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캐나다서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 아프다"
세월호 유가족, 캐나다서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 아프다"
  • 구권효
  • 승인 2016.09.1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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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 양 언니 남서현 씨 "정부가 피해자 가족과 시민사회 분열 꾀해"

[뉴스앤조이-구권효 기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총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남지현 양의 언니 남서현 씨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재난 극복 사례' 세션 한 부분을 맡았다. 남서현 씨는 9월 7일(현지 시간),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피해자와 지역사회, 시민단체가 어떻게 소통하며 상처를 치유했는지 발표했다.

남서현 씨는 "다른 안전사고와 달리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 등 모든 상황을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으며, 특히 단원고가 있는 안산은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기게 되었다. 국가는 안산과 진도, 두 지역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국가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고, 매우 실망스러운 사고 대처 모습을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안산-진도를 무료로 운행한 '착한다람쥐택시', 희생자 부모님들이 집을 비운 사이 남겨진 가족들을 돌보는 '행정지원돌보미', 안산 지역 10개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 세월호 관련 모든 기록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4.16기억저장소', 민간 전문 심리 치유 센터 '치유공간 이웃', 안산 시민 1,000인 원탁회의, 7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4.16안산시민연대'를 하나하나 소개했다.

남서현 씨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재난이며 사회적 재난이자 인재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4.16의 동력을 약화하려 세월호 가족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분열을 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연대'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의 힘을 경험을 통해 깨달아 가고 있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나 아프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희망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대와 협력이 재난 피해자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서현 씨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안산에서 온 남서현입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2학년 2반 남지현의 언니입니다. 사회적 연대를 통한 재난 극복에 대한 저의 솔직한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4년 4월 16일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수백 명의 사망자·실종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탑승객 476명 가운데 304명이 희생당했습니다. 특히 세월호에는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이 탑승해 열일곱 살의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많았습니다.

사고 후 지속적인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정부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고 탑승객 300여 명은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미수습자는 모두 아홉 명입니다. 다른 안전사고와 달리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 등 모든 상황을 실시간 생중계로 지켜본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으며, 특히 단원고가 있는 안산은 도시 전체가 슬픔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피해자가 거주하는 안산과 세월호가 침몰한 사건 발생지인 진도는 400km이상 떨어져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인재이며 사건 발생지와 주거지가 다른 특별한 사건입니다. 두 지역 모두 엄청난 피해를 받았고 국가는 두 지역을 특별 재난 지역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고, 매우 실망스러운 사고 대처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2년이 지난 지금도 지역사회 공동체는 피해자 가족의 생활 안정과 일상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시민과 함께 참사 수습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함께 연대하고 있습니다.

사건 직후 개인택시조합의 조합원들은 '착한다람쥐택시'라는 이름으로 400km 거리인 안산과 진도 그리고 분향소, 장례식장 그 어디든 무료 이동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저도 실종된 동생을 찾고 그 택시를 타고 가족들과 안산으로 올라왔습니다.

저희 부모님을 포함한 유가족은 전국을 돌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였고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에서 안산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지방정부 차원의 '행정지원돌보미'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반찬을 지원해주고 어린아이와 노인을 돌보아 주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피해 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모인 지역 내 10개 복지관들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안산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우리함께)라는 이름으로 가족 지원 사업 및 공동체 회복 사업에 나섰습니다.

우리함께는 저와 같은 희생자 형제자매들에게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 마음껏 울고 웃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으며, 캘리그라피 강습, 천연 화장품 만들기 등 유가족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미흡하고 배려 없는 심리 상담을 극도로 꺼리고 무서워합니다. 심리적 치유와 회복은 시민들과 함께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창조해 내는 것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수집하는 4.16기억저장소는 시민 스스로 실질적인 기록을 수집․분류․정리하며 보존하는 업무를 합니다. 기억과 기록은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억저장소는 기억을 공유하고 전시관 등을 운영하며 단순히 기록을 수집하는 것 이상으로 상시적으로 시민들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의 여러 피해자의 심리 치유 활동을 하던 심리 전문가는, 유가족들의 일상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유가족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이웃집 같은 공간과 이웃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치유공간 이웃'이라는 민간 전문 심리 치유 센터를 만들었으며, 희생자 아이들의 생일을 챙기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희생자의 나이는 17살입니다. 희생 학생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희생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며 회복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문제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안산 시민들은 무기력함과 삶의 어려움을 토로하게 됐습니다. 이에 안산 시민 1,000인 원탁회의를 추진하여 다양한 갈등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지역적 공감과 실천 방안 등을 나누었습니다.

또한 교육계, 종교계, 의료계를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포럼 및 세미나가 열리고 있고 서로의 역할과 안전한 사회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함께 걸어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민간단체는, 최근 총 70여 개의 단체가 모여 '4.16안산시민연대'라는 연대체를 발족했습니다. 지역 공동체의 이러한 노력으로 안산은 생명과 안전의 성지로 거듭날 것입니다.

우리 유가족은 4.16가족협의회를 만들었지만 가족들로만 구성된 단체는 지역사회와의 연대와 협력 없이 지속될 수 없습니다. 재난의 극복은 일방적인 행정만이 아닌 시민의 참여와 상호 소통으로 치유하고 극복할 때 가능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적 재난이며 사회적 재난이자 인재입니다.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오히려 4.16의 동력을 약화하려 가족을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분열을 꾀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전 한국 사회에 없었던 지역사회의 움직임이 세월호 참사 이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해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사회적 연대를 통해 재난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경험이 부족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이제 그만해라", "지겹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적 연대'와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의 힘을 경험을 통해 깨달아 가고 있습니다. 이 연대의 힘은 지현이가 학교를 다니며 추억을 쌓았던 안산이라는 도시가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너무나 아픕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희망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연대와 협력이 재난 피해자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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