌리 논쟁을 하자는게 아니다. 예수께 배운 평등과 정의와 나눔의 정신이 제도 종교와 그들이 믿는 신에 관계없이 퍼져가는 , 그것이 땅끝까지 증인이 되라는 주님의 최후 당부다. 땅끝까지 정복자가 되라는게 아니다. 동시에 이웃 종교의 정신을 우리 안에 되살리는 또한 우리의 믿음을 풍요롭게 한다. 맘다니의 등장은 단순한 무슬림 정치인의 부상이 아니다. “약자를 돌보는 것이 정의라는 모든 종교에 기반한 사상의 재확인일 뿐이다.

100 근본주의 목사들의 주장에 비추어 오늘 기독교는 부끄럽지 않은가? "재림을 기다린다면, 먼저 이웃의 고통을 멈추게 하라.

이글은 2022 오하이오주의 Kent 주립대학에 제출된 Rudin Mucaj 석사논문 ‘THE GOSPEL OF LABOR: HOW EVANGELICALISM SHAPED IMMIGRANT WORKERS’ UNIONISM, AND BECAME THE FOUNDATION OF THE MINNESOTA FARMER-LABOR PARTY, 1800 TO 1917’ 참고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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