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자회견에 친윤언론조차 '민심과 괴리' 비난

민생파탄에도 "경제 살아난다" 황당한 현실인식
자화자찬·동문서답·유체이탈 발언, 국민 아연실색
동아·중앙도 "상식 밖 해명" "민심과 괴리" 비판
한겨레 "총선참패에도 변함없어" 경향 "궤변·불통"
조선·서울 등은 윤 발언 받아쓰기만 …평가 없어

  • 기사입력 2024.09.01 13:25
  • 기자명 김성재 시민언론민들레 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최근 지지율은 23%다. 취임 이후 30%대를 넘어선 적이 없고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은 더 낮아지고 있다. 불과 5개월 전 총선에서는 윤 대통령 본인이 연루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등 온갖 비리, 그리고 고물가·자영업 몰락 등 민생 문제로 민심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지금도 이런 문제들은 제대로 해결되거나 회복된 게 없다. 최근엔 반민족·친일 인사와 공영방송장악 문제로 온나라가 들썩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해야 할 말은 무엇이었을까?

29일 낮 생중계된 대통령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씨가 던진 메시지를 세단어로 표현하면 자화자찬, 동문서답, 유체이탈이었다. 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데다 최악의 가계대출, 소비감소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황당한 자화자찬을 125분 동안 늘어놓았다.

친일인사 파문에 대한 질문에 “나는 뉴라이트가 뭔지 모른다”라고 하고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해서는 “나도 검사시절 전직 영부인 자택까지 찾아가 조사한 일이 있다”는 동문서답을 내놓았다. “지금 국회 상황은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한다”며 정치실종 책임을 국회에 돌리는 유체이탈 화법도 보여줬다.

국민들은 대통령 윤석열 씨의 황당한 현실인식에 아연실색했을 것이다. 국가의 현실과 국민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야 할 대통령이 전혀 현실과 다른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의도적 거짓말인지 일종의 허언증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번 미디어비평 칼럼(“포털이 좌파에 장악됐다는 ‘개소리’”)에서 소개한 도덕철학자 프랑크퍼트의 표현을 다시 한 번 빌리자면, 윤석열 씨의 말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하는 거짓말“을 뜻하는 ‘개소리(bullshit)’라고 해야 할 것이다.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는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우선, 그의 현실인식 능력이 그 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을 수 있다. 취임 이후 국정운영에서 그가 보여준 무지·무능·무책임과 아집이 현실 인식 능력에서도 드러났을 것이다.

피의자 수사만 하던 검사 출신이 갑자기 정치인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으로 자리가 바뀌면서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감당 가능한 허구적 현실로 바꿨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지부조화로 인한 내적 스트레스를 자기합리화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는 확증편향에 빠지다보니 그는 국민들 앞에서 현실과 동떨어지고 민심과도 어긋난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주류 언론들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민심을 정확히 드러내는 언론의 기본적 기능에 더욱 더 충실해야 한다. 주류 언론들이 민심을 보여주는 보도는 하지 않고 정부가 마냥 잘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도록 미화하고 아부하는 보도만 하면 대통령이 이렇게 현실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주류 언론들 대부분이 ‘형광등 100개 아우라’니 ‘머리위에 무지개가 떴다’는 식의 찬양 보도를 하다가 현실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통령은 탄핵을 맞게 됐다.

지금의 일부 주류 언론들도 비슷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이 참패한 데에는 정부의 실정과 민심의 분노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던 주류 언론들의 탓이 컸다.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KBS 유튜브 화면 갈무리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이번 대통령 윤석열 씨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에 대해 여러 주류 언론들이 ‘이번에는’ 걱정과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주류 언론 중에서도 그동안 ‘친윤’으로 불리던 매체들도 대통령의 황당하고 위험한 현실인식에 대해 우려와 경고를 보냈다.

