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는 본래 비속어였다
'갈비뼈'는 본래 비속어였다
  • 김기대
  • 승인 2022.09.2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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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루쉰, 그리고 윤석열의 욕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낮추어 부르거나 상대방의 부모를 언급하는 경우, 성관계를 암시하거나 동물에 빗대는 경우 욕에 동원되는 언어는 세계 어디서나 비슷하다. 이와 달리 종교적 표현을 비속어로 사용하는 예는 기독교 문화권에서만 나타난다. God Damn, Jesus Christ, by God’s bones .

1866악의 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했다. 뇌졸중으로 어눌해진 다른 말과 달리 마디 표현은 정확했다. 이것 만큼은 발음이 정확해서 보들레르는 하루 종일 같은 말만 되풀이 했다.

말은 프랑스어로 Cre’ nom(제기랄)이라는 비속어였다. 말은 Sacre’ nom de Dieu 하나님의 신성한 이름이라는 뜻으로 현대의 Goddamn 보다 순화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19세기에는 조차도 용납되지 않았다. 참다 못한 수녀들은 보들레르를 병원에서 추방했다.

브레히트, 루쉰, 윤석열
브레히트, 루쉰, 윤석열

 

어쩌다가 종교적 표현이 비속어가 됐을까? 영어에서 'swear' '서약하다' '맹세하다'의 뜻이 있지만 '욕하다'는 뜻도 있다. 사전에 따라욕하다 첫번째 의미로 기재되어 있다. 교회의 영향력이 막강하던 시절, 종교적 의무로서 서약은 동시에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서약을 지키지 못한 데서 두려움과 불안감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던 것이 욕으로 발전했다.

번역가 서정아씨는 멀리사 모어의 ‘Holy Shit’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원제 그대로 펴냈다. 저자에 따르면 현대의 화장실에서나 법한 낙서가 로마제국 시대 뒷골목에서도 쉽게 발견되었으며 성서에서도 비속어적 표현이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비속어의 범주에 , 음란어, 외설스런 , 욕보다 심한 말을 모두 포함시킨다.

로마인의 비속어는 담백했으며, 성서의 비속어는 한 챞터 제목인 땅에서도 하늘에서처럼으로 설명된다.  땅에서 하는 비속어가 사실은 모두 성경적 배경을 갖고 있었다. 중세는 상스런 말이 성스러운 말을 압도하던 시대였으며 종교 개혁 이전의 교회가 상스런 말을 단속했지만 오히려 민간에서는 비속어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프로테스탄트의 출범으로 잠시 주춤했던 비속어는 근대로 오면서 완곡한 표현으로 바뀌었다. ‘완곡한 표현으로 변장한 채 비속어는 더욱 다양해졌고 20세기와서 욕보다 하기 힘든 말이 등장했다.

저자 멀리사 모어는 지오니 제빗(Ziony Zevit, American Jewish University 교수, 이름부터가 성스러운 시온이다) 갈비뼈 이론을 소개한다. 하나님이 하와를 만들 사용한 아담의갈비뼈 본래 히브리 성서에서는옆구리tzela’였다. 히브리어 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70인역에서 옆구리가  갈비뼈 바뀌었다.

히브리어 'tzela' '인간의 몸에서 옆으로 튀어나온 부위' 남성의 음경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성의 음경에는, 하와에게 그 뼈를 주었으므로, 다른 포유류들과 달리 뼈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유류 중에 음경 뼈가 없는 개체가 사람말고도 많다는 반론도 있다. 음경 뼈는 고양이, , 유인원 등에서 발견되지만 , 코뿔소, 토끼, 거미 원숭이(spider monkey)등은 음경 뼈가 없다고 한다.

난데없이 저자가 제빗 교수의 학설을 가져온 까닭은, 창조과학을 하자는게 아니라, 성경에도 남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외설스런 비속어가 창세기부터 쓰였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였다. 제빗은 '살 중의 살, 뼈 중의 뼈'야 말로 음경의 가장 그럴듯한 표현 아니냐고 되묻는다.  

또한 멀리사 모어는 아시리아와 유다의 전쟁  장면인  열왕기하 18:27에서 현대의 shit 계열의 욕설이 등장하는 것도 성서가 결코 비속어를 비켜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랍사게가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의 상전께서, 나를 보내셔서, 말을 하게 하신 것은, 다만 너희의 상전과 너희만 들으라고 하신 것이 아니다. 너희와 함께, 자기가 대변을 먹고 자기가 소변을 마실, 성벽 위에 앉아 있는 백성에게도 말을 전하라고 나를 보내셨다."

