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에는 용이 살았다
에덴에는 용이 살았다
  • 김기대
  • 승인 2024.01.0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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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권의 책과 50편의 영화로 읽는 창세기) 과학자와 신학자가 사귀게 된 이야기

1980년대 초반 엘빈 토플러의 3 물결 번역 출판되었다. 이제까지 출판시장에 있던 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책이었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저자들의 책이 원작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해적판으로 마구잡이로 출판되던 시절, 원서를 번역하기 보다는 일본어 번역판을 중역해가며 출판하던 시절 낯선 저자, 낯선 제목의 3 물결 대학생을 비롯한 지식인들의 눈길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너도 나도 3 물결 사서 끼고 다녔다. 그중 나를 포함해서 끝까지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되었을까?

1987년에는 세이건의코스모스 출판되었다. 청소년 잡지로 인기를 끌던학원 펴내던 출판사인 학원사는학원 종간된 후에도 중견 출판사로 자라집고 있었다. ‘코스모스 최초의 대중 과학 교양서로 손색이 없었다. ‘ 3 물결만큼은 아니겠지만 인기몰이를 했다. 역시 끝까지 읽은 사람은 얼마 안될 것이다.

에덴의 ’(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세이건이 펴낸 다른 대중 과학서다. ‘ 3 물결코스모스보다에덴의 훨씬 흥미롭다. 세이건은 인문학 신학 천체물리학 진화 생물학을 횡단하면서 그의 이론을 아주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용은 가상의 동물이고 에덴은 비기독교인들에는 가상의 공간인데 가상이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까? ‘에덴의 부제인간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말해 주듯이 뇌의 진화과정을 다룬 책이다. 뇌는 가장 안쪽에 생명에 필요한 기능이 있고 바깥으로 갈수록 감정, 사고, 추론 등의 정신적 기능을 담당하도록 짜여져 있다. 인간의 특징이라면 뇌의 가장 바깥쪽의 신피질이 발달했다는 것이고, 부분이 추론과 윤리, 철학 등을 가능하게 한다. 각각의 단계를 R-복합체(Complex), 변연계, 신피질이라 부른다. R 복합체는 공격적 행동, 영토 본능, 사회적 서열 등과 관련이 있다 세이건은 이런 특질은 주로 정치인에게서 나타난다는데 동양권에서 용은 관직이나 정치를 통해 입신양명한 상징으로 쓰이는 대척이 흥미롭다. 변연계는 정서적, 이티적 행동이나 종교적 경외감과 관련이 있고 신피질은 인간 이성, 인지적 기능, 추론, 언어 기능, 추상 기능과 관련이 있다.

우리 삶의 관습적이고 위계적 측면은 R복합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이는 우리의 파충류 조상들과 공유하고 있는 특성이다. 우리 삶의 이타적이고 정서적이며 종교적인 측면은 상당 부분 우리 뇌의 변연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영장류가 아닌 포유류 조상들 (그리고 아마도 조류)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신피질의 산물인 추론 기능은 일정 범위까지는 고등 영장류 돌고래나 고래와 같은 고래류 동물과 공유하고 있다. 비록 관습, 정서, 추론 모두 인간 본성의 중요한 측면들이지만, 가운데에서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고 있는 것들은 바로 추상적 연합 능력과 추론 능력일 것이다.

 

그런데 에덴의 용인가?

용은 R-복합체의 단계에 있는 파충류다. 여기서 에덴의 용은 메타포로 쓰인다. 에덴 동산의 뱀은 용의 변형이다. 다산 정약용은 주역과 용의 공통점을 변화에서 찾는데 칼 세이건도 비슷하게 본다.

공룡의 시대가 가고 포유류의 시대(뇌의 변연계가 발달한 시기) 왔을 거대한 공룡이 기억 속에 누적되어 가상의 용을 만들어 내었다. 그것이 에덴 동산에서는 뱀으로 나타났다. 뱀이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 받은 형벌은 몸으로 땅을 기어다니는 것이었다. 뱀이 그 이전에는 다리도 있고 날개도 있었다는 말이다.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는 사건은 인간이 하나님의 품을 떠나 스스로 뭔가를 결정하고 계획해야 하는 뇌의 신피질이 발전하는 단계다. 칼 세이건은 오랜 세월 거쳐온 진화의 기억들이 에덴동산 이야기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되었다고 주장한다. 

