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의 두 딸, 쟁취인가 성폭행인가, 아니면?
롯의 두 딸, 쟁취인가 성폭행인가, 아니면?
  • 김기대
  • 승인 2023.06.01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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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과학자들 보고 있나!

독일의 인류학자 한스 페터 뒤르의음란과 폭력(최상안 옮김, 한길사)’ 음란과 폭력의 관계, 다시말해 성폭행을 다룬 책이다. 성폭행이란게 그렇듯이 남성에 의해 저질러지는게 대부분인지라 세계 여러 지역의 사례를 통해 인간본능과 충동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개의 챞터에서만 여성이 남성을 향해 저지르는 성폭행을 다룬다.

경우 성행위를 있는 남성의 신체적 변화가 생리적으로 가능한지가 의문으로 남는데 한스 페터 뒤르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협박 앞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연구가 대부분 증언에 의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저자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로 믿을 밖에 없는 사례를 소개한다. 트보브리안드 섬에서 이루어진 연구자들을 향한 공격이 거의 성폭행 미수에 그친 적이 있었거나 유럽의 산간지역, 미국에서도 간혹 일어나고 있다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성적인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당황스러워 했다고 한다.

 

성경에도 여성이 그것도 딸이 아버지를 성폭행한 사건이 나온다. 롯과 딸은 소돔을 빠져나와 소알에 피신했지만 소알마저 유황불의 피해지역이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동굴로 피했다. 이미 약혼자가 있던 딸들은 소돔과 고모라 지역의 남성들에게 증오가 생겼던 걸까? 딸은 아버지의 씨를 받아 대를 잇기로 뜻을 모은다.

아버지는 늙으셨고, 땅에는 세상의 도리를 좇아 우리의 배필이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동침한 우리 아버지로 말미암아 대를 이어나가게 하자.(창세기 19:32)

약혼자들은 소돔과 고모라에 내릴 재앙의 소문을 믿지 않았을 , 모든 이권의 터전이 있던 고향땅을 떠나기 싫었기에 그곳에 남기를 택했을 것이다주어진 여건속에서 살아가는 모범적 가장이지만  모습을 초라하게 여겨  불륜을 저지르는 영화해피엔딩 전도연 최민식 부부와 같다. '해피앤딩'에서 최민식은 전도연을 살해함으로써 복수하지만 롯의 예비 사위들은 이미 죽어서 이 불륜을 알더라고 복수할 수 없다.  오히려 딸들이 불륜으로 소돔과 고모라의 뭇남성들에게 복수한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불륜이라 부를 있을지 애매하지만 천륜을 어긴 것은 틀림없다.

딸들은 아버지 롯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는 큰딸 작은 순으로 아버지와 몸을 섞었다. 롯이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니 죄가 없다고 있을까? 한스 페터 뒤르의 연구처럼 어쨌건 신체는 반응했으니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올드보이에서 딸인지 모르고 함께 잠을 최민식은 괴로워하며 자신의 혀를 자르는 것에 비해 롯의 고뇌는 성경에 전달되지 않는다.

성서는 건조하게 사건을 기술한다. 롯이 아브라함의 직계가 아니니 메시아의 족보에 들어갈 없기도 하지만  창세기 19 이후 롯의 이름은 권위를 잃은 가부장으로서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딸이 낳은 아이들을 통해 형성된 모압과 암몬 족속의 이야기에서 겨우 2회 등장한다.  

유다의 며느리 다말이 매춘부로 위장해서 시아버지에게 접근해 후손을 보았던 이야기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작당해서 돈많은 영감에게 접근한 이야기가 메시아 계보에 들었던 것과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지만 모압 여인 룻에게서 롯의 큰 딸은 다시 소환된다. 그렇다면 성서는 롯의 큰 딸(모압 족속의 어미)의 행위를 인정했다는 이야기인가? 아무튼 (구약) 성서의 여성관은 특히 메시아의 계보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다들 매우 독특하다. 심지어 '메갈(급진적 페미니즘을 비하하는 말)'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견해는 어떤가? ‘영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출판사 소개)’ 루시 (Lucy Cooke)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를 지도교수로 석사를 마친 사람이다. 이후 방송계에 뛰어들어 스승 리처드 도킨스는 물론이고 진화론의 창조신 다윈의 이론에 반기를 책을 썼다. 암컷들(Bitch, 조은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이다.

