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므롯은 왜 지옥에 갔을까?
니므롯은 왜 지옥에 갔을까?
  • 김기대
  • 승인 2022.01.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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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용사를 찾는 시대- 인문학으로 읽는 창세기(4)

어리석은 망령아! 분노나 다른 감정이 치밀거든 화풀이로 뿔나팔이나 불어라. 얼빠진 놈아, 목에 걸려있는 줄을 더듬어 보면 커다란 가슴에 달려 있는 뿔나팔이 손에 잡힐 것이다.”

그런 내게 말씀하셨다. "놈은 고백하는 것이다. 저 자는 니므롯인데 저놈의 멍청한 생각때문에 세상의 언어가 이상 하나가 아니게 되었지. 저 자는 내버려 두고 쓸데없는 말은 그만두자. 그의 말을 아무도 알아 듣듯이 어떤 말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 (단테의 '신곡')

 

단테의 신곡 지옥편 31곡에는 니므롯의 이름이 나온다. 그는 지상에서 불화를 일으킨 사람들이 가는 8번째 지옥에서 고통당하고 있다. 지옥에 있는 사람 중에는 요셉에게 간음의 죄를 씌웠던 보디발의 아내도 있다. 니므롯의 이름은 창세기 10장에 처음 나온다. 그는 노아에게 저주를 받은 함의 핏줄로 노아의 4대손이며 세상에 용사(장사, Mighty One 10:8)였고, 여호와 보시기에도 힘이 사냥꾼( 10:9)이라는 속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나라는 시날 땅의 바벨과 에렉과 악갓과 갈레에서 시작( 10:10)되었기 때문에 그는 바벨탑의 설계자로오해받아 왔다.

 

오해의 처음 기록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이다. 그에 따르면 니므롯은 하나님을 모욕하고 멸시하도록 사람들을 부추겼으며, 인간이 누리는 복은 하나님에게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용기에서 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점차 폭군으로 변해 갔으며 홍수가 와도 다시는 물에 잠기지 않도록 높은 탑을 쌓았다.

<유대 전쟁사>는 2세기 경부터 넓게 인용되는 책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니므롯이 바벨탑을 쌓았다는 전설은 이때부터 기독교권에서 굳어졌을 것이다. 단테의 시대에도 예외는 아닐 , 단테에게 지옥의 여정을 안내하던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하반신은 진흙에 갇힌 상반신만 나와 있는 니므롯을 향해 위와 같이 저주를 퍼부었다. 멍청한 니므롯으로 인해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으니 작가 단테는 그를 불화를 일으킨 자들이 가는 지옥의 인물로 설정했다.  

지옥에는 시논도 있다. 시논은 트로이 사람들에게 목마가 아테나 여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 속였던 사람이다. 일로 트로이는 망했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듣는 사람들은 믿지 않는 형벌을 받았던 카산드라는 목마를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경고했지만 그의 말을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렇다면 카산드라도 지옥에 있을 한데 그는 없다.

단테가 활동하던 시기는 13세기~14세기, 동서교회가 갈라진 뒤였다.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에서 트로이의 멸망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를 건국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베르길리우스를 영혼의 스승으로 삼은 이탈리아 출신의 단테는 거짓말로 트로이를 함락시킨 그리스보다는 로마 편이었다. 그래서 단테는 <신곡>에서 카산드라를 지옥에 보냈는지도 모른다.

니므롯은 창세기에 2, 역대상에 (1:10) 미가서에 (5:6) 나온다. 이렇게 빈도수가 낮은 이름 치고는 많은 전설을 몰고 다닌다.

유대교의 성서 주석 형태의 설교를 담은 미드라시에는 니므롯이 우르 지역의 왕으로 나온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아들 둘을 니므롯에게 데려 가는데 우상파괴자라는 별명이 붙은 아브라함을 니므롯은 마땅히 여겼다. 그는 아브라함을 불가마에 넣으라고 명령했는데 그의 형제 하란(롯의 아버지) 아브라함 편에 설지 니므롯 편에 설지 우물쭈물했다. 그런데 불가마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나온 아브라함을 보고 재빨리 그의 편에 섰다. 이에 화가 니므롯은 하란을 불가마에 던졌고 하란은 살아 나오지 못했다. 롯은 그렇게 고아가 되었다.

설화로 우상파괴자라는 별명이 붙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대척점에 있는 니므롯은 우상숭배자를 상징한다. 
 

꾸란에도 니므롯이 비슷한 유형의 인물로 소개된다. 꾸란 2 258절에는 아브라함과 논쟁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본문에 이름은 소개되지 않고 각주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가나안의 자손 니모르데(니므롯) 하나님의 존재에 관하여 아브라함에게 논쟁하였다. 당시 국가가 번성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부터 창조주의 존재와 모든 만물의 창조성을 부인하려 함으로써 수세기를 지난 오늘날까지도 하나님을 부정하려는 불신자들이 있음을 예시하고 있다

미드라시에서는 니므롯이 힘 센 존재로 묘사되지만 꾸란에서는 과학의 발전(인간의 이성) 즉 신성을 부정하는 인물로 니므롯을 묘사하고 있다.

또한 니므롯은 길가메쉬 서사시의 길가메쉬라는 주장도 있다. 길가메쉬 서사시에 따르면 그는 5 우루크(우르) 왕으로 소개 된다. 하지만 추정일뿐 바빌론의 설형문자에 니므롯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브리태니가 백과사전).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유명, 아니 악명 높은 존재로 만들었을까? 용사라는 이미지와 하나님앞에서 괜한 힘자랑이나 하면서 세상을 언어로 불화하게 만든 캐릭터가 니므롯이 지옥에 간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단테의 니므롯 해석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여덟번째 지옥에서 단테가 멀리 있는 니므롯을 탑으로 오인하자 베르길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어둠 속에서 너무 멀리까지 보려고 하니 진실과 상상을 혼돈한 모양이구나. 눈은 멀리 있는 것에 속기 십상이라는 것을 저곳에 가보면 깨닫게 것이다. 그러니 조금 서둘러 걷도록 하자.”

힘을 자랑하는 용사는 멀리서 보면 높은 탑처럼 웅장하고 존경스러워 보이지만 가까이 가 보면 하반신이 갇혀버린 혼자서는 아무 것도 없는 무능한 존재로 드러난다. 상반신은 노출되어 있으니 뭐라 떠드는데그의 말을 아무도 알아 듣듯이 어떤 말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대선 정국이다. 뭔가 힘센 용사같지만 실은 텅텅 비어 있는, 우상숭배에서 후유증으로 아무도 알아듣는 말을 하는 어떤 사람을 국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다. <신곡>에서 지옥에 갇힌 니므롯은라펠 마이 아메흐 차비 알미Raphèl mai amècche zabì almi'라고 외쳐대고 있다. 말에 특별한 해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의미없는 말이다. 단테는 이 정체불명의 웅얼거림으로 한때 한국 개그맨들이 사용했던 유행어 알발타 살발타 느낌을 주고 싶었나 보다.

알발타 살발타 듣는 유권자들은 괴롭다.

 

다음과 같은 책을 참고 했습니다.

단테(이시연 옮김), 신곡: 인페르노 지옥, 미르북스

마이클 카츠, 게르숀 슈바르츠 (이환진 옮김), 모세오경 미드라쉬의 랍비들의 설교, 한국기독교연구소

김산해,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 출판그룹

성 꾸란, 한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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