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과 정혜원, 그리고 김어준
장제원과 정혜원, 그리고 김어준
  • 김기대
  • 승인 2022.05.0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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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자녀 열전 (4) 목사 아들 장제원은 무속에 심취한 윤석열과 순항할까?

윤석열이 사람에 충성안하고 조직에 충성한다고 했듯이 장제원은 자신이 속한 보수 정당의 존립을 위해 매진하는 사람이다. 기준으로 보면 둘은 맞는 같지만 각자가 충성하려는 조직이 달라서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 정부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장제원 비서실장 카드를 지지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안타깝게 그는 비서실장을 고사했고 관객들은 좋은 싸움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장제원이 다른 요직을 차지할 것은 확실하니 충돌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다를까? 윤석열은 여전히 검찰 조직과 점조직(點이 아니라 占이다) 충성하는 비해 장제원은건전한 보수 이념'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장제원의 아버지 장성만은 그리스도 교단 목사다.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의 아버지도 이 교단 소속이었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확인할 길이 없다. 13세에 해방을 맞은 그는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부산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다가 그리스도 교단의 선교사들과 만나면서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라시득(Richard Rash) 선교사의 눈에 들어 현재 동서대학교의 전신인 동서실업학교를 라목사와 함께 설립했다.

 

장성만은 전두환의 집권 이후 민정당으로 국회에 진출, 2선으로 국회 부의장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김대중 김영삼의 갈등으로 민주당에서 국회 부의장을 배출하지 못하자 겨우 2선인 장성만이 어부지리로 되었다는 설이 있다. 박정희 시절부터 살아남은 다선의 국회의원들의 숫자도 적었거니와 그런 다선들이 국회 부의장을 수락하기에는 몸집이 너무 컸다. 그 과정에서 장성만은 2선이지만 여야 모두에게 비토가 없었던 것 같다.

그가 보수적인 사람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민정당에 있기에는 너무 점잖은 사람이라는게 내 오랜 기억에도 남아 있다. 87년 개헌 후 실시된 광역선거구가 소선구제로 바뀐 선거에서 민주당의 문정수 후보에게 패해 낙선했고, 그 다음 선거에서는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그였지만 신한국당의 공천 조차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또 낙선, 정계에서 은퇴했다. 당시 나이가 60대 초반이었으니 정치인의 은퇴로는 다소 이르다. 각 지역구에서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없던 시절, 그는 특정 계파에 줄 서지 않은 것으로, 즉 뒷배를 봐줄만한 실세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버지의 정치 행보를 이은 것은 둘째 아들 장제원이다. 그는 18대 선거(2008년)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19대에는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쇄신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겨우 초선에다가 비주류인 그가 당의 쇄신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는 것에 동의할 사람은 없다. 한 회기를 쉰 20대 선거에서는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 새누리당으로 복귀했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는 ‘바른 정당’ 창당의 주역이 되어 탄핵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민주당에 힘을 보탰다.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에서 윤석열을 향해 날 선 질문을 날렸으나 이른바 윤핵관이 되어 윤석열 당선에 기여한 공로로 비서실장 물망에 올랐다. 아들 문제에 부담을 느낀 그가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막은 알 길이 없다.

장제원하면 두 사람이 떠오른다. 첫번째 인물은 정혜원씨다.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가 갈수록 기세 등등해 지자 마침내 이명박은 대국민 사과를 했고 협상은 재개되어 수입고기의 연령이 조정되었다. 촛불집회가 잠잠해지자 마자 수사가 시작되었고 국회에서는 촛불집회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른바 유모차 부대 카페 운영자인 정혜원씨가 참고인으로 나와 장제원과 설전을 벌였다.

장제원 의원이 정혜원씨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이 정혜원씨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데일리서프라이즈의 2008년 10월 13일 보도다.