 

진화론을 비판하려면 이렇게 하는 거다. 이상한 화석 하나 주어다가 지구의 역사가 10,000 밖에 안되니 어쩌니 하는 창조과학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책에서도 언급했듯이다윈에 도전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성서가 무슨 과학서적이나 되는 것처럼 여기고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용기가 아니라 오히려 성서의 가치를 깎아내리면서 다윈의 조소를 유발시키고 있다.  

 

다윈은남녀의 지적 능력에서 가장 차이는 그것이 깊은 사고나 이성, 상상력을 요구하는 일이든, 단순히 감각과 손을 사용하는 일이든 남성은 모든 영역에서 여성보다 높은 명성을 얻는다는 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해 졌다.” (25)

 

능동적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수동적이고 정적이라는 가설은 이후 인류학에도 반영되어 여성은 남성이 사냥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존재로 격하되어 왔다.

진화론이라면 죽을 듯이 달려드는 목회자들도 설교 단상에서는 이런 진화 인류학에 기초한 주장을 이용해  남녀격차가 마치 신의 섭리인 설교한다.

책의 부제처럼 방탕하며 쟁취하며 군림하는 암컷들은 능동적으로 짝을 찾아 진화의 역동적인 주인공들이었다.  ‘당연히 책에 롯의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쟁취 사건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소개한 것이다.  

 

트라우마 이론으로 사건을 보는 시선도 있다. 영국의 클리프 대학 교수인 커시 (Kirsi Cobb) 이야기에서 트라우마의 영향을 관찰할 있다고 분석한다. 천사를 성폭행하기 위해 내어 달라는 지역 주민에게 대신해서 딸을 주겠다고 하는 롯은 남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여성을 처분해야 재산으로 여겼고 의사 결정에 있어서도 아내와 딸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를 성폭행한 사건은 지금까지 가부장에게 통제당해온 입장을 역전시킨 것이다. 모두 주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복수이기는 하지만암컷들 쟁취와 맥락이 비슷하다.

커시 콥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후손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고 한다. 그들을 주민들에게 내어주려 했던 롯의 행위를 잊고 아버지의 씨를 보존하려는 행위는 일종의 트라우마성 기억 장애라는 것이다. 그러나 트라우마성 장애는 결국 메시아의 계보에서 방계(傍系) 밀려 있었던 딸의 이야기를모암 족속룻을 통하여 마침내 포함시키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부장 제도의 피해자인 딸이 굳이 아버지의 씨를 통해 가족의 대를 이으려고 하는 행동에서 결국은 가부장 제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있다. 여기에 대해 커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과 압력을 받으며 살아온 롯의 딸들이 근친상간에도 불구하고 자손을 얻는 것을 극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은 그럴듯해진다.  이는 그들에게 가해진 심리적, 사회적, 가족적 압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말해주며, 이제 극도의 압박 속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생존 모드를 취하게 된다. (….)  우리의 주인공들은 트라우마의 순환을 영속화하고 고대 가부장적 기대의 압력에 굴복한다.  아버지를 성폭행함으로써 그들은 트라우마를 재연했을 수도 있지만, 생식 능력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을 궁극적이고 끔찍한 결론으로 이끌었다.

트라우마의 기억이 만큼 극복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다.

권의 책과 편의 논문을 섞어서 롯의 이야기의 교훈을 말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롯의 딸은 아버지를 폭행했지만 결국 트라우마를 극복못하고 자손 번식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았다. 그래도 신은 그들을 거뒀지만 현대 여성은 이런 트라우마를 폭력이나 자손번식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진 당당한 존재로 우뚝 서서 역사 발전의 계보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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