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채 해병 전역일에 어머니가 쓴 편지 “용서가 안된다”

"아들이 우리 곁에 없다는 현실, 슬프고 억장 무너져"
"진실이 밝혀지는 것, 엄마가 살 이유…힘 내 볼게"
해병대 예비역 연대, "윤 정권, 반드시 죗값 치를 것"
군 인권센터 "국민들 진실 알고 있어…정권 부메랑 될 것"

  • 기사입력 2024.09.28 23:00
  • 최종수정 2024.09.28 23:03
  • 기자명 하성태 프리랜서 기자

“하늘에서 보고 있을 아들!! 내일 전역일이라 오늘은 꼭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어. 엄마가 가끔씩 아들에게 장문의 글로 문자를 보내면 항상 글 말미에 사랑한다고 이모티콘과 하트를 여러 개 보내었는데 모든 게 아쉽다. 아들이 우리 곁에 없다는 현실이 엄마, 아빠라고 불러줄 아들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고 억장이 무너진다.

지금도 엄마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안전장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투입지시를 하시 말았어야지. 왜 왜 !!! 구멍 조끼 미착용한 상태로 투입지시를 했는지 ?? 육군은 위험을 감지하고 철수를 했는데 왜 해병대는 강행을 하여 아들이 돌아올 수 없게 되었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현장에 있던 지휘관들이 도저히 용서를 할 수도 없고, 용서가 안 된다.”

지난해 7월 경북 예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모 상병의 어머니가 쓴 절절한 편지 내용 중 일부다. 지난 26일 채모 상병의 동기생인 해병 1219기가 전역한 가운데 채모 상병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25일 오전 ‘대한민국 순직 국군장병 유족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이다.

해당 편지에서 채모 상병 어머니는 “1292기수 1012명 중 아들만 엄마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들이 되어 목이 멘다”며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편지 말미 진실 규명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채모 상병 어머니는 “엄마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 계속 응원해줘 힘도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엄마지만 아들 희생에 진실이 밝혀지질 꼭 지켜봐줘 그것만이 엄마가 살아갈 수 있고, 그나마 살아야 할 이유란다”라며 “긴시간 동안 자기 본문을 다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걸 걸고 있는 분들처럼 엄마도 힘내 볼게”라고 다짐했다.

한편, 10년 전인 2014년 육군 28사단에서 벌어진 ‘윤 일병 사건’의 피해자인 고 윤승주 일병의 엄마 안미자씨 역시 같은 날 채모 상병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글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안씨는 채모 상병 순직과 관련해 항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해병대 박정훈 대령(수사단장) 재판을 빠짐없이 방청 중이라고 소개하며 박 대령의 무죄 호소와 함께 국가의 책임을 촉구했다.

“나라 지키라고 데려가 놓고 건강히 돌려보내지도 못했으면서, 왜 돌려보내지 못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을 거라면 이 나라는 뭐하러 존재합니까? 채 상병이 전역했을 날이 다 되어가도록 이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박 대령이 무죄를 받는 것이 곧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비열한 권력을 박 대령의 양심이 이길 때까지, 진실이 거짓을 이길 때까지 곁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진실의 편에 선 이들이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이 곳에 늘 함께 할 것입니다.”

 

한편, 지난 26일 오후 채모 상병이 묻힌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병 4묘역 앞에는 채모 상병의 동기생들과 채 상병 소속 부대 대대장이었던 이용민 중령,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찾아 잇따라 참배했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병대 1292기수인 채모 상병 동기생 A씨는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저희가 투입될 순번이었다”고 소개한 뒤 “지휘관 한 명의 잘못으로 이렇게 된 거라 너무 안타깝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용민 중령 또한 언론 카메라 앞에서 참배 한 뒤 “부대 성패에 책임을 지는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해병대 전우 수근이를 끝까지 잊지 않겠습니다”고 다짐했다.

또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은 “채 해병 앞에서 맹세한다. 채 해병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날까지 싸우겠다”며 “(채모 상병을) 사지로 몰아넣은 이들은 처벌 받고, 수사외압을 가한 윤석열 정권은 반드시 죗값을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군인권센터 역시 성명을 내고 정권을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박정훈 대령의 항명죄 사건 8차 공판을 언급한 뒤 “국민들은 이제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며 “진실은 힘으로 숨길 수 없습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자기 본분을 다한 이들을 탄압하며 시작한 어처구니없는 항명죄 재판은 이제 무도한 정권의 자충수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1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세 번째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오는 10월 4일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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