뱀이라는 비유는 신피질이 더욱 진화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뇌의 공격적이고 관습적인 파충류적 부분이 사용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한가지 예외를 빼고 창세기 이야기에서 파충류의 유혹은 인간이 동물의 언어를 이해한 유일한 사건이라 있다. 우리가 용에게 두려움을 느낄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부를 두려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쪽이 사실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에덴 동산이 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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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에덴 동산은 지금으로부터 300~400 우리의 조상들의 눈에 비쳤던 지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는 호모 () 조상들이 다른 종의 동식물들과 일체가 되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전설적인 황금시대이다.

진화론이라면 몸서리를 치는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이런 말들은 매우 위험한 같지만 어쨌든 세이건은 과학과 종교 사이의 긴장을 인정하면서도, 은유를 매개로 영역 사이의 대화와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과학적 탐구가 신비로움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경외감과 이해를 증진시킬 있다고 주장하면서 종교적 신념과 과학적 지식이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상호 보완적일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세이건은 과학 만능 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과학적 회의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며, 모든 주장은 증거와 합리적인 논증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종교적 신념이 개인에게 제공하는 위안과 도덕적 가치의 중요성을 인정한다.

칼 세이건의 이런 사상을 가장 드러낸 책이콘택트'(Contact- 이것은 과학서가 아니라 그가 쓴 소설이다). '콘택트'는 포레스트 검프를 감독한 로버트 저케미스에 의해 1997년에 영화화 되었다.

어릴 때부터 외계() 관심이 많던 앨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 ) 9 이후 고아가 되었지만 실력있는 천체 물리학자로 성장해 마침내 외계인의 존재를 밝혀 낸다. 그러나 예산 문제, 기독교계의 반발, 과학계의 질시 때문에 앨리의 시도는 번번이 벽에 부딪힌다.

과정에서 앨리는 신학자 팔머 조스(매튜 맥커너히 ) 만나 그와 대화가 통하는 친구로 발전했지만 입장이 달랐던 그들은 헤어진다. 

엘리는 분명 외계인의 경험을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자 처음 베가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은 곳에 앉아 상념에 잠긴다
엘리는 분명 외계인의 경험을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자 처음 베가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은 곳에 앉아 상념에 잠긴다(영화 콘택트의 한 장면)

엘리는 연구를 위한 후원금 모집에 바삐 뛰어 다녔다. 결국 외계인의 수신을 받는데 성공하자 국민적 세계적 관심이 쏠린다. 여러 험난한 과정을 거쳐 앨리는 우주선에 오른다. 베가성이라는 외계에 도착해 9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조우해서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지구로 돌아와 확실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누려고 우주선의 녹음 장치에서는 없는 잡음만이 지속되었다. 앨리는 엄청난 예산을 낭비한먹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잡음의 녹화 분량이 엘리가 녹화했다고 하는  18시간과 일치하자 백악관 조사 위원회도 관심을 갖는다.

수년만에 다시 조우한 팔머는 백악관 종교 고문이 되어 있었고 앨리의 든든한 지지자 역할을 한다. 기자가 팔머에게 당신은 믿느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신앙인으로 앨리 박사의 입장과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는 같습니다. 진리에 대한 추구죠, 그녀를 믿습니다.”

 

인류가 이성과 지식을 향하여 나가야 한다는 칼 세이건의 결론에 기독교인의 고백도 함께 있다. 무신론자들은 신앙의 소리가 잡음처럼 들릴 있다. 마찬가지로 신앙인들에게 과학의 소리는 잡음일 있다. 하지만 잡음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없는 무언가를 담은 잡음이었다는 백악관 조사위원회의 입장이 우리가 상대방을 향하여 가져야 입장이다.

2024 용의 해가 밝았다. 서양에서는 용은 악의 화신이지만 동양에서 용은 비상과 영광을 의미하기에청룡이니 뭐니 하면서 꿈과 희망에 있다. 입장 사이에서 어느 편에 지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세이건이에덴의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당위로서 인간 지성의 발달이다. 그러니 이것만은 확실히 하자. 인간 지성의 발전과 인간 지성을 넘어서는 인공 지능이 화두인 시대에 엉터리 술사(術士)에게 국정을 맡기는 따위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읽은 책/  칼 세이건, 에덴의 ’ (임지원 옮김, 사이언스북스)       

            방인, 다산 정약용의 <주역 사전>, 기호학으로 읽다 (예문서원)

본 영화/ 로버트 저케미스, 콘택트(1997년), 주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맥커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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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인문학으로 읽는 창세기'로 분류되던 코너를 '100권의 책과 50편의 영화로 읽는 창세기'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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