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란법 발동 가능성 매우 높다… 미국 민주주의 최대 위기”

박동규 변호사,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경고

  • 기사입력 2025.10.29 10:27
  • 최종수정 2025.10.29 10:30
  • 기자명 편집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경우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해 군을 투입하는 이른바 미국판 계엄령이 실제로 실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뉴저지에서 활동하는 박동규 변호사(시민참여센터 법률위원장, 이민자보호교회 법률위원장)는 최근 유튜브 영상 팟캐스트 ‘겸손은 힘들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반란법을 발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제는 발동할지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박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반란법이 무엇인지 설명하면서 경고를 이어갔다. “미국에는 한국처럼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대신 대통령이 군대를 국내 치안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법이 있는데 그것이 ‘반란법’입니다. 본질적으로 미국판 계엄령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는 트럼프가 최근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란법 발동을 시사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최근 군 장성들과의 모임에서 “미국의 적은 내부에 있다”며 대도시를 군사 훈련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기자들이 반란법 발동이 실제 가능하냐고 묻자, 트럼프는 “그 법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필요하면 발동하겠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이 발언에서 트럼프가 스스로 ‘발동 조건’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세 가지 조건을 말했습니다.

사람이 죽거나, 법원이 자신을 막거나, 주지사나 시장이 막는다면 실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 두 가지는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반란법을 발동하겠다는 신호를 이미 공개적으로 보냈다”며 “트럼프의 문제는 무모함이나 충동이 아니라 계획성”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트럼프가 반란법을 발동하려 한 시도가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졌을 때, 트럼프는 반란법 발동을 검토했으며 군을 투입할 준비를 했지만 당시 합참의장 마크 밀리 장군이 “군은 시민을 상대로 무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거부했고, 결국 계엄 시도는 무산됐다. 같은 해 트럼프의 정치적 멘토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로저 스톤은 공개석상에서 “선거에서 패배하면 계엄령을 선포하라. 그리고 모든 권력을 장악하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이 발언은 단순한 농담이나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행동 유도 메시지였다”며 “그 결과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트럼프는 의회가 공격받는 상황에서도 주방위군 투입을 거부했다”며 “트럼프는 이미 ‘군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변호사는 트럼프 세력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는 “트럼프 1기(2016)는 가난하고 분노한 백인 노동자들이 중심이었지만 지금 트럼프 2기를 준비시키는 세력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자본과 초고액 자산가들”이라고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피터 틸, 팔란티어 같은 빅테크 기업과 자본 세력이 트럼프와 연결돼 있습니다. 정치적 자금과 데이터 권력을 통해 트럼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이들이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라 트럼프의 정치 구조를 설계하는 핵심 그룹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보수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이 추진하는 ‘프로젝트 2025’ 문서를 언급했다. 이 문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가정하고 연방기관 장악, 시민권 제한, 이민 규제 강화, 정치적 반대자 대응 등의 정책을 상세히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변호사는 “프로젝트 2025는 장기 집권 계획입니다. 그 이면에는 ‘미국을 다시 백인의 나라로(Make America White Again)’라는 인종적 목표가 깔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는 ‘No Kings(왕은 없다)’라는 이름의 시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계엄령 가능성을 차단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취지의 평화 집회이다. 지난 10월 18일 열린 집회는 미국 207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으며 약 700만 명이 참여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단일 주제 집회로는 가장 큰 규모다. MSNBC의 간판 앵커 레이첼 메도우는 방송에서 한국의 촛불집회를 언급하며 “평화적 저항이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면 한국 시민들에게 물어보라. 한국 시민들은 평화적 시위로 계엄 시도를 막았고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취약성도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반란법 발동을 의회가 막을 수 있는 절차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지 군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반란법 발동을 제어할 수 있는 주체는 시민, 해당 주의 주지사 또는 시장, 그리고 일부 연방 법원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 일부 주에서는 주방위군 지휘관이 “연방 명령이라도 시민을 상대로 군을 동원하는 명령에는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지켜보는 것은 트럼프라는 개인이 아닙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본질이 시험대에 올라 있습니다. 미국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힘은 깨어 있는 시민입니다.” 그는 “시민들이 침묵할 경우 민주주의는 시스템이 아니라 권력자의 의지가 결정하게 된다”며 “미국이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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