비속어 욕설은 부정적인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예화 하나. 2 대전 고향집으로 돌아온 병사가 가족들로부터 전쟁터에서 전우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부탁을 받자 욕설이 너무 많아 못하겠다고 했다. 가족들의 성화가 계속되자 병사는 욕설이 나오는 부분은빈칸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로 했다.

병사는 농담 하나를 들려주었다. “빈칸 빈칸 빈칸 빈칸 같은 빈칸. 빈칸 빈칸 빈칸 빈칸 빈칸 같은 빈칸하는 빈칸 빈칸. 빈칸하는 빈칸 같은 빈칸하는 빈칸, 빈칸 빈칸 빈칸 빈칸 .

고백하건대, 나는 농담을 사랑한다. 세상에는 ㅆㅂ(f***)보다도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가 숱하게 존재한다는 발상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단어이기에? 그러나 한편으로 농담은, 전쟁으로 인해 언어의 세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Holy Shit 6)

 

전장에서 욕은 두려움을 없애주며 스트레스를 받았을 욕은 카타르시스 작용을 한다. 일상 생활에서도 욕이 가진 순기능이 있다. 얼음물에 손을 넣고 얼마나 오래 견디냐는 실험에서 shoot(쏜다는 의미이지만 속어로는 '어머나', '아이고'의 뜻이 있다) 외치면서 차가움을 견디는 사람보다 shit 외치는 사람이 오래 버텼다. 이처럼 욕은 어려운 상황를 견뎌내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욕에는 사회 현상을 비판하는 기능도 있다. 예수는 당대의 위선자들을독사의 자식’, ‘회칠한 자들이라며 욕했다. ‘모두 까기 달인 중국의 루쉰도 욕을 맛갈나게 하던 사람이었다.

그의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야 한다는욕설 임어당(린위탕,林語堂)과의 논쟁에서 나왔다. 1925 베이징 여자사범대학의 학내 분규가 끝난 자유 부르주아 지식인을 대표하는 임어당은 `물에 빠진 개는 때리지 않는 ` 페어플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루쉰은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글에서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세력과는 타협이 없으며 투쟁으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지금처럼 책의 홍수 시대가 아니던 필자의 청소년기 교회 오빠 소리 들으려면 임어당의 책은 필독서였다(그래서 나는 아직 린위탕보다 임어당이 편하다). 문고본 형태로 되어 있어서 들고 다니기도 쉬웠다. 목사 아들로 태어난 임어당답게 그의 글은 달콤했고 아름다웠다. 루쉰에게도 임어당의 글은 달콤했나 보다. 하지만 그는 이런 현상도 참아내지 못했다. 그의 책은 일종의 마취제이며 백정의 잔인함을 가지고도 사람들을 웃기고 끝내면 그만이었다 비판했다.

루쉰이 시대의 명망가들과 논쟁하며 쏟아낸 걸죽한 비판들은 루쉰, 욕을 하다’(팡시앙뚱 지음, 장성철 옮김, 시니북스) 소개되어 있다.

윤석열이 미국 순방중 뱉은 비속어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멀리사 모어의 말처럼 각종 욕이 난무하는 시대에 윤석열이 뱉은 욕은 청소년 관람가 심하지 않은 수준이다. “사석에서도 언어 사용에 더욱 조심하겠다 사과했으면 끝났을 텐데 위기를 느낀 주변의 충성경쟁이 일을 키웠다.

이준석 국민의 대표가 언급했듯이 윤은 욕이 일상화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의 욕은 보들레르에 가까울까? 예수 혹은 루쉰에 가까울까? ‘도사님 인도해주는 데로 살아가는 그의 세상은 아름다우니 사회를 향해서 욕할게 없고 미국 의회가 되었든 한국 국회가 되었든 그  XX들만 없으면 된다.

따라서 그의 욕설은 뇌졸중으로 모든 말이 어눌해진 보들레르 스타일에 가깝다. 평소에도 얕은 지식으로 조롱받아 왔고 47.5초의 바이든과의 짧은 만남에 머쓱해진 그가 제일 정확하게 말할 있는 비속어가 무의식 중에 튀어 나온 것이다. 주변의 충신들은 말을 덮는 과정에서 모두 난청(難聽) 되어 버렸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제일 잘할 있는 날리면만을 반복하면서 보들레르의 병세를 닮아가고 있다.

이런 Cre’ nom!!! 빈칸 빈칸 빈칸 X1000

 

이 글은

멀리사 모어, Holy Shit, (서정아 옮김, 글항아리)  

팡시앙뚱, 루쉰, 욕을 하다, (장성철 옮김, 시니북스)를 참고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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