우선, 동아일보는 이튿날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발언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려했고 “상식 밖의 해명을 내놓았다”고도 비판했다. 또 “(질문의 핵심을) 피해갔다” “정작 실행을 위해 협치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거나 핵심을 비켜가며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일부 사안에선 군색하거나 엉뚱한 해명을 내놓았고, 곳곳에서 민심과 동떨어진 현실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아일보보다 더 ‘친윤적’인 중앙일보도 “대통령의 상황인식, 민심과는 거리 멀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비슷한 지적을 내놓았다.

“석달 여만에 또다시 기자들과 일문일답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로 평가된다. 이번에도 윤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시중 민심과 괴리를 드러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지난 5월 회견 때도 현안에 대한 입장이 종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도 기존 입장을 완고하게 되풀이하는 느낌을 줬다. 자기 생각을 강변만 하지 말고 사안에 따라 민심을 수용하는 유연한 자세가 아쉽다.”

스스로 ‘중도’를 자처하는 한국일보도 “국민과 동떨어진 대통령 인식을 재확인한 국정브리핑”이라는 비판적 사설을 게재했다.

“112일 만에 이뤄진 대국민·언론 소통에 대한 기대와 달리, 국민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인식을 재확인하게 된 것은 당혹스럽다...기자회견에선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거나 이전보다 후퇴한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동아일보 8월30일자 사설. 
동아일보 8월30일자 사설. 
중앙일보 8월30일자 사설
중앙일보 8월30일자 사설

한겨레와 경향의 사설은 이보다 더 혹독했다. 한겨레는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의혹과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고, 대통령 자신이 중심에 선 주요 갈등과 논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면서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관련) 윤 대통령의 개입 의혹이 뚜렷해지는 마당에 ‘외압 실체가 없다’는 주장은 되레 수사 가이드라인처럼 비친다”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의 답변이 “김건희 여사가 현 정권의 성역이라는 것을 대통령이 확인해 준 셈”이라면서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낸 자리”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민심이 심판한 윤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용 기조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도 “윤 대통령의 (현실)인식은 국민 눈높이와 멀다” “궤변을 한 셈”이라면서 “자화자찬 일색인 국정브리핑도, 국민이 묻는 의혹과 해법은 비켜간 회견으로 ‘또 불통했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한겨레 8월30일자 사설
한겨레 8월30일자 사설
경향 8월30일자 사설
경향 8월30일자 사설

그러나 ‘친윤’을 넘어 ‘찐윤’ ‘극우’의 맨 앞에 서있는 어용언론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을 작성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키고 그나마 20%대 지지율이라도 유지하게 해온 ‘찐윤’ 종이신문 답지 않게, 이번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지면에서 펼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보기에도 실망스러웠기 때문일까?

조선일보 아류를 지향하는 듯 ‘친윤’에 적극적인 서울신문 만큼은 이번 국정브리핑·기자회견을 상세히 다루고 또한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지면에서 1~5면에 걸쳐 윤 대통령의 발언을 충실히 받아썼다. 사설에서도 윤 대통령이 당부한대로 ‘여야 초당적 뒷받침’을 제목으로 뽑아 썼다.

조선일보와 그 아류 매체들은 동아·중앙 등 다른 ‘친윤매체’와 한국·한겨레·경향 등이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의 ‘현실 모르쇠’에 대해 거의 지적하지 않았다. 이 매체들은 ‘경제가 확실히 되살아나고 있다’ ‘나는 뉴라이트가 뭔지 모른다’ ‘의료 현장을 가보고 질문하라’ ‘독립기념관장 인사는 내가 잘 모른다’는 등 전혀 ‘대통령답지 않은’ 발언에 대해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고 대통령 발언을 충실히 받아쓰기만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질문의 기회를 받은 16개 언론사는 예외없이 ‘주류 언론’이었다. 인터넷 언론, 지역언론은 물론 종편방송 기자도 질문 마이크를 받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류 언론’ 사랑을 반영한 것일까? 그렇다면 나라를 수렁으로 몰고 갈 대통령의 황당하고 무지한 현실 인식에도 주류 언론들이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한다.

이 칼럼은 시민언론민들레에도 동시 게재되었습니다.(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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