 

그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감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정혜원(35) 씨에게 고압적인 질문을 하는가 하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답변이 나오자 답변을 중단시키고, 이에 항의해 계속 답변하는 참고인에게 "묻는말에만 답하라"고 윽박질렀다. (중략) 미공개영상은 '유모차 부대' 수사를 놓고 여야 의원과 증인, 참고인 사이의 질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결국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질의를 시작하며 감정싸움으로 번져가는 전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날 공방에서 장의원은 준비해온 동영상 자료와 사진을 근거로, "유모차부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에서 말한 일몰전 집회, 그리고 그후에 해산, 인도로만 이동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했다는 주장 등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중략)장 의원은 이어 "이런 위험한 폭력시위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 아이를 방패삼아 나온 것은 빗나간 모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정혜원 씨는 "지금 보여준 장면은 남대문경찰서장이 허락하여 진행했던 단 하루의 모습"이라며, "그렇게 증거자료가 없어서 저것 하나만으로 우리를 매도하려 하느냐"고 반박했다. 장의원은 장 의원은 이에 굴하지 않고 "아이들이 울며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데 아무를 가책을 느끼지 않느냐"고 물고늘어졌고, 정 씨는 "그때 애들이 울었던 것은 여경들이 우리가 진행하는 인도를 막아 아이들이 놀라서 울었던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제대로 알고 얘기하라는 질타였다. 여기에 열받은 장 의원은 이성을 잃은듯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의 대국민 사과도 있었던 터라 참고인 증언만 들으면 될 일이었다. 다른 여당 의원들이 색깔론으로 몰고 간 것도 일종의 전술이었다. 촛불집회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바람만 잡으면 되는데 장제원은 당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낡은 축음기 같은 색깔론보다는 ‘아동 보호’로 컨셉을 잡았다. 분명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뱃지 단 지 5개월 밖에 안 된 이 초선의원은 국회의원의 귄위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정혜원씨를 윽박지르다가 정혜원씨의 대답에 당황해서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장제원의 유일한 저서 '사람과 미디어'다. 그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선거에 앞서 자서전을 한 권씩 내는 다른 의원들과는 구별되는 행보다.
장제원의 유일한 저서 '사람과 미디어'다. 그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선거에 앞서 자서전을 한 권씩 내는 다른 의원들과는 구별되는 행보다.

19대 불출마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매듭이 풀린다. 당시 그의 고압적인 태도는 전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이 명확했다. 부산이란 지역에서 그의 당선은 확실했지만 그는 스스로 희생양이 되었다.

 

한 회기를 쉬고 국회로 돌아온 재선의 장제원은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정혜윈씨와 다투던 10여년 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우병우를 차지철, 악마라고 서슴없이 호명했다. 보수의 궤멸을 걱정한 그는 박근헤를 버리고 건전 보수를 표방해 중도층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결국에는 적진이나 다름없는 파파이스(132회)에 출연해서 보수층이 공격도구로 삼기 위해 만들어 낸 말인 ‘표를 구걸하기’에 이른다. '파파이스'는 김어준이 진행하는 '다스뵈이다'의 전신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장제원은 건전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 정당'을 후원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니 남는 표를 달라고 해서 방청객과 김어준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는 ‘구걸’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조크였다.

3선의 장제원은 검창총장 청문회에서 윤석열을 향해 우병우 못지 않은 독설을 날렸으나 궤멸해 가는 보수 세력을 되살리기 위해 윤석열의 핵심 관계자가 되있다. 그리고 그 도박은 성공했다. 이제 그는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비주류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냈다가 ‘팽’당한 아버지를 봤으면서도 초기에는 비주류의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다가 이제 권력의 맛을 조금 알게된 것 같다. 하지만 윤석열의 권력은 인정하고 존중해 주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 그렇다면 박근혜 탄핵 당시의 그 결기를 보여줄 것인가? 권력의 맛에 심취해 핵심관계자로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릴 것인가?

인터넷에 보면 그의 종교는 여전히 그리스도의 교회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추구해온 환원운동(성서로 돌아가고,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운동)처럼 그는 이제 어디로 돌아갈 것인지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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