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벌어지는 집값 양극화…13억 vs 3천만원

[이태경의 경제 톺아보기] 작년 집값 상하위 격차 45배로 벌어져
상위 10% 집값 평균 9천만원↑…111만명 집 1채 이상 구매
40대 이하 주택 소유 감소…80세 이상은 증가 폭 가장 커
부동산은 혁신의 반대말...집값 양극화 해소 못하면 미래 ‘잿빛’

  • 기사입력 2025.11.15 15:15
  • 기자명 이태경 부소장/토지+자유연구소

서울 5주택자 이상이 무려 3만 4000명

1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개인은 1597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7000명(2.3%) 증가했다. 이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37만7000명으로 전체의 14.9%에 달했다. 3주택자는 28만3000명(1.8%), 4주택자는 7만1000명(0.4%)으로 집계됐다. 5주택자 이상도 11만3000명(0.7%)에 달했다. 1주택자는 1359만9000명으로 전체의 85.1%를 차지했다.

작년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공시가격 기준)은 3억3,300만원으로, 전년(3억2,100만원)보다 1천만원 넘게 올랐다. 가구당 평균 소유 주택 수는 1.34호, 평균 면적은 86.4㎡였다. 주택을 소유한 평균 가구주는 57.8세, 평균 가구원 수는 2.52명이었다.

한편 다주택자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50대와 60대의 2주택 이상 비율이 17.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70대(14.6%), 40대(14.3%)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 거주하는 집주인 265만9000명 중 주택을 1채 보유한 사람이 228만7,000명으로 86%로 전국 통계와 비슷했다.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은 37만2,000명으로 14%로 집계됐다. 다만 5채 이상 소유주 비율이 1.3%(3만4000명)로, 전국의 두 배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주도는 2주택 이상 비율이 20%로 전국 최고였다. 5채 이상 비율은 1.2%로 서울 다음으로 높았다.

 

끝없이 벌어지는 상하위간 집값 격차

상위 10%의 평균 주택 자산가액은 13억4천만원으로, 하위 10% 평균 주택 자산가액(3천만원)의 44.7배에 달했다. 2023년(40.5배)보다 자산 격차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상위 10%는 1년 새 약 9천만원 올랐고, 하위 10%는 100만원 내렸다. 상위 10% 소유자는 평균 2.3호를 소유해서 하위 10%(0.97호)보다 배 이상 많았다. 평균 주택 면적도 상위 10%(113.8㎡)가 하위 10%(62.7㎡)보다 1.8배 많았다.

주택소유의 세대간 격차도 극명하게 진행되는 중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404만1천명(25.3%)으로 가장 많았고, 60대(23.0%), 40대(20.3%), 70대(12.6%), 30대(9.2%) 등 순이었다.

40대 이하에서 주택 소유자가 줄고, 50대 이상에서는 증가하는 현상이 3년 연속 이어졌다. 30세 미만·40대의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에 더해 높은 집값의 영향으로 보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령층에서 주택 소유가 줄고 있다는 게 데이터처의 설명이다.

특히 30세 미만(-8.6%)에서는 감소폭이, 80세 이상(10.3%)에서는 증가 폭이 컸다.

현대판 지주제 사회로 빠르게 회귀 중인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로 꼽히는 역사적 배경 중 하나로 농지개혁이 있다. 조선시대와 일제식민지를 통과하며 강고하게 자리잡은 지주제는 양극화의 원흉일 뿐 아니라 신분상승을 가로막아 사회적 역동성을 감살시켰다.

그런데 한국전쟁 발발 직전 단행된 농지개혁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적화를 모면했을 뿐 아니라 경제발전과 사회적 계층이동이 가능하게 됐다. 지주-소작농의 관계가 혁파되고 모두가 자영농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한강의 기적’은 농지개혁에 아주 많은 빚을 졌다.

그랬던 대한민국이 시간이 지나면서 완벽히 지주들의 나라로 재편됐다. 주택 소유 여부와 소유한 주택의 위치 및 유형 등에 따라 어떤 사람은 지주가 되어 부를 자식들에게까지 세습하지만 어떤 사람은 소작농의 신세를 벗어날 길이 영영 없다. 사회적 신분이 고착된 사회는 반드시 사멸한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아울러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중핵은 혁신과 도전과 창의다. 지대추구 행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중핵인 혁신과 도전과 창의를 말살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들이 지대추구 행위를 그토록 증오했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주택과 토지 등의 소유 및 매매 시에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지대추구의 전형이자 대표다.

각설하고 대한민국이 활력을 유지하면서 장기 지속하기 위해서는 현대판 지주제라 할 부동산 문제를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 AI를 위시한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도 만사를 제쳐놓고 혁신의 반대말인 부동산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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